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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의눈③] 배구협회 ‘국가대표 부상선수 규정’… 보호 아닌 징계

입력 : 2018-10-24 06:30:00 수정 : 2018-10-24 08: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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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대한배구협회의 오만한 일방통행과 제 밥그릇 챙기기 그리고 오한남 협회장의 불통 리더십이 한국 배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 

 

대한배구협회의 최근 이슈는 3가지이다. 여자배구 대표팀 성추행 논란, 그리고 한국프로배구연맹(KOVO) 소속 남녀 구단의 선수·감독·코치 등록비 부과, 마지막으로 신인 세터 이원정(도로공사)의 V리그 출전으로 촉발한 국가대표팀 규정 문제이다.

 

대한배구협회는 오한남 대한배구협회장을 포함해 부회장만 7명이다. 이사진까지 더하면 임원진은 29명이다. 이들은 이 중대한 사안을 두고 모두 어디로 숨었을까. 임원 자격은 있는 것일까. 스포츠월드는 이 3가지 사안과 관련해 어떤 상황인지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다. ①’임원만 29명’ 배구협회, 성추행 사건 어디까지 왔나 ②배구협회, 선수등록비 ‘축구에 10배’… 어떻게 책정했나 ③배구협회 ‘국가대표 부상선수 규정’… 보호 아닌 징계

 

▲국가대표 부상 선수 규정, 보호 아닌 징계이다

 

신인 세터 이원정(19·도로공사)의 V리그 출전 여부로 KOVO와 대한배구협회의 규정 논란이 촉발했다. 골자는 이렇다. 이원정은 지난 7월 아시아배구연맹 AVC컵 대표팀에 발탁됐다. 그런데 소속팀 훈련 도중 팔꿈치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당했고, 8주 진단을 받았다. 이에 따라 국가대표팀에서도 제외됐다.

 

배구협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27조 2항에 따르면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될 경우 선수 보호 차원에서 진단 기간의 2배수의 기간 동안 일체의 국내대회 출전을 불허한다는 것이다. 이 규정대로라면 이원정은 16주 동안 국내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11월 초까지 V리그 무대를 밟을 수 없는 것이다.

 

협회는 이에 따라 KOVO 측에 이와 관련한 공문을 보냈다. 이원정의 출전을 불허한다는 일방적인 통보였다. KOVO 측은 공문을 받은 후 내부 회의를 진행했고, 그 결과 출전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내용을 배구협회 측에도 전달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협회는 반발했다. 배구 협회는 한 인터넷 언론을 통해 “KOVO가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다. 심각하게 주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어 "국가대표팀 규정은 KOVO 몇 사람이 앉아서 따를지 말지를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멘트에서 배구협회가 얼마나 오만하고 시대착오적 발상을 가졌는지 그대로 드러난다. 우선 KOVO는 배구협회의 산하단체가 아니다. KOVO는 독립 법인이다. 배구협회의 규정을 따라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대표팀에 발탁되는 프로 선수는 KOVO 등록 선수이다. 배구협회 등록 선수가 아니다.

 

과거 프로 출범 이전 슈퍼리그 시절에는 대표팀 구성원 대부분이 실업연맹 소속이었다. 실업연맹은 배구협회의 산하단체였다. 배구협회의 규정이 효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프로가 출범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배구협회의 대표팀 규정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 국가대표팀 구성원 대부분이 KOVO 등록 선수라면, 대표팀 관련 규정 개정도 KOVO와 협의해 이뤄져야 했다. 하지만 배구협회의 논리는 ‘배구협회 규정을 개정하는데, 왜 KOVO가 참여하느냐’였다. 그랬던 배구협회가 이제 와서 “KOVO는 배구협회 규정에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당연히 문제점이 발생했다. 이원정 출전 논란이 대표적인 예이다. 부상 선수 관리 규정 가운데 국내 대회 출전 불가 기간이 ‘진단 기간의 2배수’이다. 2배수라는 단어 자체가 ‘규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선수가 4주 진단을 받았더라도, 치료와 재활의 상태에 따라 3주 만에 회복할 수 있다. 반대로 회복까지 8주가 더 걸릴 수 있다. 부상 치료와 재활은 굉장히 유동적이다. 때문에 합리적인 판단에 따른 규정이 필요하다. 현재 배구협회의 대표팀 부상 선수 규정은 선수 보호를 위한 것인지, 징계를 위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대한축구협회의 부상 선수 관리 규정을 살펴보자. 국가대표 축구단 운영 9조 ‘선수의 소집 및 통보’에 따르면 ‘소집 통보를 받은 선수가 해당 소집에 불참하는 경우, 해당 선수는 대표단의 소집기간 및 대표단 해산일로부터 5일이 경과하는 기간 동안 소속팀의 어떠한 공식 경기에도 참가할 수 없다. 단, 협회로부터 별도의 승인을 득한 경우 해당 선수는 소속팀의 공식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2017. 7. 17. 개정>’라고 명시하고 있다.

 

축구 대표팀의 경우 해산일로부터 5일이다. 다소 규정을 악용할 소지도 있어 보인다. 그런데 여기에 대표팀 핵심이 숨겨져 있다. 축구의 경우 대표팀을 고의로 회피하려는 선수가 없다. 모두에게 영광이며, 대표팀에 발탁되고 싶어 모든 열정을 불사른다. ‘혹사 논란’까지 일어난 최고의 축구 스타 손흥민은 "국가대표팀은 영광"이라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대표팀에 합류한다. 

 

그런데 배구의 경우는 어떨까. 과연 모든 배구 선수가 대표팀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을까. 배구 월드 스타 김연경(액자시바시)은 "(대표팀에 합류하면) 배구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배구협회가 해야 할 일은 바로 모두가 가고 싶어하는 대표팀을 만드는 일이다. 이것이 이뤄지면 출전 불가 규정이 3배수가 되고, 4배수가 되도 부상을 핑계 삼아 고의로 빠지는 선수는 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 규정도 무의미해진다. 합리적인 선에서 개정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배구협회가 해야 할 일은 규정을 두고 KOVO와 신경전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발탁되고 싶어하는 대표팀을 만드는 일이다. 이 역할에 자신이 없다면 운영권을 내놓는 것이 맞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대한배구협회, 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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