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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벽:김용준 프로의 골프볼 이야기] 새 골프 규칙을 응원하며

입력 : 2018-12-07 16:48:30 수정 : 2018-12-07 16: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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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전문 기자가 내게 물었다. ‘새 골프 규칙이 골프 본질을 너무 많이 퇴색시켰다’는 견해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니 나도 그 의견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단서를 달았다. 골프 규칙만 놓고 보면 나는 기득권을 가진 셈이니 내 의견이 결코 일반적이거나 객관적일 수 없다고. 나는 골프 규칙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경기위원 아닌가? 나는 한국프로골프협회 경기위원이다. 그 전에 이미 프로 골퍼이기도 하고. 나는 또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주최하는 골프 규칙 관련 교육 과정 중 최종 단계인 타스(TARS, 토너먼트 어드미니스트레이터스 앤 레프리 스쿨)를 최우수 성적으로 이수하기도 했다.

 

그러니 새 규칙보다 엄격하고 복잡한 옛 규칙을 거의 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내 입장만 따지면 새 골프 규칙은 너무 관대하다. 훨씬 쉽기도 하고. 그래서 얼핏 생각하면 기득권을 잃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이런 생각을 털어내고 새 규칙을 존중하기로 했다. 더 많은 골퍼가 골프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큰 명제를 떠올리며 내 얄팍한 본능을 누른 것이다. 내가 조금 안다고 더 불합리한 것을 고수한다면 얼마나 옹졸한가?

 

야박할 만큼이나 엄격한 옛 규칙에 마음이 상해서 골프를 가까이 하지 않았다면 새 규칙을 꼭 눈여겨 보기 바란다.

 

새 규칙에서는 페널티 구역(옛 해저드) 안에서 연습 스윙을 해도 된다. 이때 페널티 구역 바닥을 쳐도 된다. 물론 그러다 볼을 움직이면 벌타를 받기 하지만. 연습 스윙도 가능한데 하물며 클럽을 바닥에 대는 것 정도야. 당연히 허용한다. 옛 규칙으로는 페널티 구역에 볼이 들어가면 얼마나 조심스러웠는가? 자칫 잘못해서 클럽으로 바닥을 짚기만 해도 벌타였으니. 새 규칙은 한술 더 뜬다. 이제 페널티 구역에서 낙엽이나 나뭇가지 같은 루스 임페디먼트도 치워도 된다. 옛 규칙에서는 손만 대도 벌타다. 천지개벽이 아닐 수 없다.

 

벙커 규칙도 크게 바뀌었다. 벙커 탈출에 실패한 직후 화가 나서 클럽으로 모래를 내려 쳐도 벌타가 없다. 얼마나 관대해졌는가! 벙커 속이라도 볼에서 멀리 떨어진 발자국은 정리해도 된다. 옛 규칙에서는 모래 테스트라고 벌타를 받았는데. 또 벙커 안에서 솔방울 따위를 치워도 된다. 물론 볼이 움직이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바나나 껍질이나 먹다 남은 사과가 ‘루스 임페드먼트인’지 ‘움직일 수 없는 장해물’지를 놓고 고개를 갸웃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제 어느 것이든 다 치울 수 있으니까. 새 규칙에서는 고무래를 질질 끌고 발자국을 지우면서 볼 있는 곳까지 가도 된다. 벙커 안에서 클럽에 기대어 있어도 되고.

 

볼 찾다가 우연히 볼 움직여도 벌타가 없다는 새 규칙도 눈에 띈다. 예전에는 러프에서 볼 찾을 때 은근히 조심스러웠다. 모르고 볼을 밟기라도 하면 벌타니까. 이제 걱정 안 하고 긴 풀을 들춰도 된다. 해석만 따지면 심지어 발로 러프를 툭툭 차며 볼을 찾아도 된다.

 

퍼팅 그린에서도 우연히 볼을 움직였다면 벌타 없이 제자리에 갖다 놓고 치면 된다. 퍼팅 그린에서 연습 스윙을 하다 볼을 툭 쳐도 벌타가 없다. 얼마나 좋은가! 퍼팅 그린에 난 스파이크 자국도 고칠 수 있다. 홀 근처에 있는 스파이크 자국 때문에 신경 쓰일 때가 얼마나 많았는가? 스파이크 자국에 걸려 볼이 휘어서 승부 퍼팅을 놓쳤을 때의 그 참담함이란! 더 이상 그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된다. 혹시 실수로 남의 퍼트선(퍼팅 때 볼이 굴러갈 길)을 밟기라도 하면 얼마나 민망했는가? 규칙이 허락하지 않으니 내 발자국을 내가 고쳐줄 수도 없고. 이제 고칠 수 있다. 누구 것이든.

 

새 규칙은 이렇게 훨씬 관대하다. 덜 복잡하고. 이 때문에 골퍼가 늘어나고 기존 골퍼가 더 즐겁게 라운드할 수 있다면 내가 가진 규칙에 대한 지식 기득권 따위야 아무렴 어떤가?  

 

김용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경기위원 겸 엑스페론골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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