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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3-25 09:19:33, 수정 2019-03-25 09:19:41

    [권영준의 독한S 다이어리] 손흥민, It's Not your Fault

    •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It's not your fault.(당신의 책임이 아니야.)’

       

      0-0으로 팽팽히 맞선 후반 28분. 상대 진영 중원에서 감각적인 압박 수비로 볼을 차단한 손흥민(27·토트넘)은 질풍 같은 드리블로 문전까지 향했다. 서두르지 않았고, 침착하게 수비수 2명을 벗겨내면서 슈팅 각도를 만들었다. ‘무조건 골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손흥민의 오른발 슈팅은 골대 옆 그물을 때렸다.

       

      손흥민은 지난 22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치른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풀타임을 활약하며 팀의 1-0 승리에 힘을 보탰다. 비록 득점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 6개의 슈팅(유효슈팅 1개)을 시도하는 등 공격을 주도하며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움직임이 좋았기에 무득점이 아쉽다. 특히 결정적인 슈팅이 옆 그물을 때린 장면은 두고두고 아쉽다.

       

      그런데 왜 골을 놓쳤을까, 의문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손흥민은 대표팀 선수 가운데 킥 능력이 가장 좋은 선수 중 하나로 꼽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도 인정받은 킥 능력이다. 그렇다고 긴장을 많이 한 것도 아니다. 손흥민은 이미 2018 러시아월드컵 멕시코전에서 환상적인 왼발 중거리슈팅까지 작렬할 만큼 큰 무대 경험이 풍부하다.

       

      혹여나 부담감 때문이 아닐까 걱정이다. 손흥민은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능력 면에서 분명한 에이스이며, 주장이라는 중책까지 맡고 있다. 이전까지 기성용(뉴캐슬)이라는 정신적 지주가 있었지만, 이제는 오롯이 홀로 팀을 이끌어가야 한다. 여기에 파울로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세대교체를 시도하면서 어린 동생들도 챙겨야 한다.

       

      물론 손흥민 혼자 다 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 위치에서 모든 선수가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체감하는 부담감은 다르다. 손흥민은 자신이 대표팀에서 중요한 선수라는 점을 자각한 후 대표팀에서 항상 진중한 자세로 임한다. 겉으론 장난도 많이 치며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자신의 위치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여기에는 성적이나 경기 결과도 포함하고 있다. 성적이 좋지 않거나, 패배 후 가장 많이 입방아에 오르는 선수가 바로 손흥민이다.

       

      부담감은 대표팀 기록에서도 드러난다. 축구 데이터 분석 업체 팀트웰브에 따르면, 이날 볼리비아전에서 벤투호의 공격 향방은 왼쪽 32.9%, 중앙 38.5%, 오른쪽 28.6%로 나타났다. 이전 벤투호와 다른 흐름이다. 한국 축구는 최근 측면에서 공격의 실타래를 풀어갔다. 벤투 감독 부임 후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 칠레와의 평가전을 살펴보면 측면이 무려 85.36%(왼쪽 36.36%+오른쪽 50%)였다. 10월 우루과이전 역시 77.61%(왼쪽 37.31%+오른쪽 40.3%)였다.

       

      측면 위주 공격 방향은 2019 아시안컵에서도 같은 양상이었다. 16강전 바레인전에서는 70%가 넘었고, 8강 카타르전은 80%가 넘었다. 벤투 감독 부임 후 대표팀 경기에서 중앙 공격이 좌우 측면과 비교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지난해 11월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 그리고 이날 볼리비아전이다. 우즈베크전은 손흥민이 뛰지 않았고, 볼리비아전은 손흥민이 벤투 감독 부임 후 처음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경기이다.

       

      즉 손흥민의 위치에 따라 공격 방향이 따라간다는 뜻이다. 전술적 움직임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경기 중 자연스럽게 ‘손흥민 중심’의 공격형태가 나타난다는 뜻이다. 손흥민 입장에서는 당연히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반드시 골을 넣어야 한다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에 억눌려있다. 생각이 많아지면 당연히 슈팅 장면에서 신체가 반응할 수밖에 없다. 토트넘에서 보여준 시원시원한 슈팅이 나오지 않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손흥민은 존재만으로 대표팀에 영향을 주는 선수이다. 골을 못 넣어도 괜찮다. 맹활약이 아니라도 괜찮다. 악플이 달린다고 해도, 손흥민은 있는 그대로 ‘우리 대표팀 손흥민’이다. 부담을 털고, 그라운드를 놀이터처럼 즐기며 뛰어다니길 기대한다. 그래야 팬도 즐겁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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