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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인터뷰] TV드라마 도전한 박찬욱 감독, “영화보다 더 공들였다”

입력 : 2019-04-16 11:19:32 수정 : 2019-04-16 11: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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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김재원 기자] “영화보다 더 공들여야 했던 게 TV였습니다.”

 

파격이다. TV드라마에 도전했다. 영화 ‘올드보이’, ‘박쥐’, ‘아가씨’ 등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날렸던 박찬욱 감독이 ‘더 리틀 드러머 걸’을 연출해 안방극장으로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더 리틀 드러머 걸’은 스파이가 된 한 여배우의 삶과 사랑을 다룬 작품으로, 존 르 카레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지난해 영국 BBC와 미국 AMC에서 전파를 타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어 지난달 29일에는 국내에서 인터넷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감독판 버전이 공개됐다. 감독판은 기존 방송 판의 제약됐던 부분에서 벗어나 한층 더 박 감독의 작품세계를 깊이 있게 볼 수 있었다는 평가다.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 감독은 “영화는 초중반에 약간 지루한 순간이 있지만 끝까지 보면 보상이 주어진다. 하지만 TV는 그런 사치가 허용되지 않는다”며 TV드라마 도전한 감회를 전했다.

 

-감독판이 나오게 된 이유는

 

“방송판이 완벽한 상태라면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방송은 날짜가 정해져 있다. 영화는 촬영이 끝날 무렵에도 개봉 날짜는 정해져 있지 않다. 물론 대작은 계절 정도는 정해져 있지만 말이다. 방송판은 후반 작업 시간이 부족했다. 마음에 들 때까지 한땀 한땀 하는 게 영화인데 (방송 드라마는) 어느 순간 내 손에서 뺏어가니까 아쉬움이 있었다. 어느 작품이든 프로듀서 감독 사이는 의견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때론 생산적인 토론으로 작품에 살이 되기도 한다. 이번엔 토론 시간이 부족했다. 썩 흡족하지 않은 타협을 해야 하는 몇 장면이 있었다. (이번엔) 그런 것도 해결했고 감독판이 내 의도와 부합하는 버전이다.”

 

-영화와 다른 점이 있었다

 

“모든 과정이 다 같은데 몇 가지 방송 날짜 정해져 있어서 후반이 짧은 게 차이가 있고 에피소드마다 엔딩이 하나씩 있으니까 그 엔딩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야 다음에 또 보고 싶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싸구려같이 아슬아슬한 순간에 페이드 아웃되는 건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작품의 주제와 부합하면서 결말을 5번이나 찾아야 한다는 것이 차이이다. TV 쪽 사람들에게 잠시라도 지루하면 안 된다고 들었다. 이해해야 하는 일이었다.”

-TV드라마의 매력은

 

“첫째는 방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많은 등장 인물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는 조연들이 편집 과정에서 희생되기도 하고 통편집되기도 하잖느냐. 나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시간 계산을 잘하려고 하는 편인데, 아쉽게 커트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TV는 시간 여유가 있으니 (배우들을) 식구들로 치면 식구들을 하나하나 돌봐줄 수 있었다. 부하들, 조직 사람들, 하나씩 다룰 수 있는 게 젤 큰 장점이었다. 여러 번의 엔딩이 흥미진진한 장면을 만들 수 있었다. 그것을 각본 단계에서 찾아내는 것이 재미있고도 어려운 것이다. 나는 네 번째 엔딩이 가장 좋다.”

 

-오랜만에 인터뷰를 하는데

 

“TV에서 기대하는 것이 인터뷰를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감독판을 하려다 보니 할 수 없이 이렇게 또 되고 말았다(웃음). (인터뷰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 첫째, 한 말을 또 한다. 그런데 내가 매번 바꿔서 말하고 싶으니 머리에 쥐가 난다. 그다음엔 작품을 많이 설명할수록 말로 구구절절이 해설을 하게 된다. 작품으로 보여줬으면 끝이었으면 좋겠는데 구차스럽달까, 변명과 사족을 붙이는 느낌이다.”

-차기작은

 

“이론상 다 열려있다. 하지만 현재 준비 작품은 없다. 극장 영화 이외에 별도로 준비하는 건 없다. 좋은 얘기를 길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또 TV드라마를 할 생각도 있다. 생방(사전 제작이 아닌 방송시간을 앞두고 촉박하게 제작되는 것)은 내가 못하겠다. 그것만큼은.”

 

jkim@sportsworldi.com 사진=스포츠월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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