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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비하인드] 물병 든 박경수와 로하스…이강철 감독의 속마음은 ‘안도’였다

입력 : 2019-07-04 20:03:57 수정 : 2019-07-04 21:2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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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수원 전영민 기자] “이기는 순간, 의미 있는 날은 선수들하고 다 같이 즐기고 싶어요.”

 

지난 2일 수원KT위즈파크. 삼성과의 3연전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이강철 KT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방송사와 승장 인터뷰를 가졌다. 팀 창단 최다 연승 기록인 6연승을 기록해서다. 팀 성적과 최근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박경수와 멜 로하스 주니어가 물을 한가득 안고 다가왔다. 축하한다는 의미로 물을 뿌리기 위해서였다. 인터뷰 중 이강철 감독이 겨우 손사래를 치며 말린 끝에 물벼락은 없었다.

 

사실 선수들이 경기 종료 후에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할 때엔 다른 선수들이 몰래 다가가 물을 뿌리거나 생크림을 얼굴에 묻히는 경우가 많다. 아이스박스를 통째로 들고 와 끼얹는 경우도 있고 생수병과 음료수 페트병으로 간단하게만 처리할 때도 있다. 특히 KT는 강백호와 김민혁, 김민 등 어린 선수들이 망설임 없이 이러한 역할을 자처해왔다. 그런데 감독에게까지 같은 방법으로 축하를 전하는 경우는 드물다. 자칫 감독의 권위라는 선을 넘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박경수와 로하스가 물병을 들고 다가오던 모습은 이 감독의 머릿속에 잔상으로 남았다. ‘선수들과 거리가 많이 좁혀 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무리 한 팀의 일원이라도 감독과 선수 사이에는 알 수 없는 벽이 존재하는 법이다. 반대로 사이가 가까워질수록 터놓을 수 있는 고민거리도 많고 해결 가능성도 높아진다. 신뢰가 쌓이는 만큼 성적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감독이 팀을 유지하기 위해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요소 중 하나임과 동시에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다.

 

손사래를 치면서도 속마음은 '안도'였다. “‘애들하고 가까워졌구나. 내가 여태껏 잘해온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연승을 확정짓는 순간보다 그때가 기분이 더 좋았다”고 운을 뗀 이강철 감독은 “이기는 순간, 연승을 하는 순간 등 의미 있는 날은 선수들하고 다 같이 즐기고 싶다. 1년 내내 가슴을 졸이는 건 마찬가지다. 풀어지지만 않는다면 웃을 일은 같이 웃는 게 좋지 않겠나”고 설명했다.

 

스승과 제자 사이에 신뢰가 켜켜이 쌓이고 있는 KT. 그리고 믿음이 실제로 드러나는 한 장면이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K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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