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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2-11 03:00:00, 수정 2018-12-11 09:14:08

    눈덩이 할당·덤핑 악순환… '극한직업' 음료 영업

    많은 할당량에 ‘허덕’… 재고 떠안아
    가판·덤핑 거래… 차액 알아서 메꿔야
    2.5t 트럭 몰고 대리점까지 손수 배달
    처우 개선 시급… 기업 차원 변화 필요
    •  [정희원 기자] “웬만해선 제 자식에게는 이 일을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음료영업 사원으로 재직 중인 장모 씨(33)는 올해로 회사에 입사한지 5년차다. 대졸 공채로 지원해 현재 수도권 내 마트·도매점 등을 대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 어떤 직종의 영업사원이든 ‘매출목표’를 달성하는 데 부담을 안고 있기 마련이나, 그는 음료업계야말로 ‘가장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곳이라고 단언한다.

       

      음료영업은 영업사원이 보통 2.5t 트럭을 몰며 지정된 구역에서 거래처 방문·제품판매·음료진열·수금 등의 업무를 맡는다. 신제품이 나오면 거래처에 홍보와 MS(시장점유율, 마켓셰어의 약자) 유지 확대를 위한 전반적인 활동도 병행한다. 이들도 다른 영업사원들의 생활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사내에서는 실적압박을 받고, 외부에서는 거래처인 크고 작은 마트 주인과 직원들에게 허리를 굽히며 고단한 삶을 이어간다.

      장 씨는 “생수 등을 포함하는 음료 특성상 판매가 아주 어렵지는 않지만 다른 식품영업과 마찬가지로 비현실적으로 높은 영업할당량에 허덕인다”며 “한 달 안에 팔아야할 음료를 처리하기란 만만치 않은데, 특히 ‘음료 비수기’인 겨울에 접어들면 더욱 그렇다”고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일부에서는 실제로는 판매되지 않았으나 이를 마치 판매된 것처럼 전산망에 기재하는 ‘가판’(가상판매) 영업과 대형 할인점·영업구역을 벗어난 도매점 등에 상품을 20~40% 싼 값에 대량으로 넘기기도 한다. 덤핑 거래나 가판으로 생긴 차액도 영업사원의 몫이다. 서울 강남의 한 법무법인에 근무하는 김 모 사무장은 “직장을 다니며 생긴 부채 때문에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영업사원도 적잖다”고 말한다.

      장 씨는 “회사에서 영업압박을 하지 않더라도 거래처 점주와 가격마찰이 생기면 여기서 생기는 부족분은 영업사원이 충당해야 한다”며 “주변에 같이 음료를 납품하는 타 회사 사원은 그냥 월급의 일부는 ‘쇼트’(shortage의 약자, 부족금을 의미)라고 생각하고 떼어놓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유독 음료업계에서 덤핑이 심한 것은 유통기한이 짧은 음료 특성상 기업에 ‘재고자산’으로 남을 확률이 높은 까닭에서다. 재고자산 판매가 어려운 경우 이는 감가상각해 처리해야 한다. 이를 털어내는 역할을 영업사원이 져야 하는 셈이다.

      ‘포카리스웨트’로 유명한 동아오츠카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손익을 개선하기 위해 직원 인센티브 지급 기준을 강화했다. 동아오츠카는 보통 목표 달성률의 80% 정도만 하면 40~50만원 선의 인센티브를 지급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90%를 달성해야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포카리스웨트의 1~2년 전 매출은 상당히 좋았다. 이렇다 보니 전년보다 많이 팔아야 하고, 영업사원들은 밀어넣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때 발생한 미결금액은 직원 앞으로 붙는다.

      여기에 다른 분야의 영업직과 달리 납품까지 직접 해야 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슈퍼마켓부터 대형마트, PC방, 술집, 음식점, 웨딩홀 등을 가리지 않는다. 음료 특성상 무게도 상당하다. 1.5ℓ 사이다·콜라의 경우 한 박스에 12개가 들어 있다. 이를 3~4박스씩 짊어지고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허리·무릎 등에 무리가 가 몸이 상하기도 부지기수다.

      칠성사이다·펩시·레쓰비 등 든든한 포트폴리오로 음료계 선발기업으로 꼽히는 롯데칠성음료의 영업사원 근무환경은 어떨까. 올해 11월 기준 현재 업계 1위는 롯데칠성음료다. 2~3위인 코카콜라음료와 해태에이치티비가 합쳐도 롯데칠성 매출을 넘을 수 없다.

      실제로 롯데칠성음료는 초기 엄청난 영업으로 악명이 높았다. 가판·밀어넣기 종용에 2007년에는 이를 견디다못한 영업사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회사에 대응하기도 했다. 이때 과도한 채무로 자살한 사원도 있었다.

      하지만 2~3년 전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롯데칠성음료에 근무하는 영업사원 A모 씨는 “그전에는 매출확장에만 여념해 무조건 판매증가에만 집중했다면 최근 들어 손익 위주로 잡으려는 분위기”라며 “이런 덕분에 매출압박은 많이 떨어졌지만, 그렇다고 가판이 100% 사라진 것은 아니다”고 귀뜸했다. 이어 “영업소장이나 윗분들은 아직도 ‘그래도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있다보니 쇼트가 아예 0은 아니다”며 “어느 회사든 마찬가지겠지만 전년도 목표치에 달성하지 못하면 현저히 급여는 낮아진다”고 했다. 이와 함께 직원들은 80년대 수준의 물류창고라든지, 눈·비가 오는 날 좀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회사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이에 대해 “회사에서 불법인 가판이나 덤핑을 종용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다만 눈·비가 오는 날엔 직원이 좀더 안전하게 일할수 있도록 목소리를 듣겠다는 입장이다.

      장 씨는 “음료 자체는 필수생활용품이 아니고, 근래 들어 사회적으로 ‘음료가 몸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커지며 소비가 줄다보니 가격경쟁이 심해지고 결국 음료 영업사원은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며 “회사의 무리한 매출압박에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선후배도 적잖다”고 했다.

      조성식 한림대 성심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보건학적으로 봤을 때 국내 영업사원들 업무 스트레스는 상당히 큰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며 “고유 스트레스 모델은 없지만 결정권한은 없는데 압박은 큰 ‘직무긴장모형’에 내가 하는 노력에 비해 보상이 저조하고, 지지나 승진 면에서도 만족도가 낮은 ‘노력보상 불균형 모델’에 회사 안팎으로 감정노동까지 나서는 등 3가지 스트레스모델이 복합적으로 겹쳐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이럴 경우 단순 운동이나 명상으로 스트레스가 절대 해소되지 않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변화”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또 “개인적으로는 직업에 대한 처우가 좋아지는 게 우선일 것”이라며 “상급자들이 하급자를 공정하게 대하고, 생활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기본급을 잘 갖춰주고, 근로기준법을 잘 지키는 게 기본이 돼야 스트레스와 업무압박에서 해소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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