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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5-20 14:39:15, 수정 2019-05-20 14:39:16

    [류시현의 톡톡톡] 고맙습니다 선생님

    • 누구나 어린 시절 하면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있으실 텐데요. 전 참 고집 센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입학하던 날, 키 순서로 줄을 서니 여자 15번. 남자 15번과 짝을 해서 자리에 앉아야 하는데 남학생과는 같이 앉을 수 없다고, 학교에 절대 안 가겠다고 했다니 말입니다. 딸만 있는 집에서 자라서일 수도 있겠지만, 제가 지금 생각해보건대 그 남학생이 맘에 안 들었던 것 같습니다. ㅎㅎ 정모 학생이었는데, 미안합니다, 정군. 하여튼 그래서 전 담임 선생님께서 특별히 여학생과 함께 앉을 수 있게 배려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좀 유별났죠. 그러던 아이가 교육을 받기 시작하면서 선생님의 말씀과 책에서 가르쳐주는 내용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게 됩니다. 좋게 말하면 원리원칙을 잘 지키고 말 잘 듣는 착한 어린이였지만 다른 쪽으로는 아주 고지식할 수 있는 어린이가 된 거죠.  

       

      그때 제게 다른 세상을 열어주신 분이 중학교 1학년 제 담임 선생님이셨습니다. 키가 크시고 ‘허허’ 하며 너털웃음을 자주 웃는 분이셨는데요. 생물 선생님이셨습니다. 바닷속에 사는 수중식물에 대해 배우는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이런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바닷속에서 살아남게 된 식물들은 어떤 성질을 가졌을 것 같으냐고요. 땅 위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 것 같으냐고요. 물음표 가득 해하는 저희에게 “만약 대나무라면 물속에서 살아남았을까”라고 물으시고는 이렇게 설명을 덧붙이셨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살고 있는 지상과 달리 수압이 높고, 끊임없이 해류에 쓸려야만 하는 물속에서 대나무처럼 꼿꼿하게 서 있다가는 똑 부러져버리고 만다고요. 물속에서 살아남으려면 해류와 맞서 버티는 것이 아니라 해류와 함께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도 원칙이라는 것이 물론 중요하지만, 수중생물처럼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때였던 것 같습니다. 그나마 제가 고지식한 어린이의 껍질을 벗을 수 있었던 것이. 고맙습니다. 선생님!

       

      그로부터 수개월 후, 가정시간의 벌로 어떤 내용에 대해서 부모님께 사인으로 확인을 받아와야 하는 일이 있었는데요. 저와 몇 명의 친구들은 힘과 머리를 모아 담임 선생님께 찾아갔습니다. 학교에서는 담임 선생님께서 저희의 부모님과 마찬가지가 아닙니까. 그러니까 사인을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요. 어떻게 됐느냐고요. 물론 스승과 제자 모두 확실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융통성’을 복습하고 확인했지요. 한 번 더 고맙습니다. 선생님!   

       

      배우 겸 방송인 류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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