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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감사하다”…‘일반인 프로선수’ 한선태의 아주 특별했던 하루

입력 : 2019-06-26 06:30:00 수정 : 2019-06-26 01: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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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잠실 최원영 기자] 모든 게 꿈만 같았다. 한선태(25)에게는 아주 특별한 하루였다.

 

6월25일, 프로야구계는 역사적인 일과 마주했다. 편견의 장벽도 색안경도 모두 허물어졌다. 비선수 출신, 일반인 최초 프로야구선수가 탄생한 것. 주인공은 LG의 사이드암 투수 한선태다.

 

한선태는 엘리트 선수가 아니었다. 부천공고 졸업 후 군 복무를 마치고 나서야 독립리그 파주 챌린저스와 일본 독립리그 도치기 골든브레이브스를 거쳤다. 2019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0라운드 95순위에 극적으로 LG의 지명을 받아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2군에서 19경기 25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0.36으로 호투한 그는 뜻밖의 ‘고속 승진’을 이뤘다. 1군에서 4일간 동행 후 잠시 2군으로 내려갔다가 25일 정식으로 1군에 콜업됐다. 그날 곧바로 프로 데뷔전도 치렀다. 리그 1위 SK를 상대로 패스트볼, 커브, 포크볼을 시험했고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한선태의 이름 옆에 평균자책점 0.00이 찍히는 순간이었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그를 비췄다. 그날 밤 10시50분. 한선태는 불 꺼진 야구장 밖에서 늦은 시간까지 자신을 기다린 팬들과 미니 팬 사인회를 가졌다. 귀에 걸린 입꼬리는 내려올 줄 몰랐다. 그는 한 명 한 명에게 정성 들여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라고 말하며 미소를 머금었다. 마지막 팬과 사진을 찍고 나서야 가벼운 발걸음으로 야구장을 빠져나갔다.

 

 

꿈보다 더 달콤한 하루였다. 한선태는 “1군 등록이 너무 빠른 것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기회가 왔고 한 걸음 나아갔다는 생각에 기뻤다”며 “2군에서 볼 컨트롤과 밸런스가 좋아졌다. 덕분에 짧은 시간 내에 성장한 듯하다”고 웃었다. 이어 “가득염 퓨처스 투수코치님이 ‘긴장하지 말고 정면승부 해라. 도망가는 피칭은 하지 마라. 2군에서 던진 만큼만 해라’라고 하셨다. 그 말을 기억하려 했다”며 “팀 내 동생들은 반말해도 된다고 편히 대하라고 하더라. 다들 친근하게 대해줘 고마웠다”고 전했다.

 

한선태에게는 매일이 ‘배움’의 연속이다. 그는 2군에서도 1군 경기를 부지런히 복기했다. 코치들은 그에게 “우리 팀이 이 상황에서 어떤 작전을 펼쳤나. 너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물으며 한선태의 공부를 도왔다. 그는 “그동안 혼자 운동하며 궁금했던 걸 코치님들에게 전부 물어보고 있다. 요즘엔 같은 사이드암 투수 정우영을 보고 많이 참고한다”며 “배움을 즐기며 더 발전하고 싶다. 모르는 것은 무엇이든 물어보는 습관을 들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선태는 “아직 내게 남은 숙제가 많다. 그래도 즐기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긴장하고 떨기만 하면 잘하던 것도 안 되더라”며 “투구 밸런스를 잘 잡아 점점 더 좋아지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최대한 오래 1군에 붙어있겠다”며 희망을 노래했다.

 

한선태의 야구는 이제 막 시작됐고, 위대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yeong@sportsworldi.com 사진=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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