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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 찍는 이상화의 아름다웠던 질주 “힘들었지만, 행복했다”

입력 : 2019-05-16 15:37:38 수정 : 2019-05-16 15: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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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동해 기자] 16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더 플라자호텔에서 ‘스피드 스케이팅선수 이상화 은퇴식&기자 간담회’가 진행됐다. 스케이팅 선수 이상화가 참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 eastsea@osen.co.kr

[스포츠월드=중구 이혜진 기자] “항상 노력했고, 안 되는 것을 되게 했던 선수, ‘살아있는 전설’로 기억되고 싶다.”

 

‘빙상 여제’ 이상화(30)가 아름다웠던 질주를 마무리한다. 이상화는 1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공식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의 발자취를 되짚었다. 이상화가 가는 길은 곧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역사나 다름없었다. 3개의 올림픽 메달(금 2개, 은 1개)을 비롯해 수많은 세계선수권, 월드컵 대회 메달을 품었다. 이상화는 “최고의 자리에 섰던 멋진 모습만을 기억해주셨으면 한다. 그동안 국민 여러분의 사랑과 응원 덕분에 정말 행복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OSEN=이동해 기자] 16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더 플라자호텔에서 ‘스피드 스케이팅선수 이상화 은퇴식&기자 간담회’가 진행됐다. 스케이팅 선수 이상화가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해 눈물을 훔치고 있다. / eastsea@osen.co.kr

‘은퇴’라는 두 글자를 꺼내기까지 결코 쉽지 않았다. “스피드스케이팅선수 이상화입니다”라는 인사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다. 실제로 이상화는 지난 3월에도 은퇴를 고심하다 다시 재활 쪽으로 방향을 튼 바 있다. 지난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스케이트인 만큼 이별의 순간은 최대한 미루고만 싶었다. 이상화는 “이대로 내려놓기에는 너무 아쉽고 미련이 남더라. 조금이라도 더 해보고 싶었는데, 몸이 따라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울먹였다.

 

인생 1막을 정리하는 시점, 이상화는 가장 먼저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던 순간을 떠올렸다. “15살 처음 국가대표 선수가 됐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어린 나이었지만,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세계선수권 금메달, 올림픽 금메달, 그리고 세계신기록을 세우는 일이었다. 꼭 이루고 싶었고, 할 수 있었고,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달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에 넘치는 국민들의 응원과 성원 덕분에 다행히 다 이룰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OSEN=이동해 기자] 16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더 플라자호텔에서 ‘스피드 스케이팅선수 이상화 은퇴식&기자 간담회’가 진행됐다. 스케이팅 선수 이상화가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해 눈물을 훔치고 있다. / eastsea@osen.co.kr

정상은 외롭고 힘겨운 곳이었다. 자신의 이름 석 자에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부담감이 항상 이상화의 어깨를 짓눌렀다.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맘 편히 잠든 적이 없었을 정도. 많은 것들을 자제해야 했고, 또 매 순간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야 했다. 이상화는 “언제나 1등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2등만 해도 죄를 짓는 느낌이었다”면서 “국내에서 치른 경기라 그랬을까. 평창동계올림픽 때도 그래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가장 기억나는 순간으로는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때를 꼽았다. 아시아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던 대회다. 이상화는 “당시 선수들 사이에선 세계신기록을 세우면 올림픽 금메달을 못 따는 징크스가 있었다. 나 또한 두려웠다. 하지만 결국 이겨냈다.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깨지지 않은 자신의 기록(36초36)과 관련해선 “욕심 같아선 영원히 안 깨졌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깨지겠지만, 1년은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OSEN=이동해 기자] 16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더 플라자호텔에서 ‘스피드 스케이팅선수 이상화 은퇴식&기자 간담회’가 진행됐다. 스케이팅 선수 이상화가 빙상연맹의 공로패를 받은 후 포즈 취하고 있다. / eastsea@osen.co.kr

“다 내려놓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 선수 이상화가 아닌 사람 이상화는 이제 어떤 인생을 꾸려가게 될까. 이상화 스스로도 “당장 내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 다만, 추후 해설위원이나 지도자로서 스피드스케이팅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끝으로 이상화는 “링크장에서 선수 이상화는 사라지지만, 스피드스케이팅은 아직 살아있으니 변함없이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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