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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현의 톡톡톡] 로버트 레드포드를 추억하며

입력 : 2019-01-16 14:37:20 수정 : 2019-01-16 14: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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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터 스마일’에서 포레스트 터커가 은행을 터는 장면을 보노라면 저렇게 점잖게 웃으며 은행을 터는 일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나서 바로 ‘아. 그 시대니까 가능한가보다’하고 셀프 이해를 시킵니다. 그 시대. 아날로그니까 가능했던 것들.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된다 할 수도 있겠지만 가끔은 그립습니다. 그 시대가.

 

예전에 극장 가기에도 어렸던 시절, 영화를 보는 창구는 텔레비전 주말의 명화 였습니다. ‘빠바밤~’부터 시작해서 떠오르는 주말의 명화 시작음악도 있고요, 소개 영상 오른쪽 하단에 동그랗게 구멍 뚫어 등장하던, 까만 뿔테안경 평론가 선생님도 계셨습니다. 그렇게 텔레비전 속에서 처음 로버트 레드포드란 배우를 만났습니다. 꽤나 밤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눈을 반짝이며 텔레비전 앞에서 웅크리고 지켜보았던 ‘스팅’ 속 마지막 장면. 입에 피를 흘리고 쓰러졌던 레드포드가 눈을 뜨며 살아나던 그 장면은 그 순간 제가 놀랐던 느낌까지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극장에서 본 ‘아웃 오브 아프리카’였습니다. 어느 극장이였는지는 기억 나지 않지만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과 레드포드가 메릴 스트립의 머리를 감겨주던 장면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친구들과 나도 아프리카 여행가서 저렇게 머리감겨주면 좋겠다고 수다를 떨었었습니다.

 

그랬던 로버트 레드포드가 배우 은퇴작이라고 나온 영화가 ‘미스터 스마일’이랍니다. 원래 제목은 ‘The old men and the gun’. 영화 속에서 포레스트 터커는 은행을 털때도, 심지어 체포되는 순간에도 웃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내가 단지 먹고 살기 위해서라면 휠씬 더 쉬운 방법이 있었겠지요. 하지만 내게 중요한 건 생계유지보다는 내 삶 그 자체였습니다‘ 이 대사를 빌어 레드포드는 그의 인생에서 얼마나 영화가 소중한 것인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요. 저 또한 어떻게 살아야하나 생각해보게 하는 대사였습니다.

 

영화 ‘보통사람들’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레드포드는 ‘스팅’으로 딱 한번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을 뿐 수상 경력은 없는데요. 올 아카데미 후보 발표가 한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혹시 명단에 그의 이름이 없더라도 ‘미스터 스마일’에서 그가 한눈을 찡끗하고 손가락 총으로 쏜 총알은 제 머릿속에 명중해서 계속 그 모습을 기억하게 될 것 같네요.

 

배우 겸 방송인 류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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