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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4-23 03:00:00, 수정 2019-04-22 17:31:42

    [김건우의 스마트 인터벤션] 욱신욱신 허리·골반통증, 어쩌면 ‘골반울혈증후군’

    • ‘정맥류’ 하면 흔히들 떠올리는 게 다리 혈관이 울퉁불퉁 튀어나오는 하지정맥류다.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골반에 정맥류가 생기신 것 같습니다’라고 하면 대다수가 놀라는 반응을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정맥류는 일종의 혈관질환으로 호발하는 곳이 있을 뿐, 혈관이 있는 부위 어디든 생길 수 있다. 최근 내원한 직장인 김모 씨(29)도 자신을 괴롭히던 허리통증이 골반 정맥류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에 크게 놀랐다.

       

      골반에 정맥류가 생긴 것을 ‘골반울혈증후군’이라고 한다. 국내 만성 골반통증을 가진 여성 환자 10명 중 3~4명이 이를 갖고 있다. 말 그대로 난소정맥 속 판막이 고장나 혈액이 역류하면서 골반 내 정맥총(혈관덩어리)에 울혈이 생기며 통증이 나타난다. 

       

      골반울혈증후군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은 애초에 이 질환으로 진단받기까지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갖고 있을 경우 보통 골반이나 허리 부위가 묵직하고 아프다는 정도로 느낀다. 생리통처럼 아랫배를 찌르는 듯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정맥류가 있으면 다리가 저리듯, 골반울혈증후군이 나타나면 골반 인근 부위가 붓고 쥐가 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과정에서 성교통이 유발되기도 한다.

       

      더욱이 자궁과 골반 주변부는 피부에 비해 신경이 적게 분포돼 있어 통증이 넓은 부위에 나타나 모호하게 느껴진다. 말 그대로 골반이 아픈 건지, 허리가 아픈 건지, 복부가 아픈 건지 인지하는 게 어렵다. 이런 통증은 조금 쉬면 나아지고, 진통제를 복용하면 완화돼 단순 만성통증으로 여기는 사람도 적잖다.

       

      증상이 심한 환자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형외과, 산부인과, 한의원 등을 찾아다니지만 결국 ‘문제가 없다’는 소견만 듣기 십상이다. 최근에는 산부인과에서 환자의 골반울혈증후군을 의심해 영상의학과로 의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만약 지속적인 골반통증에 시달리는데 병원에서 큰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경우, 아래의 두가지 요소를 체크해보는 게 좋다. 첫 번째로 회음부나 사타구니, 엉덩이에 꼬불꼬불하고 굵은 혈관이 비친다면 골반울혈증후군일 확률이 높다.

       

      두 번째로는 부모가 하지정맥류 등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원인모를 골반통증이 이어진다면, 이 역시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정맥류는 유전적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김 씨도 어머니가 비슷한 증상을 겪는 것을 알고, 이후 함께 치료받았다.

       

      과거 골반울혈증후군은 출산경험이 있는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출산 과정에서 정맥판막이 손상되기 쉬워서다. 아이를 여러 차례 낳은 여성에서 발병률이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엔 출산경험이 없는 20대 초반 젊은 환자도 늘고 있다. 타이트한 옷을 즐겨 입거나,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거나, 오래 앉거나 서 있는 등 생활습관도 문제가 되지만, 대부분 유전 탓이 크다. 최근엔 의료기술이 발달해 정맥류를 쉽게 진단할 수 있어 ‘몰랐던’ 질병을 알게 되는 사례가 적잖다.

       

      골반울혈증후군은 생명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으로 꼽힌다. 통증은 생각 이상으로 심각해 일상생활에서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적잖다. 다만 환자는 통증에 시달리며 고통받는데, 정작 여러 병원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하니 꾀병을 부리는 것으로 오해받는 경우도 많다.

       

      골반울혈증후군으로 의심된다면 인근의 인터벤션 영상의학과를 찾아보자. 혈관 기형 및 흐름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는 도플러초음파를 활용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다. 확진은 MRI 촬영으로 내린다.

       

      골반울혈증후군으로 진단받은 경우 치료는 그리 어렵지 않다. 초기라면 3개월 정도 약물치료하며 경과를 지켜본다. 정도가 심할 때 인터벤션 시술의 일종인 색전술을 시행한다.

       

      2㎜ 크기의 얇은 카테터를 혈관 속으로 주입해 역류된 곳을 경화제로 막아 문제 혈관을 차단한다. 특히 골반울혈증후군 색전술은 난소정맥부전과 골반정맥류를 진단과 동시에 치료할 수 있고, 시술 합병증이 없으며, 기존 치료법에 비해 입원 기간이 짧아 현대인들도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다.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간단한 시술이면서 통증 감소 효과가 커 만족도가 높다.

       

      김건우 민트병원 정맥류센터 원장, 정리=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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