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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2-23 11:05:07, 수정 2019-01-23 11:18:16

    [황현희의 눈]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내가 젊었을 때는 돌도 씹어 먹었다” “우리 때는 학교 갈 때 산을 두 개 넘어서 걸어 다녔다”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노력을 더 했어야지” “아프면 청춘이라는데 넌 뭐 하는 거냐?” “내가 자식 같아서 하는 말인데…” 

       

      젊은 친구들의 혈압을 올리는 몇 문장을 한번 나열해 봤다.

       

      청년들에 대한 괴롭힘은 시간이 갈수록 어째 더 해 가는 것 같다. 사실 돌이켜 보면 나 역시도 청년 시절 그렇게 시간을 보냈던 게 사실이다. 예전 개그맨 시험을 도전하던 시절 대학로에서 포스터를 붙이며 하루 여섯 번의 공연을 했다. 극장의 영사기도 열 받으면 고장 날까 봐 하루에 다섯 번밖에 안 돌리는데 정말 인간 영사기가 따로 없었다. 그때 왜 용감하게 이것은 불합리한 노동 착취라고 말하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에 가끔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곤 한다.

       

      아직도 곰팡이가 핀 지하 공연장에서 무대에 강하게 내리쬐는 조명을 직접적으로 바라봐 생긴 안구 건조증으로 고생 중인 것을 생각하면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그때도 역시 청년들의 어렸을 때의 좋은 경험이라는 명목 아래 한 달에 30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희대의 헛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이제는 좀 청년들에게 솔직히 말해주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유치원 때부터 다재다능함을 내세우며 모든 것을 다 섭렵하게 만들었던 세대, 초등학교 때는 공부가 인생의 전부라는 소리를 들으며 놀기를 금기하는 사회를 접했고, 중학교부터는 특목고로의 진학이 최선의 선택임을 교육받았던 세대, 고등학교에서는 장래희망의 커밍아웃을 강요받으며 입시와의 전쟁을 치르는 세대, 대학교에서는 학문을 배우는 곳이라기보다 직장인 양성소로서 취업과의 전쟁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세대,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대출받은 등록금으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세대에게 과연 우리는 무슨 말을 해줘야 하는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세대 간의 계급이라고 부르는 흙 수저론에 이어서 그 흙수저 학생들이 먹는 밥을 흙밥이라고 칭한다고 한다. 누구는 태어나면서 인생의 출발선에서 부모님이 사준 스포츠카를 타고 출발하고 누구는 부모를 엎고 맨발로 뛰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부단히도 노력을 강요해왔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이 말보다는 앨빈 토플러가 말한 ”한국은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하루 15시간씩 공부하고 있다“라는 그들을 일깨워주는 솔직한 말을 해줘야 할 때이지 않을까?

       

      개그맨 황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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