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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쇼비즈워치]‘프듀 101’ 그리고 ‘엑스원(X1)’의 난제

입력 : 2019-07-21 17:21:43 수정 : 2019-07-22 08: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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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듀스 101’ 시즌4, ‘프로듀스X101’(이하 ‘프듀X’)이 지난 19일 자정을 넘겨 최종화를 마무리 지었다. 여기서 선발된 11명 멤버들은 이제 ‘엑스원’이란 이름으로 그룹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계약기간은 ‘프로듀스48’(이하 ‘프듀48’)의 배인 5년. 2년 반은 전임, 나머지 2년 반은 본래 소속사 그룹과 겸임가능 조건이다.

 

일단 프로그램 성적부터 살펴보자. ‘프듀X’ 최종화는 3.8%(AGB닐슨)로 자체 최고시청률을 기록, 시즌3 ‘프듀48’의 3.1%는 넘겼다. 그러나 전체 평균시청률로 보면 역대 최저다. ‘프듀48’ 2.33%, ‘프듀X’ 2.28%다. 미디어 화제성도 전 시즌 중 최저 수준이다. ‘프듀48’은 ‘지금 한일관계라면 방영 자체를 못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당시에도 숱한 논란들을 불러일으키며 미디어 화제성이라도 높았다. 덕택에 몇몇 연습생들은 포털 뉴스페이지를 여러 번 장식했고, 인지도 자체는 높았다. ‘프듀X’는 그런 대중적 인지도도 크게 떨어진다.

 

물론 그렇다고 데뷔 팀 엑스원 미래가 암담하긴 얘긴 아니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프듀48’ 배출 아이즈원도 암담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아이즈원은 현 시점 가장 핫한 걸그룹 중 하나로 꼽히며 3대 기획사 걸그룹 바로 다음 자리까지 치고 들어왔다. 결국 지금 같은 ‘팬덤이 곧 대중성’ 시대 관건은 ‘탄탄한 사전팬덤’ 성립여부란 얘기다. 그리고 그런 차원에서라면 역대 최저 평균시청률 ‘프듀’가 배출한 엑스원 역시 미래가 절대 어둡지 않다. ‘프듀X’도 팬덤 하난 탄탄히 굳힌 듯한 지표들이 여럿 보여서다.

 

일단 TV 화제성 분석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비드라마 화제성 지수에서 ‘프듀X’는 방영 시작부터 연속으로 1위 자리를 고수해왔다. 팬덤의 뜨거운 인터넷 포스팅 열기를 말해준다. 네이버캐스트 관련 동영상 중 1000만 뷰 콘텐츠도 등장했다. 팬덤 스트리밍 없이는 달성하기 힘든 수치다. 최종투표 관련 각종 이벤트 열기 역시 과열됐단 느낌까지 들 정도로 뜨거웠다. 엑스원도 아이즈원처럼 일단 탄탄한 팬덤을 바탕으로 시장에 안착한 뒤, 거기서부터 천천히 대중성을 확보해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대체로 대중적 차원에서 확장성 있는 멤버들이 뽑혔단 평가여서, 역시 아이즈원처럼 데뷔 후 대량유입도 기대해볼 만하다.

 

그러나 그래도 ‘프로듀스 101’과 엑스원 미래에 여전히 난제는 남아있다. 프로그램 콘셉트 전반적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란 인상이 짙다.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다.

 

먼저, 엑스원 미래는 그렇다 치고, 대체 ‘프로듀스 101’은 앞으로 어떻게 상황을 헤쳐 나가야하느냐는 점이다. 언급했듯 ‘프듀X’는 역대 시즌들 중 평균시청률 최저다. 엄밀히 말하자면 평균시청률 차원에서 ‘프로듀스 101’은 시즌을 거듭하며 꾸준히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차례로 3.02%=>2.97%=>2.33%=>2.28% 순이다. 여성 시청층이 다수인 아이돌 관련 프로그램 특성상 ‘남자편’ 최종화 시청률이 ‘여자편’보다 높다는 전제 하에서도 문제가 점점 커진다. 차례로 4.4%=>5.2%=>3.1=>3.8%다. ‘프듀X’까지 가면 ‘여자편’ 시즌1 최종화보다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한 마디로 모든 지표가 전반적 하락세를 말해주고 있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프로듀스 101’처럼 극단적으로 포맷이 정형화된 프로그램은 당연히 피로도도 그만큼 높다. 거기다 유사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여러 방송사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기에 더더욱 그렇다. 그에 맞물려 출연자 섭외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아무리 아이돌 연습생 100만 시대라 해도 그렇게까지 유사프로그램들이 난무하면 출연자 인력풀 차원에서 될성부른 인재는 고갈되게 마련이다.

또 시즌을 거듭할수록 배출 팀 계약기간이 길어지고 있어 각 기획사들 입장에서 부담이 커진다. 이에 자신들이 스스로 데뷔시킬 ‘진짜’ 인재들은 숨겨놓고 ‘프듀용 연습생’들을 따로 내보낸단 얘기까지 들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시즌이 거듭될수록 연습생들 실력 논란은 점차 심해지고, 그만큼 무대경연을 통한 유입 시청층 확보도 곤란을 겪는 상황이다. 이러니 시청률 및 대중적 파급력 차원 지표들이 안 떨어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런 식이면 데뷔 팀은 살 수 있어도 프로그램 자체 생명력은 끝나버리는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다. 시청률이 끝 간 데 모르고 떨어지기 시작하면 일단 편성가치부터 의심받게 된다. 더구나 ‘프로듀스 101’은 제작비가 많이 드는 프로그램이다. 그 정도 규모로 그렇게 파격적 편성을 취해 내놓은 프로그램이 그저 데뷔 팀 팬덤 신규유입용 과거 동영상 정도로 내려앉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데뷔 팀 흥망과 관계없이 일단 ‘프로듀스 101’부터 살아야 한다.

 

한편 배출 팀 관련으로도 난제가 낀다. 해외반응 차원에서다. 해외 K팝 팬덤도 이달의소녀 등 특이한 경우들을 제외하곤 대부분 한국 반응을 토대로 트렌드를 움직인다. 그런데 한국서 대중적 차원 열기가 점점 떨어져가니 해외 반응이라고 딱히 다를 리 있겠느냐는 것.

 

‘프듀X’ 트위터 공식계정 리트윗 수부터가 이전과는 다르다. 시즌2 절반 혹은 그 이하 수준이다. 유튜브 등 반응 역시 이전보다 크게 저하된 분위기다. 데뷔 팀 목표로 무려 ‘빌보드 진출’을 내건 ‘프듀X’라면 더더욱 문제가 된다. 오직 일본 야후재팬 실시간 검색어에서만 최종화 직후 수위를 차지했을 뿐인데, 기존 K팝 팬들 반응이 일제히 몰린 현상이지 ‘프듀48’처럼 신규 팬층을 생성시켰단 흐름은 아니다.

 

위 두 가지 난제는 사실 해결책이 미묘하다. 프로그램 유통기한 자체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정부분 ‘방어책’ 정도는 생각해볼 만하다. ‘프듀48’이 택했던 방향의 확장 버전, 즉 ‘글로벌 오디션’ 개념이다.

 

물론 ‘프듀48’처럼 특정국가에 ‘몰빵’하는 합작형식은 이제 기대하기 힘들다. 동아시아 국제정세는 늘 일촉즉발 시한폭탄이다. 지금도 한일관계는 냉각될 대로 냉각된 상황이고, 그 전, 국내 중소기획사들을 붕괴시킬 뻔했던 중국 한한령 역시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그밖에 여타 아시아 국가들과도 위험요소가 없지 않다. 결국 ‘글로벌’ 기치 아래 위험을 분산시키고 그 영역을 확장시키는 작업이 관건인 셈인데, M.net 측은 이미 그 초기모델을 한 번 보여줬다. ‘프듀X’ 최종화 바로 전날 스페셜 방영분까지 모두 완료한 ‘유학소녀’다.

 

결국은 미국, 유럽대륙까지 가야한단 얘기다. 그런 ‘글로벌’ 콘셉트가 국내 화제성 및 해외 관심도 제고에 훨씬 유리하다.

 

일단 해외를 생각해볼 때, 일본 위성방송에서 대박 친 ‘프듀48’ 경우처럼, 충분히 선전하며 오히려 새로운 상업논리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하다못해 ‘유학소녀’마저도 해외 K팝 팬들 관심은 국내 주목도에 비해 놀랄 정도로 뜨거웠고, 이처럼 ‘소리 없는 반향’에 힘입어 유학소녀 싱글 ‘팝시클’ 뮤직비디오 역시 유튜브 공개 10일 만에 240만 뷰가량을 기록하고 있다. 웬만한 중소아이돌 반응보다 훨씬 크다.

 

나아가 국내에서도 일정수준 이상 방어가 가능할 듯 보인다. 방영 당시 역대최저 시청률로 비난받던 ‘프듀 48’도 지금은 ‘그나마 잘 방어한’ 시즌으로 평가되는 실정이다. 기존 시청주류를 이루던 각종 여초 아이돌 커뮤니티에서 ‘언금(언급금지)’ 흐름까지 나왔는데도 그 정도였다. 애초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유튜브 채널 ‘영국남자’ 등 한국문화에 대한 해외반응과 그 관계들을 조망하는 콘텐츠는 여전히 한국서 인기다. 역시 한국 같은 ‘수출신앙’ 국가에서 ‘글로벌’은 늘 화제성과 관심도가 높다. ‘유학소녀’ 역시 웬만한 인기 아이돌그룹 리얼리티 시청률인 0.3~0.5% 정도는 꾸준히 확보했었다.

 

‘프로듀스 101’은 사실 인기만큼 비판도 끊이지 않던 프로그램이다. M.net을 운영 중인 엔터테인먼트 공룡 CJ ENM 측에서 그 영향력을 무기로 중소기획사들을 압박해 장사하는 프로그램이란 오명이 늘 따라붙었다. 물론 서로 간 이해가 맞아떨어져 4시즌씩이나 이어온 것이겠지만, 어찌됐건 ‘공룡들’에 민감한 대중시각에서 이 같은 콘셉트는 대기업 산하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걸 맞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비판도 이어졌던 것이다.

 

대중시각에서 CJ ENM 같은 대기업에 기대되는 역할은 따로 있다. 중소기업 수준에선 좀처럼 시도해보기 힘든 리스크 높은 실험, 새로운 개척들을 하나둘 실행해가며 새 파이를 개발해내는 역할이다. 그 실험이 일단 성공으로 돌아가면 가장 이득을 보는 것도 역시 CJ ENM 측이겠지만, 여타 중소기업들 역시 새롭게 발견된 파이를 통해 더욱 다양한 사업방안들을 마련해볼 수 있다. 시장은 그렇게 매번 새로운 활력을 얻어내며 살찌워질 수 있다.

 

어찌됐건 지금은 K팝 업계 전체에 ‘글로벌’에 대한 대범하고 체계적인 역할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우물 안 개구리로 서로 박수치며 별 탈 없이 지내려 해도 지금 상황에선 실제적으로 그렇게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달리는 자전거가 멈추면 그 자리에 서는 게 아니라, 쓰러지는 법이다. 각종 국제문제 및 인식충돌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어떤 식으로건 ‘K팝 글로벌화’ 개념을 파격적으로 넓혀나가는 게 지금 업계에 절실히 요구되는 방향이다.

 

그리고 결국 그게 ‘프로듀스 101’과 M.net, CJ ENM에 요구되는 방향이기도 하다. 시즌5가 과연 어떤 노선을 취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사진=엠넷 제공, 엑스원 공식 SNS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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