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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톡] 봉준호는 어떻게 세계를 홀렸을까

입력 : 2019-06-12 07:00:00 수정 : 2019-06-12 11: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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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김재원 기자] 봉준호는 어떻게 세계를 홀렸을까. 지난달 30일 개봉한 ‘기생충’은 두 가족의 대비되는 상황을 통해 빈부 격차를 유려한 기법으로 그려냈다. 앞서 머리 칸과 꼬리 칸으로 양분된 계급 구조를 그려냈던 ‘설국열차’에 이은 사회적 통찰력이 담긴 수작이다.

 

작품성은 해외에서 먼저 알아봤다. ‘기생충’은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는 한국 영화사 사상 최초의 사건으로 국가적인 경사였다. 뿐만 아니라 오는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도전해 볼 만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국내 반응 역시 폭발적이다. 11일까지 737만 3755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또 조만간 1000만 관객을 돌파하지 않겠냐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스코어를 달성할 경우 기존 봉 감독 최고의 흥행작이었던 ‘괴물’(2006년, 1091만 7400명)의 기록도 넘볼 수 있다.

 

-칸에서 호명됐을 때 기분은

 

“계단에서 실족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웃음). 2015년에 발목이 골절돼서 휠체어를 2달 탔다. 오른쪽 발목이 여전히 부실하다. 칸 계단은 가파르기 때문이다.”

 

-어디서 영감을 얻는가

 

“영화와 만화를 많이 본다. 또 영화감독에 관한 책이나 영화에 관한 서적들도 많이 본다. 딱히 나만의 독특한 게 있지는 않다. 평소 일상적인 것에서 더듬이의 예민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책보단 식당에서 옆 테이블 사람의 대화, 들으려고 한 게 아닌데 들려오는 것들, 지하철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인다.”

-‘옥자’에 이어 이번 영화에도 도입부에서 종소리가 나는데

 

“‘옥자’ 때부터 종소리를 넣는 것은 극장 사운드를 체크하기 위해서 넣는 것이다. 어떤 극장은 관리를 잘 안 하거나 설비상의 문제가 있다면 그중 종소리가 다를 것이다. 이걸 사실 널리 알려야 한다. 종소리가 하나라도 안 들리면 항의해야 한다. 미사나 수업 시간이 시작되는 느낌으로 집중력을 주기도 한다. 앞으로 영화에 계속 넣을 것이다. 상가 내에 있는 어떤 극장은 서브 우퍼가 민원이 들어가니까 꺼놓기도 한다. 여러 가지 분통 터지는 일들이 있다. 국가시험을 통해 화질 혹은 음질 공인관리사를 양성해야 한다.”

 

-연극 무대에서 배우를 캐스팅하기도 하는데

 

“이제 그 사실이 알려져서 연극을 보러 갈 때 불편하다. 내가 왔다고 하면 배우들이 달라진다(웃음). 객석에 봉준호 혹은 박찬욱이 앉아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 때문이다. 최대한 티 안 나게 몰래 보고 나오려고 한다.”

 

-촬영 시 양질의 근무 현장을 제공한 것으로 화제가 됐는데

 

“욕심껏 계획을 잘 짜면 된다. 계획적이라면 짜여진 틀 안에서도 다 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의 현장들은 영화 산업 노조랑 정부 기관들이 만들어나간 것이다. 난 그 흐름 속에 평범하게 따라간 것이다. 이제 스태프들이 열악한 상태로 착취당하는 것은 없어졌다. 이제 ‘열악’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덕후(한 분야에 열중하는 이)로 유명하다

 

“덕후는 친구가 많고 인간관계가 원만하면 안 된다. 고립돼야 한다. 스스로든 타의든 외로워야 한다. 또 텍스트로 가야 한다. 덕후는 기본적으로 외롭고 내성적인 사람이다. 사람들은 나를 거부할 수 있어도 책이나 영화는 나를 거부하지 않는다. 반대로 내가 어떤 영화나 책을 미워할 수는 있지만 말이다. 사람한테 집착을 못 하고 인간관계가 잘 안 풀리고 텍스트에 집착하는 것이다. 책 속에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작품 속의 사람이나 그런 것들을 모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슬픈 것이다. 다행히 직업적으로 자양분이 된다.”

 

jkim@sportsworldi.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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