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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현미경]‘류·양·김’의 느린 슬라이더, 타자들은 왜 치기 어려울까

입력 : 2019-09-10 09:00:00 수정 : 2019-09-10 09: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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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프로라면 누구나 던질 수 있는데 아무나 못하죠.”

 

 류현진(32·LA다저스)과 김광현(31·SK), 양현종(31·KIA)은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트로이카’다. 국가대표로서 국제대회에서 우승도 경험했고 KBO리그 역사에 각종 대기록을 남기는 중이다. 류현진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정상급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 몇 년 뒤에 꺼질 불이 아니라 최소 5년은 유지될 삼각편대다.

 

 주목할 건 탈삼진 능력이다. 다양한 구종을 정교하게 구사할 줄 아는데 특히 세 선수는 슬라이더를 구사하며 타자들의 방망이를 헛돌게 만든다. 좌타자를 기준으로 스트라이크존 가운데에서 바깥쪽으로 휘어나가는 궤적은 물론 우타자를 상대로도 종종 몸쪽으로 파고들어 허점을 찌른다.

 

 최근엔 느린 슬라이더로 재미를 보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달 1일 콜로라도전에서 느린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MLB닷컴 공식 구종 집계에선 커터로 기록됐는데 류현진이 직접 느린 슬라이더였다고 설명했다. 악몽과도 같던 로키산맥과의 악연을 끊을 수 있던 비장의 무기였다. 양현종과 김광현은 슬라이더의 구속을 조절해 상대 타자들을 제압하고 KBO리그 최고 투수로 계속 자리하고 있다.

 

 타자들은 ‘류·김·양’의 느린 슬라이더를 왜 치기 어려울까. 답은 타이밍이다. 여러 구종을 구사할 수 있는 투수를 상대하면 타자의 머릿속엔 생각이 많다. 그런데 느린 슬라이더를 구사하면 새로운 구종 추가나 마찬가지다. 기존 슬라이더가 빠르고 변화의 폭이 좁다면 느린 슬라이더는 꺾이는 각이 크다. 같은 투수가 던지는 슬라이더라도 궤적과 구속이 다르기에 구종과 코스를 예측하기도, 방망이를 휘두르기도 쉽지 않다.

 

 SK 최정은 ”타자 입장에서는 공이 날아오는 잠깐 사이에 공의 스피드를 가늠하기 힘들다. 보통 슬라이더면 슬라이더 구종이라고만 생각하고 타석에 선다“며 ”실투가 되는 경우 느린 직구처럼 될 수도 있겠지만 완벽하게 던질 줄 아는 투수라면 타자들이 정말 치기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KT 강백호는 “패스트볼의 제구와 구속 모두 뛰어난 투수가 슬라이더의 구속을 조절해서 던지면 타석에서 타이밍 잡는 것이 정말 어렵다. 특히 속구를 몇 개 보여준 다음 변화구를 던지면 결정적인 카운트를 잡는 공에 타이밍을 잡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느린 슬라이더를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만 구사할 수 있을까. 손혁 SK 투수코치는 KBO리그에서 뛰는 모든 투수가 던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 “아무나 할 순 없다”라는 역설적인 조건을 덧붙였다. “타자의 타이밍도 뺏고 새로운 구종도 하나 더 생긴다고 보면 된다. 이닝을 던지면서 피로도가 쌓였을 때 쉬어가는 개념으로 던질 수도 있다”고 운을 뗀 손혁 코치는 “느린 슬라이더를 던지다가 맞으면 ‘이걸 왜 던졌지’라는 생각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보통 선수들은 시도하지 않는다. 그 공을 던져서 맞더라도 맞았다는 생각보다 ‘다른 공을 던져도 맞았겠다’라는 생각을 할 줄 아는 투수들이 주로 구사한다”고 설명했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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