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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지영 프로의 스윙 톺아보기] ③캐디분들도 힘들답니다

입력 : 2018-11-07 09:00:00 수정 : 2018-11-06 14: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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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서 필드에티켓을 지키자고 강조한 바 있다. 스코어도 중요하지만 골프는 매너의 스포츠임을 강조하고자 하는 바람에서 글을 썼다. 이번에도 그 연장선상에서 한 번 더 써본다. 바로 캐디분들과의 관계다.

 

대한민국 사회는 ‘갑질’에 분노하고 있다. 이번에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폭군행위가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갈 정도로 국민은 분노했다. 이른바 ‘갑’의 위치에서 약자를 괴롭히는 행동은 더는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용납받지 못한다.

 

비약의 느낌도 있지만 골프장에서도 갑질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플레이어와 캐디의 관계에서다.

 

몇십년전 골프장 시설은 지금과는 달랐다. 가장 확연한 차이가 전동카트다. 지금 생각해보면 놀랍다. 어떻게 오르막 내리막 경사에 18홀 동안 골프백을 끌고 다녔는지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물론 요즘도 마찬가지다. 네명의 플레이어를 5∼6시간 동안 케어한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골프를 좀 쳐본 독자분이라면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 같다. 그런데 요즘에는 정신적인 고통이 더 크다고 한다. 골프채를 많게는 8∼10개 정도 들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육체적인 일을 말하는 게 아니다. 

추지영 프로

별의별 상황이 다 발생한다고 한다. 특히 그린에서 난감한 상황이 많단다. 라이를 물어보거나 캐디가 퍼팅라인에 맞춰 공을 놓아줬는데, 홀컵에 들어가지 않았을 때 ‘엉터리로 봤다’고 화를 낸다는 것이다. ‘설마 그런 플레이어가 있을까’ 싶지만 적지 않다는 게 캐디분들의 탄식이다.

 

사실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일이다. 퍼팅라인을 잘못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골프는 퍼팅라인을 보는 감각까지도 포함하는 운동이다. 그린의 전반적인 상태를 파악하고 스스로 라이 감각을 체득하는 것도 중요한 배움의 과정이자 곧 실력이다. 골프장에서 캐디가 놓아주는 일은 아마추어를 배려한 일종의 서비스라고 생각해야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남 탓을 하는 플레이어가 놓아준 대로 완벽하게 스트로크를 하며 스윙을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실제로 본 적이 있다. 앞 팀이 내기를 크게 했는지, 퍼트에 실패하자 한 플레이어가 소리를 지르며 뒤쪽 벙커로 퍼터를 집어던졌다. 플레이어는 화를 내며 카트로 걸어가고 캐디는 헐레벌떡 벙커로 뛰어가 퍼터를 챙기고 쫓아갔다. 그 모습을 본 우리 팀조차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그 외에도 많다. 지나친 음주로 인한 성희롱으로 경찰까지 출동한 경우도 있다. 또 로스트볼을 주우러 비관리지역까지 구석구석 돌아다니다 사고를 당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캐디는 플레이를 조금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분이다. 내가 마음대로 화를 내고 기분에 따라 행동을 해도 되는 사람이 아니다. 골프에서 공을 치고 마지막 스윙을 하는 것은 온연히 자기자신이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봐야한다. 일 인당 3만원을 내고 얼마나 많은 것을 원하는 걸까. 

 

덧붙이자면 골프채도 자신의 거리 전후로 2∼3개씩 뽑아가서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 저 멀리서 “몇 번채 갖다 줘요”라고 소리치는 경우도 눈살이 찌푸려진다. 모든 플레이어가 이렇게 실천해준다면 앞뒤팀이 밀리는 경우도 적어지고 플레이도 원활해질 것이며 서로가 여유 있게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캐디분은 내 플레이를 도와주는 조력자(助力者)라는 생각을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 ‘캐디피를 뽑아야겠다’는 저급한 생각으로 조력자를 괴롭혀서는 안되며 우리는 적은 캐디피로 많은 것을 조언받고 편하게 플레이 하고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갑질 뉴스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직접 골프장에서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도 아니고 말이다. 무엇보다 플레이어와 캐디는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라는 점부터 인식하자.  

 

*추지영 프로는…

 

△국가대표(2003~2004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정회원 △Nicklaus/Flick Golf School 수료 △퀀시리트컵 아시아 골프선수권 대회 우승 △제니아 엔조이골프투어 준우승 △잭니클라우스 홍익골프 아카데미 소속프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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