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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의 ‘피·땀·눈물’…무관심의 영역서 ‘자신감’으로 자란다

입력 : 2019-07-22 06:00:00 수정 : 2019-07-21 16:5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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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하람이 14일 오후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1m 스프링보드 결승에서 4번째 연기를 마친 후 머리를 잡고 앉아 있다.

[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무조건 된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나서는 한국 대표팀은 개막 전부터 관심 밖이었다. 한국 수영의 대들보인 박태환이 불참을 선언하는 순간부터 대회에 대한 기대가 꺾였다. 그나마 메달권 진입 가능성이 높은 김서영을 제외하곤 모두 논외였다. 아무도 대표팀에 관심을 갖지 않았고, 선수 한 명 한 명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환경도 좋지 않았다. 대회 성공을 위해선 조직위원회, 연맹, 선수, 관중 등 모든 요소의 합이 맞아떨어져야하는데 출발부터 마찰음을 냈다. 자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인데 지원조차 넉넉지 않았다. 대회 개막 직후 오픈워터 수영 남자 5km 경기에 나선 백승호의 수영모에는 펜으로 ‘KOR’가 쓰여져 있었다. 한국 다이빙 간판 우하람의 유니폼 상의 뒷면에는 영문 국가명 ‘KOREA’ 대신 은색 테이프가 붙었다. 대한수영연맹의 졸속 행정은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했고, 선수들은 홈그라운드의 이점 대신 창피함을 품에 안았다.

15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싱크로나이즈드 3m 스프링보드 결승전에서 한국 김수지와 조은비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무관심의 영역’에서 선수들은 이를 갈았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더라도 앞만 보고 달리자는 각오였다. 땀 흘리며 훈련에만 매진했고 대회에 모든 역량을 쏟았다. 그리고 결과를 만들었다. 김수지(21·울산광역시청)는 다이빙 여자 1m 스프링보드에서 동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다이빙 역사상 최초 세계대회 입상이었다. 우하람은 1m·3m 스프링보드 4위, 10m에선 6위로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다. 대회 개막 한 달 전에야 팀을 구성한 여자 수구 팀은 역사적인 첫 골을 기록했고, 아티스틱 수영 팀은 ‘정글북’으로 결승까지 진출했다.

 

 메달이 전부가 아니다. 선수들은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어쩌면 무엇보다 값진 소득을 품에 안았다. 여자 3m 스프링보드에 출전한 조은비(24·인천시청)는 “사실 처음엔 ‘아 안되겠지’라는 생각이었는데 대회를 치를수록 ‘실수만 없으면 무조건 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티스틱 수영 주장 김소진(서울시수영연맹)도 “어려운 점이 많겠지만 이 팀이 계속 유지된다면 다음엔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체 조건과 랭킹 등 세계와의 격차가 눈에 보여도 기죽지 않는다.

18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구 여자부 조별리그 B조 3차전 한국과 캐나다의 경기에서 경다슬이 첫 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냉정히 말해 한국은 ‘다이빙의 불모지’가 아니라 ‘수영 불모지’다. 여전히 갈등의 중심인 연맹과 열악한 환경, 저조한 지원과 관심은 한국 수영의 성장과 약진을 막고 있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직접 울타리를 깨부수고 있다. 무관심의 영역에서도 자신감을 키워나가고 있는 대표팀, 그들의 피, 땀, 눈물이 아름다운 이유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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