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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영의 뭐니볼] 과연 외국인 선수 몸값 제한이 문제일까?

입력 : 2018-09-18 05:55:00 수정 : 2018-09-18 00: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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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세영 기자] “이게 욕을 먹을 일이 아닌데, 참 답답합니다.”

 

지난 17일 밤.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평소 알고 지낸 모 구단 관계자 A였다. A는 10년 이상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를 담당했다. 늦은 밤 기자에게 전화를 건 이유는 묻자, 최근 KBO가 발표한 새 외국인 몸값 제한에 대해 “현장 실무진의 생각과는 반대의 반향으로 의견이 나온다. 현장에서 왜 100만 달러 몸값 제한을 공감했는지, 정확한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할 말은 해야겠다 싶었다”고 대답했다.

 

KBO는 지난 11일 새로 계약하는 외국인 선수의 몸값을 100만 달러 이하로 제한했다. 100만 달러에는 계약금과 연봉은 물론 이적료까지 포함됐다. 계약 규정 위반 시, 제재도 강력하다. 해당 계약은 무효가 되고 선수는 1년간 참가 활동이 정지된다. 구단에는 다음 연도 1차 지명권 박탈과 제재금 10억원이 부과된다.

 

그런데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특히, 외국인 선수의 하향 평준화로 극심한 타고투저의 리그 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그러나 A는 “외국인 선수 몸값 상한은 하루아침에 결정된 것이 아니다”면서 “각 구단 현장 실무자들의 의견을 전달받아 단장들이 실행위원회(단장회의)를 거쳐 이사회(사장단회의)에서 충분한 토론을 거쳐 의결된 사항이다. 앞서 지난 7월말 단장단의 일본 연수 당시에도 주된 화두 중 하나였다. 더는 ‘KBO리그가 호구가 되지 말자’는 반성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외국인 선수 몸값 제한 발표 직후 만나 본 현장 실무자들은 KBO의 결정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지방 구단의 외국인 스카우트 B도 “현재 외국인 선수의 몸값에는 거품이 많이 꼈다”며 “일부 메이저리그 구단은 KBO리그 팀을 호구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적극적으로 KBO리그에 선수 장사에 나서고 있다. 특히 LA 다저스와 신시내티 등 일부 구단은 40인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 중 판매가 가능한 이들의 목록을 주기적으로 KBO리그 구단에 보낸다. 그런데 메이저리그 구단이 내줄 수 있는 선수들은 대부분 40인 엔트리에 턱걸이하는 선수들이다. 최근에는 41~42번째 선수를 이적료를 받기 위해 억지로 40인 엔트리에 포함해 장사하고 있다.

 

판매하려는 선수가 40인 엔트리에 들 경우 매력적인 상품으로 포장될 수 있다. 실제 40인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들은 최소 30만 달러에서 최대 100만 달러의 이적료를 지불해야 한다. 삼성 다린 러프와 SK 앙헬 산체스 등의 이적료는 100만 달러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수도권 구단의 스카우트 C는 “KBO리그에서 어떤 선수에 관심이 있다는 소문이 나면, 해당 선수를 40인 엔트리에 넣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쓸만한 선수는 대부분 (이적료만) 70~80만 달러를 줘야 한다. 반드시 거품은 빠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다시 A의 설명이다. A는 “현재 리그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 중 70%가 100만 달러면 충분히 데려올 수 있는 선수들이다. 지금까지 150만 달러 이상을 받고 온 선수들의 성공률을 따져보면 40%도 되지 않는다. 왜 그렇게 돈을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 100만 달러를 주고 데려와서, 해당 선수가 잘하면 200만 달러를 주겠다는 소리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냉정하게 시장을 볼 필요가 있다. 우리 리그에서 뛰다가 일본이 아닌 미국으로 돌아가면 선수들이 실제 받는 금액은 10만 달러도 되지 않는다. 특히, 나이가 있는 선수들은 7~8만 달러를 받고 트리플A에서 뛴다. 이게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 선수들에게 주는 돈이 얼마인가. 몇몇 선수들은 100만 달러 이상을 받는다. 결국 제대로 올바르게 가자는 소리다. 100만 달러면 충분히 수준 있는 선수들이 온다. 그런 환경을 만들자는 이야기다”고 강조했다.


종합하면, 현장 실무자들은 거품이 잔뜩 낀 외인 선수 시장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었다. 고질적인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노골적 선수 팔기를 개선해야 할 시점이었다. 현장에서부터 공감대가 형성됐고, KBO는 결단을 내렸다. 외국인 선수 몸값 제한이 마냥 비판 받아서는 안 될 일이다.

 

niners@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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