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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4-23 03:00:00, 수정 2019-04-22 20:12:20

    불신 키운 인플루언서 마켓 ‘황당한 대처’

    임블리 곰팡이 샤워필터·치유의 옷장 카피 논란 ‘큰 파장’ / SNS 댓글 창 닫은 채 진정성 없는 사과… 팬덤도 등 돌려
    • [정희원 기자] 최근 유통채널을 다룰 때 빠지지 않는 게 ‘세포마켓’이다. 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블로그 등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1인 마켓을 의미한다. 흔히 볼 수 있는 ‘블로그마켓’ ‘인스타마켓’ 등이 여기에 속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세포마켓을 포함한 국내 소비자간 거래(C2C) 시장은 연간 20조원 규모로 크게 성장했다. 현재 시장의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포마켓이 성장하는 큰 원동력 중 하나는 ‘팬덤’이다. ‘마켓’으로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리는 인플루언서들은 처음부터 물건을 팔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자신의 포스팅을 좋아해주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말 그대로 SNS를 키워나간다. 이후 어느 정도 탄탄한 팬층이 갖춰진 뒤 ‘용기내서 마켓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라는 포스팅을 올린다. 팬덤은 결국 SNS 마켓의 충성도 높은 소비자가 된다.

      문제는 인플루언서와 팬덤이 좋을 때는 한없이 좋다가, ‘충돌’이 생겼을 때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의 ‘임블리 곰팡이 호박즙’ ‘치유의 옷장’ 사태다. 인스타그램에는 이들을 ‘저격’하는 수많은 계정들이 생겨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임지현 부건에프앤씨 상무가 유튜브에 올린 해명 영상 캡처

      ‘임블리’는 유명 인플루언서 임지현 씨가 운영하는 쇼핑몰이다. 팔로워는 84만여명에 이른다. 처음에는 의류를 주로 판매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식품·화장품 등으로 상품을 넓혀갔다.

      식품의 경우 문제가 생겼을 경우 소비자의 건강에 직격타를 입힐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판매해야 한다. 하지만 임블리는 자신이 호박즙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는 고객에게 “환불은 어렵고 그동안 먹은 것에 대해선 확인이 안 되니 남은 수량과 폐기한 한개만 교환을 해주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후 소비자 비난이 거세지자 임 상무는 SNS 댓글창을 막아버리고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평소 소비자와 끊임없이 소통하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결국 전량 환불 방침을 알렸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임블리에서 판매한 샤워필터에 곰팡이가 피어있는 모습.

      이를 시작으로 임지현 상무에 대한 불만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판매했던 샤워필터와 베스트셀러였던 ‘인진쑥 밸런스 에센스’에서도 곰팡이가 나왔다. 특히 샤워필터에 대해서는 “피부에 좋다고 해서 이를 구입해 아토피가 있는 조카에게 선물했는데, 오히려 피부가 더 나빠졌을까봐 걱정된다” “곰팡이에 예민한 천식을 앓는 아이와 함께 썼는데 나 때문에 아이의 건강에 해가 갔을까봐 우려된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임블리 측은 이에 대해 ‘샤워필터 곰팡이 여부는 테스트 진행 중’이라고, ‘인진쑥밸런스 에센스에는 내용물에 문제가 없다’고만 답한 상황이다. 여기에 명품 카피, 제품 불량, 소비자를 기만하는 듯한 대처 등 수많은 논란에 휩싸였다. 해명에도 팬덤은 안티가 됐다.

      치유의 옷장 대표는 카피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직접 비교에 나섰다.

      여성복 브랜드 ‘치유의 옷장’도 최근 임블리 못잖게 몸살을 앓고 있다. 약 16만5000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이 브랜드의 수장 손 모 대표도 10~20대 여성의 멘토를 자처하며 브랜드를 이끌어온 바 있다. 서울 청담동에 거주하며 보여주는 ‘럭셔리 라이프스타일’로 일부 여성들의 우상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손 대표 역시 수많은 팬덤을 거느리고 판매하는 옷마다 완판행렬을 이어갔다.

      문제는 이달 초 남양유업 외손녀인 황하나 씨의 마약사태에서 불거졌다. 평소 황하나와 ‘절친한’ 친분을 자랑하던 그는 황 씨가 구속되던 날 기분이 좋다며 인스타그램에 포스팅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클럽 버닝썬’ 태그를 봤는데 본인도 간 게 아닌가, 본인은 떳떳하느냐 같은 해명을 요구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대해 손 대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것을 믿으시는 분들은 꺼지라’ ‘멍청이들아’ 같은 반응을 보이며 화를 냈다.

      감정을 이기지 못한 손 대표 역시 잘못된 대처가 발단이 돼 품질과 브랜드 디자인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를 해명하려 라이브방송을 열기도 했지만 등을 돌린 고객들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이후에도 자체제작 의류가 알고 보니 명품과 다른 브랜드의 카피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 협찬하지 않고도 해당 연예인이 마치 자신의 브랜드 옷을 입은 것처럼 소개한 점, 고객들에게 외모지적을 하며 상처를 줘왔던 행위 등이 회자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이들 마켓에 원하는 것은 ‘진정성 있는 사과’다. 하지만 평소 ‘소통왕’으로 불리던 이들 브랜드는 현재 자신이 원하는 내용에 대해서만 골라서 피드백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인플루언서들의 진정성 없는 사과도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듯한 행위로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사과하거나 해명하는 영상을 인스타그램이 아닌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유튜브’를 통해 풀어내는 것도 비난받는 이유 중 하나다. 앞으로는 사과를 하며 뒤에서는 다시 슬그머니 제품판매에 나서는 행보를 ‘걸린’ 것도 괘씸하게 여겨진다.

      이처럼 세포마켓의 가장 큰 문제는 기술력이나 브랜드 아이덴티티보다는 팬덤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인플루언서가 소개하거나 판매하는 제품을 ‘믿고 사는’ 고객이 있는 만큼 오만해지기 쉽고, 소비자 대응은 결국 ‘구멍가게’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SNS 마켓에 대한 소비자 피해는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SNS마켓·평생직업교육학원·상조업 등 3개 분야에서 소비자 관련 법 위반 행위를 감시한 결과 1713건의 제보 중 절반이 넘는 879건이 SNS 마켓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럼에도 소비자 피해에 대한 처벌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SNS 마켓 대부분이 영세 사업자로, 정부의 규제가 미치기 힘든 게 이유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문제있는 SNS 마켓을 시장에서 도태시키려는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조언했다.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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