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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쇼비즈워치] ‘미스트롯’ 성공의 비결?…중노년층과 엔터테인먼트의 ‘절묘한 조화’

입력 : 2019-04-28 14:44:14 수정 : 2019-05-06 00: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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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이 결승전 단 1회만을 남겨놓고 있다. '미스트롯'은 대한민국 트로트계 샛별을 가리는 오디션 예능프로그램이다. 이미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과 함께 2019년 상반기 최대 문화현상으로 불리고 있다. 1회 5.9%(AGB닐슨) 시청률로 시작해 지난 25일 9회에선 14.4%까지 치솟았다. 그렇게 종편 예능프로그램 역대 시청률 기록을 경신했다. 폭발력에 힘입어 출연진을 데리고 전국투어 콘서트까지 열린다. 벌써 매진이 속출해 추가공연까지 확정된 상태다. 이에 올해 내로 시즌2 격 '미스터 트롯' 제작도 이뤄질 예정이다.

 

이 같은 '미스트롯 현상'이 부상시킨 이슈는 크게 둘이다. 먼저 중노년층용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의 가능성이다. 다음으로, 트로트 장르 자체의 재부흥 가능성이다. 그런데 여기서 후자 쪽은 조금 복잡한 얘기다.

 

물론 트로트가요는 과거 한 번 '돌아온' 적이 있다.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중반의 트로트 일대 부활극이다. 각종 음악방송에서도 트로트가요가 1위를 몇 번이고 차지할 만큼 중노년층뿐 아니라 청년층에서도 트로트가 유행하던 시절이다. 그런데 당시 청년층과 지금의 그들은 서로 입장이 다르다. 현재 청년층은 인터넷 상용화와 함께 글로벌 트렌드에 대한 인식이 확고하게 잡힌 세대다. 전 세계적 유행에 민감한 만큼 국지적으로만 먹히는 장르에 대해선 아무리 자국 상품이더라도 상대적으로 관심이 크게 떨어진다. '미스트롯' 역시 지금 상태 그대로 '중노년층의 프듀'로만 남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중노년층용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 가능성은 확실히 기존 상업방송 생존조건을 뒤집을 수 있는 이슈가 맞다. 특히 종편방송 차원에서 그렇다. '미스트롯'이 방영되는 TV조선은 사실상 '가장 나이든 방송' 중 하나였다. 2017년 KBS 경영평가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 각 방송채널 시청자평균 연령은 차례로, KBS1 58세, TV조선 56세, MBN 55세, 채널A 54세 순이었다. 그 아래로 MBC 50세, KBS2 49세, SBS 48세, JTBC 46세다. 청년층 유도용 각종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는 KBS1 상황을 놓고 보면, 실제적으론 TV조선이 한국에서 '가장 나이든 방송'이었던 셈이다. 정치적으로 보수적 견지에 선 종편방송들 중 가장 대표적인 신문을 모체로 삼은 탓에 그렇게 됐다.

 

그런데 이 같은 채널 특성은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에 있어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는 조건이었다. 무조건 '엔터테인먼트=청년층'이란 도그마로 주 시청층과 엇박자를 내기 시작하면 결과도 계속 헛발질의 연속이 된다. 그러나 반대로, 어찌됐건 중노년층 대상으론 가장 충성도 높은 채널이기에 그를 대상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을 기획했을 때 효과 역시 기대해볼 만한 것이 맞았다. 그리고 그 수많은 헛발질 끝에 찾아낸 절묘한 조율이 바로 '미스트롯'이었단 얘기다. 트로트가요를 즐기는 중노년층 노선에 청년층 타깃 오디션 프로그램의 자극성을 가미한 프로그램이다.

 

어떤 의미에서 '미스트롯' 같은 콘셉트는 KBS1 차원에서 먼저 시도됐어야 할 프로그램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늘어가는 노년 인구를 배려하는 방송엔터테인먼트 제공 명분에서 그렇다. 노년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6년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2017~2067' 중위추계 결과에 따르면, 2019년 65세 이상 노년은 전체인구의 14.9%가 될 전망이다. 이 수치가 2030년이 되면 25.0%가 되고, 2040년이 되면 33.9%로 전체인구 1/3을 넘어서게 된다. 공영방송 차원으로서 우선배려 대상이 맞지만, 민영방송 차원에선 사실상 미래 주류시장이다. 그리고 '편성'을 통해 콘텐츠가 송출되는 기존 방송개념은 상식적으로 중노년층이 청년층보다 훨씬 살갑고 편안하게 느낀다.

 

이 같은 미래방송시장 구도를 먼저 눈치 챈 쪽이 민영방송 측이란 점은 사뭇 의미심장하다. 엔터테인먼트산업에 있어 사회적 가치는 오로지 상업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만 얻어질 수 있다는 특이한 엔터테인먼트 논리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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