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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현의 톡톡톡] please interact

입력 : 2019-07-17 17:45:34 수정 : 2019-07-17 17:4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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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1990년대 말 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공부할 때 시대의 흐름에 따른 커뮤니케이션의 형태를 배우면서 가장 중요했던 말은 ‘interactive’였습니다. 처음에는 매체가 수용자에게 메시지를 한 방향으로만 전달했다면, 이후에는 쌍방향 소통, 인터액티브한 시대가 열려서 수용자들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진다는 의미였죠. 심지어 반응속도도 우편엽서를 통해 며칠 걸려 라디오에 도착하는 신청곡 사연에서, 이제는 라이브 톡으로 방송에 대해 바로바로 이야기하는 시대가 됐는데요. 요즘 모든 정보의 보고라는 유튜브를 보아도, 굳이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사람과 시청하는 사람을 다르게 분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뿐인가요, 드라마도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인물의 행동결과가 달라지는 작품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넷플릭스, 블랙미러).

그런데 이런 쌍방향성이 예술쪽에서도 큰 흐름이더군요. 전시돼 있는 작품에 ‘손대지 마시오’가 아니라 ‘제발 손대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Please interact)라고 적혀있는 것을 생각해보신적이 있으신가요. 상상이 아니라 실화입니다. 루돌프 스팅겔이라는 작가의 ‘무제’ 작품으로, 한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오렌지 카펫이 그 주인공인데요. 일단 작품 가격은 기존의 오렌지 카펫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이구요, 작가는 작품을 설치해 놓았을 뿐, 작품을 관람하는 관객들이 손과 손가락을 이용해 카펫에 그림을 그리거나 긁어서 완성되는 작품입니다. 물론 관객들이 계속 움직이다 보니,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살아있는 예술이라 부를 수도 있겠죠.

2003년 전시관 안에 태양을 띄워 유명해진 올라퍼 엘리아슨 또한 올해 런던에서의 전시회를 완성하는 것은 관객이라는 콘셉트인데요. 그는 관람객들이 예술작품을 느끼고 교감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의미를 중요시하는 아티스트이다보니, 관객이 직접 빛, 수증기, 연기, 물등을 과학 실험처럼 경험하는 전시물도 많구요. 관객이 조명 속으로 혹은 거울 속으로 들어가서 새로운 그림을 아름답게 완성하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당장 내일에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감히 “예술이 어떻게 변할거야”라거나 “사회는 이렇게 바뀔거야”라고 확언할 순 없지만, 무엇이든지간에 “관심을 갖는 만큼 보이고, 직접 참여하는 만큼 달라진다”는 명제는 모두 적용될 수 있는 말 아닐까요.

류시현 배우 겸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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