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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의눈] 칠레 ‘인종차별’ 징계 어렵지만, 이대로 끝낼 수 없다

입력 : 2018-09-12 17:40:27 수정 : 2018-09-12 17: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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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경기장 밖에서 일어난 사안이라 이의 제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넋 놓고 당했다’는 말은 이럴 때 쓰인다. 칠레 축구 대표팀의 일부 선수가 저지른 인종 차별적 행동을 두고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대로 끝내서는 안 된다. 평가전 초청팀에 대한 사전 교육을 진행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파울로 벤투(49·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칠레와 격돌했다. 상대 강한 압박에 고전한 벤투호는 물러서지 않고 맞불을 놓으며 0-0 무승부를 이끌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위에 코파 아메리카 2회 연속 우승(2015, 2016년)에 빛나는 남미의 강호 칠레를 상대로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평가전을 성사하기 위해 백방 노력했다. 랭킹 10위권의 강팀을 한국으로 초청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평가전은 근본적으로 비슷한 전력의 팀이 맞대결을 펼쳐야 서로 득을 챙긴다.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면 객관적인 전력에서 약체로 꼽히는 팀을 찾아다니지는 않는다. 이에 협회는 일본과 협의해 칠레를 어렵게 초청했다.

 

그만큼 경기력 측면에서도 효과를 봤다. 결과를 떠나 스파링 파트너로 제격이었다. 칠레는 이날 강팀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한국 수비진을 뒤흔드는 강하고 빠른 압박에 아르투로 비달(바르셀로나)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빌드업은 탄성을 자아냈다. FIFA 랭킹 57위의 한국 입장에서는 칠레를 상대로 좋은 수업을 받았다.

 

그러나 경기장 밖에서의 행보는 아쉬움이 크다. 미드필더 디에고 발데스는 지난 9일 밤 한국 축구팬의 사진 촬영 요청에 눈을 짖는 포즈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과했으나, 진정성에 있어서 의심스럽다. 이유는 이 논란 직후 차를레스 아랑기스, 마우리시오 이슬라가 수원시 번화가 한복판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해 비속어를 섞어가며 “눈을 떠라(Abre los ojos!)"라고 외쳤다. 이를 영상으로 촬영해 버젓이 소셜미디어에 게재했다.

 

협회 관계자는 “사태의 심각함을 알고, 이번 사안을 FIFA 미디어 오피서에 전달해 논의했다”면서도 “그런데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긴 힘들다. 그라운드가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칠레 축구대표팀 측에도 이와 관련한 내용을 전달했으나, 칠레 측은 “휴식일에 벌어진 일이며, 선수 사생활적인 부분이다. 팀에서 조치를 취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억울한 일이다. 발데스의 SNS 사과도 FIFA 미디어오피서가 인종차별과 관련한 내용을 전달하자, 그제야 이뤄진 일이다.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전한 사과가 아니다. 한국 축구팬 입장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를 정도로 안타까운 일이다.

 

징계는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조치는 필요하다. 앞서 콜롬비아 선수도 눈을 찢는 행동을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무지에서 오는 경솔함이다. 앞으로 남미 국가를 초청할 때는 행하지 말아야 할 행동에 대한 사전 교육이 필요하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칠레 축구대표팀의 미드필더 발데스(앞).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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