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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7-31 11:17:51, 수정 2019-07-31 11:17:49

    [SW신간] 가장 인간적인 군주 세종의 좌절과 고뇌… ‘나랏말싸미’

    • [스포츠월드=김대한 기자] 영화라는 ‘환상의 공간’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영화가 ‘하나의 가능한 세계’를 창조한다면 시나리오는 환상의 공간을 창조하기 위한 첫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각본가는 러닝타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완결된 이야기 구조를 설계하고 메시지를 담아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각본가는 무수히 많은 이야기의 곁가지를 검토하며, 어떤 이야기는 살리고, 어떤 이야기는 쳐내면서 시나리오를 완성한다. 이를 위해 각본가는 수많은 자료를 검토해 자기가 창조하는 세계에 ‘논리적 완결성’을 부여하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비로소 ‘하나의 가능한 세계’가 창조된다.

       

      영화 ‘사도’와 ‘나랏말싸미’의 각본가 이송원은 자신이 쓴 시나리오에 해설을 다는 새로운 형식의 책을 펴냈다. 문예출판사에서 이번에 출간한 ‘나랏말싸미 맹가노니’는 영화 ‘나랏말싸미’ 각본가인 이송원이 시나리오 창작 과정에서 참고한 자료와 각본가로서 자신의 경험과 소회 등을 담은 책이다. 이송원 작가는 시나리오를 신별로 구분해 각 신마다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역사 자료를 어떤 방식으로 참고했는지, 드라마타이즈를 위해 어떤 부분은 부각시키고 어떤 부분은 생략했는지를 생생하게 담고 있어 일반 독자뿐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은 물론 창작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나랏말싸미’ 후반작업 과정에서 편집된 장면의 시나리오도 담고 있어, 영화를 먼저 본 독자들에게는 영화와 시나리오를 비교해서 읽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세종대왕은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1위에 몇 년째 오르는 인물이다.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위인’이고, 게다가 세종대왕을 다룬 드라마와 영화는 이미 많이 만들어진 상황에서 한글창제 과정을 담고자 한 영화 ‘나랏말싸미’의 시도는 다소 익숙해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송원 작가는 한글창제 과정을 새롭게 영화로 만들고자 한 이유를 책의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영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반영하지만 그와 구별되는 ‘하나의 가능한 세계’다. 남은 목숨과 바꿔서라도 쉬운 문자를 만들려는 분투 끝에 위대함의 반열로 진입하는 인간 이도(세종의 본명)의 험난한 여정을 우리는 그리고자 했다. 그 길의 동반자로 신미(信眉)라는 실존인물에 주목했으며, 세종과 맞서고 협력하고 격돌하는 영화적 캐릭터로 탈바꿈시켰다. 신미 캐릭터는 세종의 내면에 도사린 그림자를 분리하여 인격화한 ‘또 다른 자아(alter ego)’다. 세종의 마음속에서 벌어졌을 치열한 싸움을 외면화한 상대역으로 신미를 바라볼 수 있다는 얘기다. 임금이 친히 언문 28자를 만들었다는 1443년 12월 30일자 실록기사 이전의 역사공백을 개연성 있는 허구로 재구성한 작업의 요체다”

       

      비록 촬영본에서는 편집되었지만, 시나리오가 세종의 죽음에서 시작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22쪽). ‘세종’이라는 묘호를 두고 정인지와 문종이 대립하는 첫 번째 신은 조선시대 역사상 가장 뛰어난 왕이라고 칭송받는 세종이 당대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한다. 이 신은 ‘성군 프레임’으로는 미처 설명할 수 없는 세종의 좌절과 고뇌를 보여준다. 이송원 작가가 시나리오를 구상하며 주목한 지점은 바로 그 부분이다. 이송원 작가는 좌절에 빠진 세종이 시력과 남은 목숨까지 바꿔가며 문자를 만들며 위대해져가는 과정을 극화함으로써,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의 어려움과 가치를 영화 속에 담으려 했음을 이 책에서 밝힌다.

       

      이송원 지음. 400쪽. 문예 출판사

      kimkore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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