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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1-14 09:23:45, 수정 2019-01-14 09:23:46

    [이문원의 쇼비즈워치] 화제성甲 ‘골목식당’의 딜레마

    • 단도직입적으로, 현 시점 TV에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만큼 ‘핫’한 프로그램은 없다. JTBC ‘스카이캐슬’이 화제성 절반을 갖고 가는 시점에서마저 그렇다. 실제적으로 관련 미디어콘텐츠 생산은 ‘골목식당’ 쪽이 언제나 높다. 그리고 그만큼 갖가지 분석 기사들도 즐비하다. 분석 기사들만으로 웬만한 종합일간지 전체를 채울 수 있을 정도다. 이 같은 화제성에 힘입어 ‘골목식당’은 지난 9일 청파동 하숙골목 편 48회 차에서 처음으로 시청률 두 자릿수(10.4%, AGB닐슨)를 기록했다.

       

      ‘골목식당’이 단기적 폭발력 면에선 따라잡기 힘든 드라마 콘텐츠를 압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골목식당’ 자체가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프로듀스 101’ 시리즈 등 음악예능부터 시작해 성공한 예능프로그램 대부분이 그렇듯 말이다. 그리고 수없이 분석됐듯, ‘골목식당’은 언젠가부터 이른바 ‘빌런 사장’들을 섭외함으로써 그와 같은 드라마성을 확보했다.

       

      그게 이제 ‘꼼수 빌런’에서 아예 ‘무의욕 빌런’으로, 나아가 목숨 걸고 잘해볼 동력 자체가 없는 것 같다는 ‘금수저 빌런’으로 옮겨간 것이고, 그만큼 비판여론도 심해졌다. 단순 자극일변도란 지적과 함께 ‘뒷목식당’이란 별명까지 붙었다. 거기다 다음 번 회기동 편은 ‘쇠퇴한 골목’도 아니라 이미 ‘잘 되는 먹자골목’이란 불평까지 들린다. 솔루션 대상 중 이미 리뷰가 300개 넘게 달린 유명점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매번 점점 더 강력한 ‘빌런 사장’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드래곤볼’ 상태가 돼있는 게 ‘골목식당’ 현실이다. 전투력 인플레이션은 점점 더 높아진다.

       

      대부분 분석 기사들도 바로 이 부분을 비판하는 자세다. 접근은 다르지만 결론은 대부분 같다. 그러나 생각 외로, 사실 이처럼 ‘다양한 빌런 섭외’ 자체는 딱히 잘못된 부분이라 보긴 힘들다. 요식업계는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사연들을 안고 뛰어드는 업계다. 그런 베이스 하에서, 오히려 ‘실제 뛰어들면 더 흔하게 볼 수 있는’ 다양한 입장들을 보여주는 편이 요식업계 전반에 대한 대중의 이해는 물론 ‘골목식당’이 취하고 있는 인간탐구, 인간솔루션의 개념에도 더 잘 맞아떨어진다.

      ‘불우하지만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잘 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대중의 대리만족 심리 하나만으론 사실상 한계가 크다. 그와 유사한 미담 잔치는 이미 TV에 많다. 아니, 어느 장르에나 많다. 거기다 반복되는 ‘록키’ 테마론 사회적 차원에서 프로그램 본 목적과도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오히려 요식업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입장의 인간군상 묘사 쪽이 단순 대리만족, 대리보상심리 차원에서 벗어나 인간사회 자체에 대한 보다 큰 스펙트럼을 마련해준다.

       

      그런 점에서 ‘골목식당’의 문제는 전혀 다른 지점에 있다. 오히려 ‘골목식당’ 측이 이 같은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단 점이다. 청파동 하숙골목 편에서 비난을 사고 있는 ‘금수저 의혹 사장’ 묘사만 봐도 그렇다. 그런 의혹 지점 자체를 프로그램 내에서 대대적으로 공표하며 대중이 쉽게 공감하기 힘든 그들 나름의 목표와 자세를 정공법적으로 해석하는 편이 나았다. 그들 입장을 감춰 ‘남들과 비슷하게’ 포장할 것이 아니라 말이다. 벌써부터 도마에 오르고 있는 회기동 편도 마찬가지다. 그런 먹자골목의 문제점과 한계는 무엇인지, 이미 잘 되고 있는 유명점의 딜레마는 또 무엇인지를 더 깊이 탐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결국 지금 일고 있는 ‘골목식당’ 비판은 그저 ‘또 다른 빌런’ 등장으로 인한 또 다른 화제성 차원에서 받아들일 일이 아니란 것이다. 시청률 두 자릿수까지 찍어버린 ‘국민예능’ 차원에서 일종의 분수령 격 상황이 벌어진 것이란 점을 이해해야 한다. 많은 대중 의견처럼 굳이 ‘더 불우한 골목’의 ‘더 불우한 사장’들을 찾으란 게 아니라, 더 넓은 스펙트럼에서 더 다양한 입장들을 찾되, 그걸 ‘더 솔직하게’ 보여주란 주문이다.

      ‘골목식당’은 애초 단순히 서민들 꿈과 희망을 이뤄주는 로또당첨 같은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게 아니었다. 무엇이건 ‘장사의 세계는 만만치 않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다소 잔혹한 프로그램이었고, 바로 그 점 탓에 사회적 인정도 받았다. 지금 백종원 대표에 부여되는 각종 사회적 위상도 당연히 불우한 이들을 돕는 선인(善人) 차원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반대로, 입장이 어떠하든 일단 요식업에 뛰어들었다면 살기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한다는 강인함, 그리고 인생 전반에 대한 시각교정을 요구하는 멘토로서 얻어진 것이다.

       

      부가적으로, 이른바 ‘미디어식당’ 특유의 로또 효과가 실제로 나오곤 있어도 프로그램이 그 점에 고무돼선 곤란하다. 그런 로또를 하사해줄 ‘자격’이 있는 식당과 그 주인들을 섭외한단 개념으론 사실상 모든 것이 금세 무너진다. 프로그램 자체의 목적과 가치를 꾀하는 쪽이 언제나 더 유효한 방책이다. 2019년 한 해 동안은 바로 그런 차원에서 훨씬 강화되고 치열해진 ‘골목식당’이 등장하길 기대한다.

       

      /이문원 대중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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