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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차 큰 만족’은 옛말… 국내시장 설 땅 없는 경차

입력 : 2018-09-27 03:00:00 수정 : 2018-09-26 19: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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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구매력 하락·소형 SUV 성장에 판매량 20개월째 감소
기업들, 신형 모델 출시하며 대책 마련 나섰지만 효과는 '미미'

[이지은 기자] 한때 연판매 20만대 규모를 자랑했던 국내 경차 시장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국민 소득 수준이 올라가고 대체 모델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경차를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겼다.

국내법상 배기량 1000㏄ 이하의 차로 한정되는 경차는 생애 첫차나 시내 출퇴근용 차, 세컨드카로 인기를 누려왔다. 저렴한 판매 가격으로 초기 진입 장벽이 낮고, 이후에도 세제 혜택과 주차 통행료 할인 등을 받을 수 있어 유지비가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었다.

◆판매량 20개월째 감소, 암흑기 찾아오나

그러나 내수시장의 경차 연간 판매량이 2014년부터 4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최근까지도 하락세는 두드러진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가장 최근 발표한 올해 7월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된 경차는 1만106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1322대보다 2.2% 줄어들었다. 이로써 전년 동월과 비교한 판매고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게 무려 20개월까지 늘어났다. 2018년 1~7월 판매량으로 넓혀봐도 7만3177대로, 2017년 같은 기간 8만1864대에 비해 10.6% 떨어지면서 더 큰 하락 폭을 보였다.

1991년 대우자동차(현 한국지엠)가 티코를 내놓으면서 열린 경차 전성시대는 1998년 출시된 대우차 마티즈와 현대차 아토스, 1999년 출시된 기아차 비스토가 함께 이어갔다. 그러나 1997년 발발한 외환위기의 여파로 대우차와 기아차가 파산하면서 2006년에는 경차 판매량이 역대 최저치인 3만9221대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이 추세라면 당시와 버금가는 암흑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사실상 국산 3종뿐…신차 효과도 미미

경차 시장의 외연이 확장되지 못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소비자에게 주어진 선택지 자체가 타 차급과 비교하면 현저히 적다. 현재 한국에서 판매 중인 경차는 기아차의 모닝과 레이, 한국지엠의 쉐보레 스파크, 르노삼성자동차의 트위지 등 총 4종에 그친다. 그러나 1~2인용 초소형 전기차로 국내 법규상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릴 수 없는 트위지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자동차로 볼 수 있는 건 3종류뿐이다.

기업은 신형 모델을 출시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지난해 초 완전변경 모델로 출시된 모닝은 올해 1~7월 2만9612대가 팔리며 경차 판매 1위 자리를 유지했으나, 2017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9.2%가 줄어든 수준이다. 지난해 말 출격한 더 뉴 레이는 그나마 신차 효과를 누렸고, 지난 5월 부분변경모델을 내놓은 스파크는 상반기 판매량 1만6887대로 전년 동기 대비 29.5%나 감소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소형 SUV에 빼앗긴 수요, 친환경 차로 몰리는 혜택

업계에서는 소형 SUV가 강력한 대체재로 떠오르면서 경차의 인기가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과 맞물려 수요가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2013년 1만1998대 그쳤던 소형 SUV 시장은 지난해 14만7429대로 10배 넘게 뛰었다. 현대차 코나, 기아차 스토닉, 쌍용차 티볼리, 한국지엠 트랙스, 르노삼성 QM3 등 국내 완성차 업체 대부분이 최근 몇 년 사이 SUV 라인업에 소형을 추가했다.

기존에 경차 구매 시 받을 수 있던 세제 혜택은 이제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등 친환경 차로 더 확대됐다. 정부가 하반기 내수 진작을 위해 올해 7월부터 실시한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 대상에서도 경차는 면제됐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환경 보호의 명분으로라도 경차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국가 지원도 친환경 차에 집중된다”며 “현재로써 경차는 투자 비용 대비 기대 수익이 가장 낮은 차종”이라고 귀띔했다.

number3togo@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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