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스타★톡톡] ‘동백꽃’ 오정세 “외로움·부족한 2%, 노규태의 키워드였죠”

입력 : 2019-12-09 09:27:52 수정 : 2019-12-09 15:35:27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허리띠 한 칸부터 실밥 하나까지, ‘노땅콩’ 노규태는 쉽게 탄생한 인물이 아니었다. 차곡차곡 캐릭터를 만들었던 배우 오정세가 ‘동백꽃 필 무렵’의 노규태를 위한 노력을 털어놨다. 

 

최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23.8%의 기록적인 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2019년 올해 지상파 미니시리즈 최고 시청률의 기록이다. 극 중 오정세는 자칭 ‘차기 옹산군수’이자 변호사 홍자영(염혜란)의 남편 노규태를 연기했다. “존경해”라는 말에 간도 쓸개도 다 빼줄 수 있는 남자. 자칫 큰 미움을 살 수 있는 캐릭터지만 결국엔 시청자들의 응원과 지지속에 다시 태어난 인물이기도 했다. 

 

오정세는 자신이 연기한 노규태의 매력보다 ‘동백꽃’이라는 작품에 먼저 매료됐다. 종영 인터뷰를 통해 스포츠월드와 만난 오정세는 “귀한 대본에 공간, 소품, 인물까지 작품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이 사랑스러웠다”고 빙그레 미소 지었다.

오정세는 노규태를 ‘외로운 사람’이라고 바라봤다. 동백이에게, 혹은 향미에게 쉽게 훅 빠져버리는 사람이 아니라 누구에게든 훅훅 넘어갈 수 있는 외로운 인물이라는 것. ‘외로움’으로 규태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그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외로움’ 그리고 ‘부족한 2%’였다. 그는 “초반에는 갈등 구조를 일으키고 땅콩으로 갑질도 했다. 자칫 불편할 수 있는 캐릭터였지만 어떻게 하면 덜 불편할까 생각하며 연기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보이지 않는 노력을 시작했다. 방송 시작 전에는 자신만의 OST를 설정했다. 규태 테마를 비롯해 동백, 용식 테마 곡도 찾아봤다. 감독님한테도 음악을 추천하기도 했다. 오정세가 찾은 규태의 테마는 가수 정우의 ‘외로움’이라는 곡이다. 키워드를 잡고 소품팀에게도 ‘외로움’에 관한 서적을 부탁해 규태의 방을 채웠다.

 

기본적으로 규태는 뽐내고 싶은 ‘허세’가 있는 인물이었다. 보는 사람은 아니지만 노규태만의 ‘멋짐 포인트’를 고민했고, 그렇게 탄생한 게 멜빵 패션이었다. 나름 신경 쓴 하이웨이스트 패션이지만 자칫하면 아저씨들의 배바지로 보일 법했다. 두 벌의 멜빵바지를 제작했고, 멜빵 바지에 허리띠까지 착용하면서 노규태의 스타일링을 완성해갔다. 허리띠를 하더라도 마지막 한 칸은 채우지 않았다. 명품 남방에도 실밥이 나와 있었고, 흰 바지에는 형광색 속옷을 받쳐입었다. 양말은 뒤집어 입기 일쑤였다.

 

그는 “흔히 정장을 입었을 때와 군복을 입었을 때 자세와 행동, 말투까지 달라지지 않나. 그런 의미”라고 했다. “철저히 준비했지만 일부러 티 내진 않았다. 화면에 클로즈업해 비치진 않았지만 풀샷에 스치듯 잡히면 보석처럼 뿌듯했다”고 미소 지었다. 모른 채 지나칠 법한 장면이지만 대사 하나, 의상 하나 놓치지 않고 규태를 만들어낸 그의 노력이 엿보였다. 

오정세는 “유독 이 작품의 대사는 손대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하나였다. ‘대본을 100% 구현 하고 싶다’는 것. 작가는 오정세에게 ‘규태도 좋은 사람이에요’라고, 감독님은 ‘당신 마음대로 연기하라’고 했다. 배우에게 큰 날개가 되는 말들이었다. 그래서 더 자유로워졌고, 감사한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노규태만을 두고 봤을 때는 아쉬운 부분들 있었다. 대본대로 구현하고자 샤워하는 신 하나조차 여러 번 리허설을 했다. 거품이 얼마나 묻어야 할지, 한쪽 눈을 가려야 할지, 찰나의 디테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과하지 않게 노규태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것이 오정세에게 주어진 숙제였다. 

 

극 중 노규태는 별것도 아닌 ‘땅콩’을 준다는 말에 훅 넘어간다. 동백이와의 전투를 끝내고 “전세로 바꿔줄까”라며 너스레를 떤다. 그러나 이 대사 하나조차 쉽지 않았다. “자칫 잘못하면 예전 철없던 규태의 갑질로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지만 전세를 언급한 건 ‘고마워!’라는 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미묘한 듯 큰 차이를 줄 수 있는 단어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오정세는 “글이랑 많이 싸우는 편”이라며 멋쩍은 미소를 보였다. 

오매불망 “땅콩 서비스”를 부르짖던 그는 ‘노땅콩’이라는 웃지 못할 별명도 얻었다. 그렇다면 노규태에게 땅콩은 어떤 의미였을까. 오정세는 “외로움을 타는 규태가 칭찬받고 싶은 마음을 땅콩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규태의 성향을 전달해 줄 수 있는 매개체였다”고 답했다. 땅콩으로 발발한 갈등이 땅콩으로 마무리되는, 그야말로 ‘노땅콩’만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밉지만 밉지 않았다. 웃기지만 마냥 우습지도 않았다.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며 땡깡을 피우는 노규태였지만 토닥토닥 해주고 싶은 인물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노규태가 스며든다’는 의미로 ‘규며든다’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과연 노규태의 폭발적인 인기를 예상했는지 묻자 그는 “사실 초반에 규태는 ‘불편한 새끼’일 수 있다. 그래도 사랑해주시니 뿌듯한 마음도 있고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규태를 좋아하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의 댓글이 자신감이 많지 않더라”고 웃음을 터트렸다. 

 

전무후무한 노규태 캐릭터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오정세. 끝으로 그에게 ‘인간 오정세’는 어떤 사람인지 질문을 던지자 그는 ‘모나지 않고 싶은 사람’이라고 답했다.

 

“조심스럽고 부딪히는 걸 싫어해요. 마찰이 싫어 구석이 제일 편한 사람이죠. 정말 유쾌한 오정세도 있고, 무미건조한 오정세도 있고. 항상 달라요. 술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예요. 한없이 밝을 때도 있고,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오정세도 있어요. 요즘은 취미를 찾으려 돌아다니고 있어요. 처음엔 목소리에 꽂혀 공연장에 가봤는데 분위기가 묘하더라고요. 나만 볼 수 있는 경험들을 통해 배우로서의 재료를 쌓는 중입니다.”

 

‘동백꽃’ 방영 중 지하철을 탔던 그는 신기한 일을 경험했다. 퇴근 시간 교통체증으로 인해 ‘지옥철’에 올라탄 그의 주변엔 휴대폰으로 ‘동백꽃’을 시청하고 있는 승객들이 많았다. 하지만 ‘노규태’를 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했다고. 그는 “묘한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그에게 ‘동백꽃’은 너무 큰 선물이 됐다. 다음 작품이 더 큰 선물이길 바라지만 그는 “항상 계단처럼 올라가진 않는다”며 겸손한 답을 내놨다. 바로 다음 작품이 선물일 수도, 혹은 먼 훗날 만나게 될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보다 나은 자신을 찾아가려 노력 중이다. 

 

“꽤 느리게 가는 것 같아요. 더 자주, 빨리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5년에 한 번쯤도 좋아요. 그렇지만 아등바등하고 싶진 않아요. 작은 역할이 주어진다 해도 최선을 다하고, 비록 사랑받지 못하는 작품일지라도 그럴 겁니다. 계속 걷다 보면 만나게 되지 않을까요.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저도 기대하면서 걸어갈 것 같아요.”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프레인TPC 제공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