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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감독이 만드는 '판'…KT가 그 위에서 독기를 품는다 [SW엿보기]

입력 : 2019-07-02 13:00:00 수정 : 2019-07-02 09:4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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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수원, 곽영래 기자] KT 위즈는 31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유한준의 끝내기 홈런으로 3-2 역전승을 거뒀다. 승리를 거둔 KT 이강철 감독이 유한준과 기뻐하고 있다. /youngrae@osen.co.kr

[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조용하지만 강하게.

 

이강철 KT 감독에 관한 평가는 ‘투수 조련’이 주를 이룬다. 마운드가 안정적이어서다. 마무리 김재윤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정성곤에 역할을 맡겼다.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와 이대은이 동시에 빠졌을 땐 마무리 캠프에서 눈여겨본 배제성과 김민수를 선발 자원으로 활용했다. 이대은이 부상을 털고 돌아오자 다시 한 번 클로저를 교체했다. 이 감독은 매번 “머리가 아프다”며 엄살을 부리면서도 마법 같은 마운드 운용으로 고비를 기회로 삼았다. 순위가 5위권에 가까워질수록 이 감독에 대한 주목은 배가됐다.

 

다만 마운드 안정화만으로 KT를 대변할 수는 없다. 예년과 비교해 KT에 분 가장 큰 변화는 ‘끈질긴’ 야구를 한다는 점이다. 패배의식 대신 더그아웃에 자리한 건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다. 선발과 불펜 계투조는 점수를 최소화하고 야수들은 마지막 이닝까지 역전 기회를 만든다. 선발이 일찌감치 무너지는 경우에도 불펜이 버틴 다음 야수들이 점수 차를 좁힌다. 비단 마운드만이 전부가 아니라 선수단 전체가 ‘함께’ 뛰는 야구를 한다. 승리와 패배라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에서의 미세한 차이가 KT를 바꾸고 있다.

 

그렇다면 선수들이 체감하는 이 감독의 진짜 능력은 뭘까. 바로 이 감독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유발하는 ‘경쟁 심리’다. 선수들 사이에 묘한 경쟁 구도를 만든다. 직접적인 질책이나 조언보다 선수들이 직접 체감하도록 유도하는 셈이다. 예컨대 팀의 핵심 전력이더라도 예외적으로 한 번씩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한다. 당연히 경기에 나설 줄 알았던 야수들은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기회에 목말랐던 선수들은 오랜만의 출전에도 인상을 남긴다. 자리를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경쟁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마운드도 마찬가지다. 한 번만 자리를 비워도 ‘내 자리’를 잃는다. 실력을 갈고 닦아 터를 지키는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이 연출하는 ‘판’은 시간이 흐를수록 열기를 더해간다. 강백호가 손바닥 부상으로 빠진 이후에도 4연승을 구가한 비결이다. 심우준은 “사실 매년 경쟁을 해왔지만 올해만큼은 정말 다르다. 감독님이 은근히 경쟁 구도를 만들어놓고 ‘실력을 보여줘라’라고 말하는 느낌이다. 매 경기마다 독기를 품어야만 한다”고 손사래를 쳤다. 선발에서 마무리로 전환한 이대은도 심우준과 느낀 점이 같다. “마운드에서 잘 던지지 못한 날엔 감독님이 일부러 장난스런 말들로 위로해주신다. 선수 개개인을 아껴주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그런데 그런 말들이 오히려 ‘똑바로 해’라는 말로 다가온다”고 웃어보였다.

 

과정이 알차다면 결과도 좋은 법이다. 경기장 안팎에서 KT를 향한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이 감독은 그렇게 내실을 다지고 있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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