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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10-18 12:00:00, 수정 2019-10-18 12:30:58

    [SW더그아웃스토리]히어로즈 버스만 10년…오병호 기사 “선수들 보면 눈물 나죠”

    • 오병호 씨는 "올해는 진짜 우승 기운이 느껴진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스포츠월드=고척돔 전영민 기자] “조카 같은 선수들이 버스에서 지쳐 쓰러지는 걸 볼 때는 참…”

       

       오병호(48) 씨는 약 10년 전 히어로즈에 입사했다. 구단 버스 기사 직종이 지금은 경쟁률이 치열하지만 당시엔 비교적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그땐 구단 사정이 열악했다. 프런트 직원 모두가 ‘팀이 잘 흘러갈 수 있을까’란 물음을 마음속에 담아둘 때다. 오병호 씨는 막연한 불안감은 한 쪽으로 미뤄둔 채 지인 추천으로 구단과 면접을 봤다. 그리고 강진에서 처음으로 선수단 버스를 마주해 운전대를 잡았다.

       

       남들이 일 할 때 쉬고 쉴 땐 일하는 생활이 힘들진 않았다. 새벽녘에 운전하는 일도 적응을 마친 뒤부턴 괜찮았다. 선수들이 경기장에 들어가 훈련하고 시합을 뛰는 중엔 버스나 홈구장에 마련된 대기실에서 휴식을 취했다. 원정 경기장에선 주로 버스에서 의자를 젖혀 피로를 푼다. 종종 원정길에서 불펜투수들이 휴식을 위해 경기 전 버스를 찾아도 문만 열어주고 실내등만 조절해주면 됐다. 혹서기에 주말 스케줄이 달라지는 일 말곤 큰 고충도 없었다.

       

       정작 힘들었던 것은 선수들 때문이었다. 매 경기를 마치고 이동을 할 땐 선수들이 지쳐 쓰러져있다. 코라도 골면서 편하게 잠들면 좋으련만 예민한 선수들은 지방으로 이동하는 내내 뜬눈으로 버틴다. 몸이 힘든 선수들보다 그들을 지켜보는 오 씨의 마음도 아렸다. “조카 같은 선수들이 버스에서 지쳐 쓰러져서 자는 걸 볼 때는 참 마음이 아프더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도록 하고 싶은데 그마저도 내가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오병호 씨의 바로 뒷자리는 장정석 키움 감독의 전용석이다.

       피곤을 가득 안고서도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은 오 씨에게도 동기부여로 작용한다. 경험이 쌓인 덕에 지금은 선수단이 아닌 장정석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버스를 몰면서도 오 씨는 선수들에게서 큰 힘을 얻는다. 오 씨는 “히어로즈 버스만 10년을 운전했다. (박)병호가 어릴 때부터 나보고 이름이 같다며 ‘병호 아저씨’라고 불렀었는데 이젠 팀의 기둥이다”며 “이젠 팀이 정말 단단하고 묵직하다는 게 느껴진다. 기사로서 느낄 수 있는 기운대로라면 우승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열 개 구단 버스를 모두 합치면 약 40대. 각 구단 기사들 세계에도 일종의 룰이 있다. 우승을 차지한 팀 버스 기사가 전체 모임에서 크게 한 턱 쏘는 게 일종의 문화다. 밤낮을 바꿔 새벽녘에 운전하는 삶을 서로 위로하는 자리이자 우승이란 결실을 맺은 동료를 축하하는 나름의 행사다. 오 씨는 “버스 40대 중 한 대의 운전기사라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이번엔 나도 우승 팀 버스기사로서 동료 기사들에게 크게 한 턱 쏘고 싶다”고 강조했다. 히어로즈맨 오 씨는 한국시리즈 우승 후 선수들과의 하이파이브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오병호 씨는 매일 약 1평짜리 일터에서 선수들의 안전을 책임진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고척돔 전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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