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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시선] 故설리의 비보…‘베르테르 효과’ 방지하려면

입력 : 2019-10-15 14:14:39 수정 : 2019-10-15 19: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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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가수 겸 배우 설리의 비보가 전해지자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설리 사망사건 보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관련 보도가 국민의 알 권리를 보호해 준다는 차원에서 의미를 가질 수는 있으나, 그 내용과 보도 방식이 자극적일 경우 사회에 불안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발표한 언론의 ‘자살보도 권고기준 3.0. 5가지 원칙’에 따르면 관련 기사 제목에 자살을 의미하는 표현을 지양해야 한다. 사건의 구체적인 방법이나 동기, 사진이나 동영상 공개도 마찬가지다. 유명인 관련 보도의 경우 더욱 엄격하게 준수해야 한다는 지침이 있었다. 이 같은 원칙에 따라 관련 기사에는 자살 예방 핫라인 번호를 비롯해 우울감이 들 경우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희망의 전화, 생명의 전화, 청소년 전화 등의 번호가 첨부돼 있다. 대중들도 ‘베르테르 효과’를 우려해 자살방지 핫라인 배포에 앞장서고 있다.

 

 앳된 얼굴의 소녀로 대중과 처음 만난 설리는 개성 있는 음악과 안무로 에프엑스의 대표 멤버로 활약했다. 가수와 배우, 최근에는 인지도 높은 인플루언서로 14년 동안 대중과 격 없이 소통해왔다. 그런 설리의 극단적 선택이 팬들과 연예관계자들은 충격을 금치 못하는 상황. 나아가 또래의 젊은이들에게 미칠 파장은 이루 말할 수도 없다. 

 유명인의 극단적 선택이 알려지면 가장 먼저 우려되는 것이 ‘베르테르 효과’다. ‘베르테르 효과’는 독일 문학가 괴테가 1774년 내놓은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따라 이름 붙여진 현상으로, 유명인이나 존경 또는 선망하던 인물이 자살할 경우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해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말한다. 실제로 2008년 배우 안재환의 사망 당시 유사한 방법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망자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2008년 2.3%를 차지하던 비중이 2015년 16.3%로 7배 이상 증가했다(통계청, 사망원인통계 자료).

 

 최근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2018년 사망원인통계’를 발표하면서 “자살에는 베르테르 효과, 즉 유명인 자살이 영향을 준다”고 못박았다. 2011년 이후 유명인의 자살이 줄어들면서 통계치도 감소했지만, 2018년 다시 발생한 사건이 영향을 줬다는 것. 통계치에 따르면 1, 3, 7월에 자살률이 증가했고, 그 시기에 유명인의 자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언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어떠한 경우에도 기사에 ‘유서의 내용, 자살수단’ 등을 언급하지 말아달라며 간곡한 요청의 공지를 냈다. 남은 유가족을 향한 배려도 필요하다. 무분별한 억측과 루머가 소중한 가족, 친구를 잃은 유가족과 지인이 겪을 힘든 상황에서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신중하고 분별력 있는 보도는 모방자살을 방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1994년 록그룹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 사망사건 당시 이와 관련된 ‘파파게노 효과(Papageno effect)’가 증명됐다. 사건 발생 이후 행위에 대한 묘사가 아닌 알코올, 마약,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관련 단체들의 활발한 활동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상세한 보도가 오히려 자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방지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설리의 극단적인 선택이 알려지자 몇몇 언론들은 과거 그의 발언을 꺼내 누리꾼들의 관심을 구걸했다. 선을 넘은 기사 제목과 사진의 사용으로 누리꾼들의 집중적인 비난을 받기도 했다. ‘베르테르 효과’과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많은 이들에게 경각심이 촉구된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스포츠월드, 세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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