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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의눈] 선수들은 ‘전쟁’치렀는데 ‘평화’의 WC 공동개최? 탁상공론이다

입력 : 2019-10-17 15:04:34 수정 : 2019-10-17 15: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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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김진엽 기자] 탁상공론(卓上空論).

 

탁자 위에서만 펼치는 헛된 논설이란 뜻으로, 허황된 이론을 뜻하는 사자성어다. 21세기 대한민국 축구계를 잘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다.

 

파울로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축구대표팀은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조별리그 3차전을 치렀다. 지난 1990년 이후 29년 만에 성사된 남북 평양 남자 축구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이번 경기는 초유의 4無(무중계, 무관중, 무득점, 무승부)로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그런데 경기장을 누빈 선수들은 ‘전쟁’같았던 90분을 치렀다.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무사히 귀국한 벤투호 에이스 손흥민(27·토트넘)은 “거친 상황이 많았고 기억하기도 싫은 욕설도 오갔다. 부상 위험까지 컸다”며 일촉즉발의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사령탑 벤투 감독 역시 “좋지 않은 경기”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단장으로 이번 평양행을 이끈 최영일 대한축구협회(이하 KFA) 부회장은 “전쟁 같았다”는 말로 모든 걸 설명했다.

 

 

그라운드를 누빈 선수들은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경험이라며 혀를 내두르는데, 이들을 지켜줘야 할 이들은 동상이몽을 하고 왔다.

 

정몽규 KFA 회장은 벤투호와 함께 북한에 가 지아노 인판티노 FIFA 회장 및 김장산 북한축구협회 사무총장을 만나 2023 FIFA 여자 월드컵의 남북 공동개최 추진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갑작스레 진행한 사안은 아니다. 꾸준하게 이야기가 나왔던 부분이고 이번 평양에서 이 부분을 다룰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 KFA가 여자월드컵 개최를 위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유치를 철회할 정도로 공을 들이던 일이다.

 

다만 시기나 과정이 적절치 않았다. 21세기 IT 강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자국 팬들은 선수들이 뛰는 모습도 중계로 보지 못하고, 선수들의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평화’를 위한 월드컵 공동개최를 논한 건 어불성설이다.

 

 

이번 평양 원정을 이상적으로 잘 치르는 게 먼저였는데 그건 뒷전이었다. 선수들과 팬들이 존중받아야 하는 기본도 지키지 못한 상황에서 이상만 이야기했다. 말 그대로 탁상공론이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공동개최인지부터 생각해야 할 때다.

 

wlsduq123@sportsworldi.com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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