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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1-20 10:09:08, 수정 2019-01-23 11:14:25

    [황현희의 눈] 번지수 잘못 찾은 젠더전쟁

    • “너 정도면 괜찮은 얼굴이야.”

       

      서울에 있는 모 대학에서 한 남학우가 여학우에게 한 말이다.

       

      결국 이 학생은 모든 공식적 활동 참여를 제한하고, 대학 성 평등상담실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이수하도록 요구했다. 사실상 여학생이 있는 공간에 출입을 막으면서 학부 활동을 금지한 조치다. 해당 발언을 성폭력이라고 규정하고 학교생활까지 막는 것은 과하다며 여론이 지배적이자 급하게 학생 운영회가 “섣부른 판단이 초래한 결과”라며 사과했다. 여기서 문제는 일단락됐다 치고 한번 이야기를 나눠보자.

       

      하루에도 몇 수십 번씩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난 외모에 대해 이야기해 본 적 없는데?”라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니 하다못해 하루 대화의 시작을 외모에 대한 평가로 시작한다. “오늘 얼굴 좋아 보이는데”부터 “어제 한잔 했어? 푸석푸석해 보이네” “얼굴 좋아졌는데” “살 빠졌어?” “연예인 누구 닮았다” “어디 아파?”까지.

       

      여기서 조금만 더 들어가 과연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제외하고 대화가 가능할지 생각해 보자.

       

      “모자 어디서 샀어?” “머리 잘 됐다” “오늘 어디가?” “신발 어디꺼야?” “오늘 화장 잘 먹었네“ ”너 동안이다“ ”안경 잘 어울린다,“ ”너 피부 진짜 하얗다“ ”얼굴 진짜 작네“ ”너 청바지 안어울린다“ 이런 대화까지 얼평 즉 외모평가로 분류할 수 있다. 너무 많아서 다 열거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방송은 어떠한가? 한국을 대표하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못친소’라고 해서 ‘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라고 제목까지 붙여서 방송한 적이 있었고, 아직까지도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섹시하다” “아름답다” “꽃미남” “미소녀”라는 말을 밥 먹듯이 쓰고 있다.

       

      출연자로 배우나 가수가 게스트로 초대된다면 인사말로 “오늘 대한민국 대표 미남미녀 두 분을 모셨습니다”라고 시작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예전에는 꿀벅지, 초콜릿 복근 등 신조어까지 만들어 퍼트렸었고 요즘에는 듣도 보도 못한 말인 얼굴 천재, 얼굴 깡패라는 말을 친히 자막까지 쳐내서 쓰고 있다. 

       

      자, 그렇다면 과연 어디까지 범죄이고 어디까지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인 건가? 과연 기준은 있는가? 단순히 이 모든 판단을 사람의 감정에만 맡길 것인가?

       

      어떤 정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아무 생각 없이 인사치레로 한 말들이 불특정 다수를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제 학교든 회사든 방송이든 모든 곳에서 서로에게 하는 대화가 없어지는 사회가 올 것 같아 삭막하기만 하다.

       

      개그맨 황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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