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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의눈]현주엽 감독에게 예능은 독이었을까

입력 : 2019-10-11 09:00:00 수정 : 2019-10-17 15: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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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예능이나 하세요’처럼 씁쓸한 말이 또 있을까.

 

 프로농구 LG세이커스가 개막 3연패에 빠졌다. 지난 5일 서울삼성과 개막전서 1점차 분패를 당했는데 이후 두 차례 경기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할 수 있다’라는 눈빛을 보인 선수단과 달리 팬들은 “팀은 내팽개치고 예능에만 신경을 쏟았다”며 현주엽(44) LG 감독에게 무차별적인 비난을 가하고 있다.

 

 현주엽 감독을 향한 편향된 비난이 안타깝다. 미흡한 성적을 남긴 수장에게 책임을 묻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무조건 정당한 행동도 아니다. 당장 2019~2020시즌의 시작점을 이제 막 지난 시점이다. 승차 3점을 뒤집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더 긴 연패를 당하고도 시즌 말미에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 경우도 수차례다.

 

 시간을 돌려 보자. 농구의 영광시대는 농구대잔치 시절이다. 햇수로만 20년이 넘는다. 그 때의 인기는 더 이상 구가하기 힘들다. 스포츠의 현재 관심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는 시청률인데 야구 축구는 물론 배구에도 밀린지 오래다. 당시 ‘오빠 부대’를 이끌었던 이상민, 문경은 등이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올스타전엔 행사에도 참여하지만 예전 같지 않다. 2강1중1약으로 굳어진 구도를 깨기 위해 농구계는 ‘노출’을 선택했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경기 내내 마이크를 차고 KBL은 알려지지 않은 오심도 먼저 공개한다.

 

 현 감독도 비시즌동안 한국프로농구를 위해 희생했다. 현직으로 종사하면서 방송에 출연하는 일은 감독 개인에게 양날의 검이다. 아무리 득인 것 같아도 실제론 잃는 게 더 많다. 개인 사생활은 물론 성향까지 드러내야 한다. 실수 하나만 저질러도 입방아에 오른다. 그럼에도 현 감독이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프로농구의 흥행을 위해서였다. 감추고 싶은 부분까지 내놓아야 농구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단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팀 훈련을 소홀히 한 것도 아니다. LG는 비시즌동안 핵심 전력인 김종규가 DB로 이적했다. 당장 핵심 전력이 하나 빠졌는데 그 틈을 방관할 사람이 있을까. 특히 감독이라면 더더욱 그 공백을 메우고자 한다. 이번 비시즌동안 LG에서 누구보다 골똘히 머리를 싸맨 건 현 감독과 코칭스태프다. 지난 시즌과는 다른 새로운 전략과 선수들의 조합을 계획한 일도 코칭스태프의 몫이었다. 세 경기에서만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뿐 구상의 현실화는 언제든 가능하다.

 

 LG는 올 시즌 시즌권 판매율도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다. 수도권 원정 모객도 증가했다. 농구에 대한 관심이 매년 감소하는 추세에 역행했다. 티켓 파워의 비결 중 하나는 방송에서 드러난 현 감독의 진면모 때문이었다. 문득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라는 옛말이 기억난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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