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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진심없는 ‘보여주기식 사과’… 체육회장 자격 없다

입력 : 2019-01-17 06:00:00 수정 : 2019-01-16 16: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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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64)은 과연 진심으로 사과했을까. 자리를 보존하는데 급급한 보여주기식 행보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기흥 회장은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 회원 종목 단체의 폭력·성폭력 근절 실행대책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도 용기를 내어 준 피해 선수들에게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같은 날 용기 있는 폭로로 ‘미투 게이트’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든 전 여자유도 선수 신유용은 “이번에 피해 사실을 공개한 뒤에도 대한체육회는 전혀 연락이 없었다”고 말했다. 고개를 숙인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도대체 누구에게 사과한 것일까.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보이다.

 

이기흥 회장이 진정 한국 체육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인 회장직을 맡고 있다면, 상처를 입은 전·현직 선수들에게 버선발로 달려가 보듬는 것이 먼저이다. 앞서 용기를 낸 현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와 신유용은 운동선수라는 이유만으로 지옥 같은 고교 시절을 보냈다. 그것도 한국 체육의 산실이라고 불리는 태릉선수촌과 꿈나무를 육성하는 학교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이다. 꿈을 꿔도 모자란 시기에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이들의 상처를 알지도 못했고,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예방은 물론 처벌도 하지 못했다. 어른의 잘못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책임은 이기흥 회장에게 있다.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고, 고충을 들어줄 장치도 마련하지 못했다. 수년째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면서 지키지 않았다.

 

사과해야 할 대상은 심석희와 신유용이다. 당장 달려가 어떤 고통을 받았는지 아픔을 나누고, 앞으로 이들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고민하고, 이를 토대로 한국 체육의 썩어빠진 병폐를 어떻게 개혁할지 계획해야 한다. 그런데 이기흥 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한다면 언론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고개 숙여 인사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보여주기식 사과를 하면서 단 한 번도 책임을 언급하지 않았다. 제시한 대책 역시 지난 9일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발표한 대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회장직을 맡은 자신이 어떻게 책임을 질지, 대한체육회가 어떤 행보를 펼칠지 대책이 전혀 없었다. 그만큼 깊게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이것이 과연 진심 어린 사과와 위로일까. 사과조차도 보여주기식 행보를 펼치며,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전·현직 선수를 품지 못했다. 아니 않았다. 이기흥 회장은 한국 체육을 이끌어가는 수장의 자격이 없다.

 

young0708@sportsworldi.com

사진=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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