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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세일페스타… 소문만 요란한 잔치

입력 : 2018-10-02 03:00:00 수정 : 2018-10-03 14: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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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뷰티·패션브랜드 참여 미비
온라인 쇼핑·해외 직구 훨씬 저렴
가을 정기세일과 별반 차이 없어

[정희원 기자] 미국에는 블랙프라이데이가, 홍콩에는 메가세일, 중국에는 광군제라는 ‘쇼핑 특수기간’이 있다. 평소 갖고 싶었지만 주머니 사정으로 사기 힘들었던 다양한 제품들을 70~90% 가격대로 구매할 수 있는 찬스다.

 

국내에도 비슷한 세일 행사가 있다. 연간 진행되는 ‘코리아세일페스타’(이하 코세페)가 그 주인공이다. 문화체육관광부·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표방하며 내세운 세일행사다. 올해는 지난달 28일 개막해 오는 7일까지 이어진다.

 

그런데, 코세페를 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시큰둥하다. 이는 내국인·외국인을 가리지 않는다. 애초에 코세페가 백화점의 가을세일 이름인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다수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알고 있는지 물으니 대부분 어깨를 으쓱이며 그저 관광으로 왔을 뿐이라고 말한다.

 

코세페 첫 주말인 9월 30일, 롯데백화점 본점·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찾았더니 평소 주말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백화점 내부는 한산했고, 주차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애초에 파격할인 제품을 내놓은 게 없으니 고객들끼리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도 없었다. 손님이 가장 많은 곳은 장을 보는 주부들과 외국인 관광객이 모인 식품관 정도였다.

 

많은 사람들이 할인을 바라는 명품 뷰티브랜드·패션브랜드는 이번 세일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의 샤넬·디올·에스티로더 등 유명 뷰티브랜드 판매원에게 코리아세일페스타로 손님이 많이 늘었냐고 물었더니 ‘세일이 없다보니 크게 체감하지 못한다’는 반응이었다. 디올 매장의 직원은 “고객들이 디올은 코세페에 참여하지 않느냐고 많이 물어보신다”며 “안타깝지만 디올은 세일없는 브랜드라는 원칙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 외국계 브랜드는 비슷한 사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코세페의 성적이 지지부진한 것은 ‘매력 없는 할인율과 상품구성’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코세페가 표방하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괜찮은’ 브랜드의 제품을 70~90% 할인율로 쇼핑할 수 있는 게 매력이다. 여기엔 럭셔리 명품브랜드도 포함된다.

 

그러나 국내 유통경로 특성상 20~30% 할인에 그칠 수밖에 없어 세일 자체의 의미가 거의 없다. 코세페 홈페이지에 대표 할인상품으로 내놓은 가전제품, 가구, 패션잡화들도 온라인 쇼핑이나 해외 직구로 구매하는 게 훨씬 저렴하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셈이다. 이런 차이는 유통구조에서 비롯된다는 게 유통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국은 유통점들이 제조사들로부터 물건을 대량구매한 뒤 남은 것을 블랙플라이데이에 처분하는 식이다. 어차피 돈을 주고 이미 산 물건들을 팔지 못할 바엔 박리다매로 처분하는 게 유리하다.

 

반면 한국의 유통구조는 이와 반대다. 유통점이 제조사로부터 판매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올리기 때문에 미국처럼 마냥 물건을 처분하듯 팔기 어렵다. 특히 백화점은 매장을 임대해주고 판매 수수료를 받는 만큼 재고 부담이 없어 세일에 목멜 이유가 없다. 이번 코세페에는 현대백화점·롯데백화점·AK플라자·신세계백화점 등이 참여했으나 기존 정기세일과 맞물려 이렇다 할 메리트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코세페 할인율을 두고 소비자들이 아쉬워하는 마음은 이해한다”며 “하지만 미국과 국내의 유통구조가 틀리기 때문에 할인율을 끌어내기 힘든 점은 있다”고 말했다. 또 “올해는 ‘온라인 최저가보다 저렴하게’를 목표로 세일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제조업체도 허리띠를 졸라매 함께 참가했지만, 시장에서 움직이는 할인율을 정부가 100% 컨트롤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도 했다.

 

코세페를 두고 ‘유통산업에 대한 고민 없이 밀어붙인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4억5000만원 예산 중 21억5000만원이 세일 관련이 아닌 전야제 행사의 아이돌가수·개그맨 초청비 등 홍보기획비용으로 쓰이고 있다. 현재 인스타그램에 ‘코리아세일페스타2018’ 해시태그는 101개에 그친다. ‘코리아세일페스타’ 해시태그는 5844개에 이르나 3년 전부터의 데이터가 축적된 것이고, 이 역시 아이돌가수와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쯤 되면 코세페가 쇼핑행사인지, 뮤직페스티벌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한편, 주최 측은 전야제 행사와 관련해서는 ‘과장된 내용’이라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홍보기획 등 연예인 자체에 들어간 예산은 이 중의 아주 일부이고, 인지도 높은 연예인들과 함께하는 것은 행사를 이끄는 견인요소라고 본다”며 “실제로 올해는 지난 행사보다 노출도 많이 됐고 관심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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