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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독한B다이어리] 음주 도박 약물 파손… 야구만 잘하면 괜찮아

입력 : 2019-08-08 07:11:00 수정 : 2019-08-08 14: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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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불법도박, 음주운전, 금지약물 복용, 기물 파손 및 욕설. 이 모든 것이 멀리 있지 않다. 프로야구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그래도 야구만 잘하면 된다. 본질적인 문제는 야구만 잘하면 용인하는 풍토이다. 심각하고 진중하고 바라봐야 한다.

 

프로야구 KBO리그는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프로스포츠이다. 규모 면에서 가장 많은 선수와 프런트, 코칭스태프를 보유하고 있다. 10개 구단의 매출액만 해도 5200억원이 넘는다. 관중도 매년 700~800만명이 경기장을 찾는다. 구단별로 차이가 있지만, 최대 100억원 이상의 입장 수익을 챙긴다. 여기에 광고, 상품, F&B(구장 내 식음료) 판매 수익까지 나온다. 규모나 경제면에서 한국 프로스포츠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결과물은 프로야구계 모든 관계자 노력과 함께 야구를 좋아하는 ‘팬’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팬을 존중해야 해야 한다. 단순히 야구단을 잘 운용하고, 팬 서비스에 적극적인 것만 뜻하는 것이 아니다. 선수가 야구를 잘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외적으로 그라운드 안팎에서 펼치지는 행동과 사안들이 팬과 사회에게 미칠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도 존중이다. 프로야구 선수를 ‘공인’의 범주에 포함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프로야구는 이러한 영향력을 등한시하는 분위기이다. 음주운전 적발이 매년 발생하고 있고, 불법도박은 물론 금지약물 복용까지 사건 및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툭하면 그라운드에서 상스러운 욕설을 퍼붓고, 심지어 기물을 파손하는 일까지 발생한다.

그래도 야구 선수로 활동하는 데 문제가 없다. 규정에 따른 처벌을 받으면 그만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 그라운드를 누빈다. 최근 키움 박동원은 원정 숙소에서 여성과 함께 술을 마셨다가 구설에 올랐다. 법원까지 출입했다. 무혐의로 끝나면서 그라운드에 돌아왔지만, 얼마나 자숙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 와중에 어린이 팬이 가득한 그라운드에서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부었고, 구장 기물을 파손했다. 박동원은 2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하라는 징계를 받았다. 자숙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온다. 가을 야구를 즐길 기회는 여전히 그에게 남아있다.

 

전 SK 소속 강승호와 전 LG 윤대영은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유니폼을 벗었다. 최근 키움 쉐인 스펜서 퓨처스 감독도 같은 절차를 밟았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사회 분위기로 구단이 퇴출하고, 스스로 옷을 벗어 야구판을 떠났다. 그러나 과거 음주운전 적발에도 팀의 핵심 선수라는 이유로 여전히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는 존재한다.

삼성과 계약을 맺고 KBO리그로 돌아온 오승환 역시 불법도박 혐의로 징계를 받았다. 삼성은 출전 정지 징계를 교묘하게 피해가기 위해 올 시즌 출전이 불가능한 오승환과 서둘러 계약을 마치면서 선수 등록을 했다. 오승환은 시즌을 마무리하는 2개월 동안 약 3억원의 급여를 받는다. 사회 물의를 일으킨 선수지만, 진정성 있는 사과 한 번 없이 무노동 임금을 받게 됐고, KBO리그에서의 선수 생활도 지장이 없다.

 

물론 저마다 이유는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탈의 순간을 갈망하기도 한다. 선수 역시 공인이지만, 누구나 실수나 잘못을 할 수도 있다는 잣대로 바라볼 필요도 있다.

 

우리가 논의해야 하고, 다시 생각 볼 ‘본질’은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 이처럼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는 사건 사고를 방지할 수 없는 구단의 방향성과 KBO의 규정에 있다.

 

박동원은 욕설하고, 기물을 파손하는 일탈 행위를 저질렀지만 다음날 버젓이 경기에 출전했다. 감독도 구단도 팬에게 미칠 심각하나 영향력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음주운전을 하고, 금지 약물을 복용했던 선수가 진정성 있는 반성을 위해 어떤 고민을 했고, 구단은 이를 얼마나 진중하게 생각했는지도 의문이다. 징계에 따른 사회봉사 이외 자발적인 사회 공헌 활동을 한 선수는 얼마나 될까. 징계만 받으면 끝이다.

 

오승환 건도 마찬가지다. KBO는 리그에 활동하지 않는 선수를 보여주기 식으로 징계를 내리고, 이후 발생한 일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 야구협회는 이러한 사안을 알면서도 국가대표팀에 합류시켰다. 구단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오승환과 계약을 하기 전에 이러한 논란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했어야 한다. 오승환의 복귀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규정을 피해 가려 하면서도 진정한 사과 절차 한 번이 없다는 현실을 꼬집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프로야구는 매년 음주와 약물, 도박, 폭행 등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선수를 비난하고, 비난하는 팬을 다시 비난하고, 갑론을박의 논쟁을 펼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래도 구단은 선수를 이용하고, 선수는 연봉을 받으며 그라운드를 달린다. 심각한 문제이다. 실질적인 징계, 진정성 있는 반성이 이뤄지는 규정이 필요하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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