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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외치던 홈플러스 알고 보니 '갑질 플러스'

입력 : 2019-01-15 09:36:05 수정 : 2019-01-15 09:3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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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부당 리뉴얼·묻지마 폐쇄에 / 성과급 미지급·일방적 구조조정도 / 공정위가 수차례 경고… 고발까지 / 임일순 대표 취임 후 ‘화수분 논란’ / ‘기사 밀어내기’로 대응… 문제 심각

[정희원 기자] 지난 2017년 10월 취임 당시 “직원 빼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던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가 사실상 ‘직원부터’ 교체하는 행보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유통업 갑질 2위’라는 불명예를 안은 직후라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최근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2014∼2018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현황’에 따르면, 롯데(10건)에 이어 홈플러스가 7건으로 두 번째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홈플러스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적잖게 ‘경고’를 받아 왔다. 공정위 자료를 보면 홈플러스는 고발 4건, 경고 1건, 과징금 2건, 시정명령 1건 등 8건의 제재를 받았다. 이마트·롯데마트를 포함한 대형마트 3사 중 유일하게 고발처분 기록까지 있다.

논란이 화수분처럼 쏟아지고 있는 홈플러스이지만 사측은 이를 제대로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임일순 대표 취임 후 적어도 3개월에 한 번씩 크고 작은 이슈가 생겼다. 임 대표가 취임한 뒤 일어난 이른바 ‘사람문제’를 시간순으로 정리해봤다.
 

◆서울 강서점 ‘카페 부당 리뉴얼 요구’

2018년 1월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8년 전 서울 강서구 등촌동 홈플러스 강서지점에 1억 2000여만 원을 주고 입점 카페를 인수해 운영 중인데, 2017년 겨울 홈플러스 측으로부터 부당한 리뉴얼 요구를 받아 억울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홈플러스 측이 매장이동과 리뉴얼을 요구했고 마지못해 4층으로 매장을 옮겼다. 당시 재단장 비용 4500만 원 중 3400만 원을 홈플러스로부터 보상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1층에 홈플러스 임원 친인척 관계자가 동종업종인 카페를 열어 매출이 급감했고 2년 전에는 홈플러스측으로부터 인수가격 5000만 원을 제안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부담이 돼 “나가겠다”고 했으나 오히려 철거비용을 부담하고 나갈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해 울며 겨자먹기로 버티고 있다는 사연이었다.

청원인의 글에는 ‘홈플러스는 MD개편·리모델링을 이유로 가맹점을 목 졸라 자기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인테리어를 수시로 바꾸게 한 뒤 계약기간 만료라며 내쫓는 일이 만연하다’며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나갈 때에는 매장 인테리어 이전으로 원상복구 비용까지 부담하라고 강요한다’는 댓글이 달려 눈길을 끌었다.

현재 홈플러스 강서점 4층 카페는 운영되고 있고, 1층에는 커피빈 매장이 들어서 있다.

◆경기 부천중동점 ‘묻지마 폐쇄’

임일순 대표 취임 후 가장 크게 떠오른 논란은 단연 ‘홈플러스 부천중동점 묻지마 폐쇄’다. 홈플러스는 2018년 4월 임대점주를 모아 지점을 폐쇄하게 됐다고 일방적으로 통보에 나섰다.

당시 임대매장 주인들은 홈플러스가 영세자영업자의 생존권을 위협했다며 크게 반발했다. 또 홈플러스가 다른 대형마트처럼 폐점에 따른 보상절차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당시 임대매장 주인들은 ‘지점이 매각된 것 아니느냐’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홈플러스는 통보 1주일 전까지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부천중동지점 부지는 2015년 신탁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홈플러스 부천중동점은 2018년 10월 기준으로 문을 닫았다.

◆성과급 미지급 논란

임 대표는 취임 첫 해 지난 20년 동안 직원들에게 꾸준히 지급되던 성과급을 처음으로 지급하지 않았다. 홈플러스는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가 대주주이던 시절부터 20여년간 매년 성과급을 줘왔다. 임 대표는 2018년 5월 이메일 등을 통해 ‘지난해 주요 사업계획상 성과지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전년 대비 실적이 악화됐다’며 ‘회사 기준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한다’고 공지했다.

대신 ‘특별격려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기존 성과급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30만 원으로 일괄 지급됐다. 당시 직원들은 임 대표가 그해 3월만 해도 매출 성장을 적극 홍보해놓고 이제 와서 말을 바꾼다며 혀를 내둘렀다.

실제 임 대표는 2018년 3월 기자간담회에서 “2017년 가결산 실적으로 10조 4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이는 2016년 대비 다소 성장한 수치”라며 “영업이익도 최저임금 인상 등을 고려할 때 2016년과 비슷한 수치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미뤄봤을 때 성과급 미지급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멤버십제도 변경하며 ‘고객 기만’

2018년 5월 홈플러스는 직원뿐 아니라 ‘고객 기만’으로도 구설에 올랐다. 이는 멤버십제도를 변경하면서 벌어졌다. 당시 홈플러스는 신한 신용카드·체크카드를 발급받지 않을 경우 멤버십 포인트가 모두 소멸되고 적립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밝혀 고객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그동안 포인트가 많이 쌓인 고객들은 결국 신용카드·체크카드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이뿐 아니다. 홈플러스는 멤버십 포인트 개편 과정에서 신용카드 기능이 없는 일반 멤버십 카드 발급도 가능한 사실을 고객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스팀세차 프랜차이즈 업체에 ‘매장철수’ 요구

홈플러스는 2018년 8월 전국 홈플러스 점포에 4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스팀세차 프랜차이즈 업체 A사 가맹점 21곳을 대상으로 매장철수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홈플러스는 당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계약기간 5년이 끝났다며 계약종료·매장철수를 요구하는 공문을 A사 가맹점 21곳에 전달했다. A사는 홈플러스의 이 같은 처사가 부당하고 당시 계약서상에도 최초 계약 시작일로부터 5년 후 계약종료 내용이 없었으며, 입점 당시에도 이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특히 일부 가맹점주는 홈플러스 측 요구로 추가 비용을 들여 매장 인테리어를 설치했으나 퇴거당할 위기에 놓여 있다. 홈플러스는 매장 복구를 요구해 추가비용까지 물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현재 홈플러스와 A사는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트렌드에 따라 소비자 수요에 맞추려면 입점 업체를 바꾸는 게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이 지난해 11월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외주업체 계약 문제를 두고 반발하고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도 인력감축 문제 ‘논란의 도마’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2018년 11월 외주업체 계약문제 이후 사측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당시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와 홈플러스일반노동조합 조합원 160명은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구조조정 규탄 시위에 나섰다. 노조는 “홈플러스는 보안업체와 베이커리 판매업체·콜센터·헬스플러스 등과 계약을 해지했는데 이들 종업원 수는 총 1800명에 달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최근 임 대표가 작성한 메일에 직접 ‘인력감축’을 요구하는 내용이 드러나 논란이 증폭됐다. 홈플러스 측은 이에 대해 “임 대표가 작성한 메일에는 인력 감축이라는 직접적인 말이 없고, 회사가 직접 직원을 고용해 전 서비스에서 업무를 책임지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며 “베이커리, 콜센터 등 3개 업체의 경우 지난해로 계약이 종료돼 이를 인원감축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어렵다”고 해명했다. 또한 “회사는 올해 1100명에 가까운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오히려 직원이 늘었다”고 말해 노조의 주장과는 배치된 입장이다.

임 대표의 이 같은 전략을 두고 ‘취임 첫해 실적내기를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논란이 지속되는 만큼 홈플러스의 대처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마다 홈플러스는 적극적인 해명보다 ‘기사 밀어내기’에 나서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이슈가 있을 때마다 자사의 좋은 일을 홍보하는 것을 일종의 ‘물타기’로 본다. 한 홍보전문가는 “요즘 문제가 있을 때 쉬쉬하는 것보다 적극 해명하는 게 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며 “무조건 이슈를 덮으려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리는 자가당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사진)는 국내 대형마트 업계 최초의 여성 CEO(최고경영자)로 주목받았다. 취임 전까지 홈플러스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을 맡았고, 이전에는 CFO(재무책임자)를 역임했다.

 

연세대 경영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원에서 MBA(경영전문 석사)를 취득했다. 1986년 모토로라·컴팩코리아 등 IT 업계를 거쳐 1998년부터 코스트코, 바이더웨이, 호주 엑스고그룹 등 유통 업체에서 경력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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