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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인터벤션] 담배 피우는 당신, ‘버거병’ 주의보 … 다리절단 확률↑

입력 : 2019-05-28 03:00:00 수정 : 2019-05-27 16: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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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질환으로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에게 신신당부하는 게 ‘금연’이다. 단순히 ‘건강에 나쁘니 피우지 마세요’의 수준을 넘어 온 힘을 다해 ‘경고하는 것’이다.

 

흔히 담배로 인한 질병 하면 폐암 등 호흡기질환을 떠올린다. 하지만 강력한 혈관수축제인 담배는 혈관에도 치명타를 입힌다. 혈관이 막히면 최악의 경우 다리나 팔을 절단해야 할 수 있다. 이런 증상을 폐색성혈전혈관염이라고 한다. 흔히 ‘버거병’으로 알려졌다. 비단 혈관이 약한 사람뿐 아니라 건강한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최근 내원한 50대 남성은 워커홀릭으로 건강을 돌보기는커녕, 담배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사내에서도 소문난 헤비스모커다. 금융권에서 근무하는 만큼 1분1초가 아까웠다고 한다. 발에 냉기가 느껴졌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했는데, 통증이 점차 극심해졌다. 하지정맥류를 의심했지만 여러 병원을 다닌 끝에 ‘버거병’으로 진단받았다. 생소한 질환명에 당황했고, 조금만 늦었다면 발가락을 절단할 뻔했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다행히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

 

버거병은 건강한 사람의 발이 특별한 이유 없이 서서히 차가워지고 발가락 끝부터 통증이 시작돼 괴사되어가는 병이다. 혈액순환장애로 손발의 말초혈관이 좁아지고 막히면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1908년 오스트리아 태생 미국 의사 레오 버거(Dr. Buerger)의 보고를 통해 연구가 본격화된 만큼 그의 이름이 붙었다. 버거씨병, 버거스병 등으로도 불린다.

 

버거병은 남성에서 흔하며, 환자의 95%가 흡연자다. 50~70대 중장년층에서 호발한다. 여성환자도 과거에 비해 늘었다. 흡연률이 높아지고, 간접흡연이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버거병의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담배는 확실한 외부적 요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담배를 피우며 혈관이 가늘어졌다가 넓어지기를 반복할 경우 동맥은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된다. 혈관수축, 산소부족, 용혈현상까지 일으킨다. 오랜 기간 과도하게 담배를 피우면 손발의 말초혈관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담배를 피울 때 느끼는 몽롱함도 뇌로 가는 동맥이 수축돼 가늘어지고, 이 과정에서 머리에 피가 제대로 들어가지 못해 생기는 현상이다.

 

다만, 흡연자 모두에게 폐암이 생기는 것은 아니듯, 마찬가지로 담배를 많이 피는 사람 전원에게 버거병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담배와 함께 버거병을 유발하는 인자 중 하나가 ‘유전’이다. 담배에 혈관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유전적 특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본·영국에서 시행된 연구에 의하면 버거병 환자에서 면역체계를 조절하는 HLA-A9, HLA-B5, HLA-BW10 유전자를 가진 경우가 많았고, HLA-A12 유전자는 없는 사람이 많다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면역글로불린이 혈액 속에 증가돼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어떤 치료든 마찬가지지만, 초기 예방이 핵심이다. 이미 질환에 노출됐다면 방치하지 말고 골든타임 내에 치료받아야 절단을 막을 수 있다.

 

대체로 초기에는 혈관확장제, 항혈전제 등 약물치료에 나선다. 어느 정도 병이 진행된 경우 상황에 따라 혈관우회술, 혈관성형술 등을 활용함으로써 최대한 발끝 등을 살린다.

 

필자는 인터벤션 치료 중의 하나인 ‘혈관성형술’을 선호한다. 무엇보다 절개 과정이 없는 최소침습 시술이어서 환자의 부담감과 두려움을 다스리는 데 유리하다. 국소마취 후 가느다란 카테터를 주입, 카테터에 달린 풍선으로 좁아진 혈관을 확장시키거나 동맥이 다시 좁아지지 않도록 스텐트를 삽입해 문제혈관을 정상화시킨다. 버거병도 결국 혈관이 막혀 피부과 괴사되는 만큼 막힌 혈관을 제대로 뚫어주는 원리다.

 

손발을 보존하면서 병변 부위만 선택적으로 치료하는 첨단시술이다. 미세하고 가느다란 혈관을 다루는 만큼 고도의 집중력과 인내가 필요한 세밀한 시술이다. 하지만 시술 후 보랏빛으로 변한 발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면 뿌듯하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100% 적용하기는 어렵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은 금연이다. 담배를 계속 피우면 어떤 좋은 치료를 받더라도 예외 없이 버거병이 재발할 수 있다. 담배를 줄인다고 될 문제가 아니고, 완전히 차단하는 게 포인트다. 환자들에게 “담배 냄새도 맡지 말라”고 말할 정도다. 간접흡연도 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버거병 의심 증상

 

3가지 이상 해당된다면 영상의학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① 손발이 찬 느낌이 들고, 피부가 창백하고 보라색으로 변색됐다.

 

② 왠지 모르게 다리가 무겁고 나른하다.

 

③ 손발에 통증이 심하고, 밤에 더 아프다

 

④ 손톱·발톱에 변형이 생기고 피부가 위축됐다.

 

⑤ 피부 표면의 정맥에 빨간 응어리가 만져지며 아프다.

 

배재익 민트병원 대표원장(영상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정리=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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