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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왕’ 따라하다 관절 골병든다 [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입력 : 2019-09-03 18:46:36 수정 : 2019-09-03 18:4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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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가을이다. 주변 하천이나 공원을 지나다 보면 초가을을 맞아 산책을 나온 사람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요즘과 같이 화창한 날씨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면 바쁜 일과 중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몇 시간이고 걸어 집에 갈 수 있을 것만 같다. 마치 영화 ‘걷기왕’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영화 걷기왕은 자동차, 열차, 선박 등 교통수단에만 타면 멀미를 하는 독특한 증상을 가진 17살 소녀 만복(심은경 분)의 이야기다. 만복은 이 독특한 질환 때문에 매일 왕복 4시간이나 되는 등하굣길을 걸어 다닌다. 이를 본 담임선생님이 권유한 ‘경보’에 만복은 별 생각 없이 육상부에 들어가지만, 육상부 선배 수지(박주희 분)는 경보를 취미로만 여기는 만복을 호되게 질책한다. 육상부를 그만둔 만복은 자신이 어느 곳에 목표를 두고 걸어 나가야 할지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다.

자생한방병원장

항상 씩씩하게 지내는 성격이 만복의 장점이나 하루 종일 걷고 집에 돌아온 그녀의 얼굴에는 어느새 웃음기는 사라지고 피곤함만이 가득 차있다. 그녀의 처지가 안쓰럽게 느껴지는 장면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만복의 증상은 향후 그녀가 오랫동안 건강히 사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걷기는 별 것 아닌 행동이라 여겨지기 쉽지만 척추·관절을 치료하는 한의사의 입장에서는 부담 없이 전신을 사용할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유산소 운동이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고 자연스럽게 근력, 지구력, 심폐 기능을 기를 수 있어서다. 또 걷기는 골질량을 늘리는 효과도 있어 특히나 뼈와 근육이 약한 노인들에게 가장 추천되는 운동법이기도 하다. 걸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활력과 스트레스 해소는 덤이다.

평균적인 성인의 걷기 속도는 시속 5㎞ 정도다. 만복은 매일 4시간씩 총 20㎞를 걷는 셈이다. 열량을 계산하면 걷는 것 만으로 800kcal 이상을 소모한다. 다소 과하다 생각될 수 있지만 4살부터 10년 이상을 걸어만 다녔던 만복의 몸은 이미 상당히 단련된 상태일 것이다. 노후 건강을 위한 준비에 이보다 좋은 것이 더 있을까.

걷기가 몸에 좋다고 해서 무작정 걷기만 하는 것은 되려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 기초 체력이 다져지지 않은 상태에서 만복처럼 하루 2시간을 걷는 것은 몸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또한 걷는 자세가 나쁠 경우, 걸을수록 체중 부하가 특정 부위로 쏠려 디스크(추간판) 질환이나 무릎 관절염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걷기의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맞는 운동 시간과 바르게 걷는 자세를 숙지해야 한다.

올바른 걷기 자세는 시선을 정면에 두고 가슴과 허리를 곧게 편 상태다. 고개를 숙인 채 걸으면 보행 시 발생하는 충격을 척추가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발을 내디딜 때는 뒤꿈치, 발바닥, 발가락 순으로 땅에 닿도록 하고 발가락을 이용해 땅을 박차고 나간다는 느낌으로 걷는 것이 좋다. 그래야 하지를 골고루 사용할 수 있고 무릎이 받는 부담도 적다. 어깨를 수평으로 맞추고 가볍게 양팔을 흔들면서 걸으면 척추 균형을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직장인과 학생들의 경우 보통 하루 평균 4000보 이하를 걷는다고 한다. 거리로 환산하면 2㎞ 정도에 불과하다. 종일 의자에 앉은 상태로 혹사 당한 척추·관절들의 피로를 풀어주기에는 너무 짧은 거리가 아닐 수 없다. 창 밖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점차 선선하다. 오늘 퇴근길부터는 집에 들어가기 전에 동네 주변을 돌아보며 몸과 마음 건강을 챙겨보는 것은 어떨까.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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