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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초점] 농구판에서 사라져야 할 ‘가비지 타임’

입력 : 2020-01-14 21:16:15 수정 : 2020-01-14 21: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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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가비지(쓰레기) 타임’

 

최근 프로농구 KBL리그에 이미 승패가 기운 경기에서 남은 시간을 뜻하는 ‘가비지 타임’ 논란이 일어났다. 쓰레기 시간을 쓰레기처럼 보내는 경기를 돈을 주고 경기장을 찾은 팬이 봐야 할 이유는 없다. 프로농구판에서 사라져야 할 단어이다.

 

지난 11일 KGC인삼공사는 경기도 안양체육관에서 LG와 격돌했다. 인삼공사가 도망가면 LG가 추격하는 양상의 경기였다. 치열한 접전을 치른 두 팀은 연장전에 돌입했고, 경기장을 찾은 팬은 흥미진진하게 지켜봤다. 그런데 이 뜨거운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78-85로 뒤진 가운데 종료 1분40초를 남기고 인삼공사 이재도가 LG 이원대가 소유한 공을 가로채는 과정에서 팔을 잡았고, 주심은 파울 휘슬을 불었다.

 

파울 휘슬을 불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명백하게 팔을 잡았다. 그런데 이때 김승기 인삼공사 감독은 손을 머리 위로 들어 박수를 보내며 판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경기 후에는 심판에게 부적절한 언행도 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 파울 휘슬 이후 남은 시간 추격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 채 경기를 마쳤다. 김승기 감독은 경기 후 “심판 판정에 아쉬운 부분은 있었고, 어필을 한 것도 맞다”라면서도 “그렇다고 팬을 조롱한 것은 아니다. 순간적인 스트레스로 시술한 부위가 아파 벤치에 앉았고, 점수 차가 더 벌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 천천히 공격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김승기 감독의 설명에도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경기를 지켜본 팬들은 천천히 공격하는 장면이 아닌 추격을 포기한 경기를 지켜봤다. 점수 차는 더 벌어졌고, 결국 11점 차로 패했다. 이 장면이 홈 코트에서 나왔다는 점에 사안의 심각성이 크다. 안양체육관을 찾은 4018명의 관중은 팀이 허무하게 패하는 마지막 장면을 지켜보며 돌아서야 했다.

 

프로스포츠의 존재 이유는 팬이다. 그냥 팬이 아니라 ‘돈을 주고 입장권을 구매한 팬’이다. 농구단은 최선을 다해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무형의 가치’를 제공하고, 팬은 이 무형의 가치를 돈을 주고 구매하는 것이다. 프로 농구단은 경기를 시작해서 끝나는 40분의 시간 중 단 1초도 허투루 써선 안 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기업의 입장에서 마찬가지다. 수십억원의 돈을 투자해 농구단을 운영하는 이유는 많은 팬을 확보하고, 그 팬을 통해 기업의 브랜드를 홍보하고 이미지를 가꾸는 데 있다. 해외 전지훈련을 가고, 능력 있는 선수를 영입하는 이유도 최선의 퍼포먼스를 선보여야 팬이 많아지고, 홍보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 가비지 타임을 보내라고 농구단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김승기 감독의 설명대로 스트레스를 받아 시술 부위가 아팠으며 점수 차를 좁히기 위해 천천히 공격하라는 지시 모두 인정한다고 해도, 바라보는 팬이 ‘가비지 타임’이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분명 반성해야 할 일이다. KBL은 14일 재정위원회를 개최해 김승기 감독에게 1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1000만원을 부과했고, 인삼공사 농구단에도 경고를 부과했다. 가비지 타임이 존재하는 한 프로스포츠는 존재 의미가 없다는 역설을 명심해야 한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뉴시스, SPOTV 중계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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