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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비주류에서 AG우승 이끈 명장으로...김학범 감독의 찬란한 반전 스토리

입력 : 2018-09-01 23:26:54 수정 : 2018-09-02 10: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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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세영 기자] 약 한 달 전으로 시간을 돌려 보자.

 

김학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감독은 ‘인맥 축구’로 비난을 받았다. 대표팀에 성남 시절 제자였던 황의조(26·감바 오사카)를 발탁했기 때문이다. 근거 없는 ‘의리 선발’이라는 말이 떠돌았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은 황의조에 대해 "인맥이 아니라 실력을 보고 뽑았다"고 강조했다.

 

한 달이 흘렀다. 김학범 감독이 이끈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대회 결승에서 연장 접전 끝에 2-1 승리,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축구는 4년 전 인천 대회에 이어 아시안게임 2연패에 성공했다.

 

황의조의 선발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이번 대회 6경기에 모두 출전해 9골을 몰아쳤다. 6경기 중 키르기스스탄전을 제외한 5경기에서 골을 넣었으며, 해트트릭도 두 차례나 기록했다. 최대 고비였던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는 3골을 몰아치며 준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대회 득점왕에도 올랐다. 김학범 감독은 뚝심으로 밀어붙였고, 결과를 만들어냈다. ‘인맥 축구’ 논란은 쑥 들어갔다.

 

김학범 감독의 축구 인생은 잡초 같다. 수많은 역경이 있었고, 이를 보란 듯이 딛고 일어났다. 비주류였다. 선수 시절 프로 무대도 밟지 못했다. 실업팀에서 은퇴한 뒤에는 은행원으로도 일했다. 그러나 그는 축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지도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공부하는 지도자’였고, 축구를 배울 수 있는 곳이면 유럽이든, 남미든 어디든 쉼 없이 뛰어다녔다. 공부하는 지도자는 훌륭한 업적도 남겼다. 프로축구 성남을 이끌고 2005년 K리그 우승, 2014년 FA컵 우승을 이뤄냈다. 뛰어난 전략으로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에 빗대 ‘학범슨(김학범+퍼거슨)’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은 쉽지 않았다. 시작부터 와일드카드 발탁 논란에 시달렸고, 조별리그에서 약체 말레이시아에 1-2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그는 과감하게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물론 힘들었다. 김 감독은 8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꺾은 뒤 인터뷰 도중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결국 김 감독은 여러 논란을 딛고 금메달을 조련했다. 뚝심은 신뢰를 얻었고, 스타 플레이어들이 즐비한 대표팀은 하나로 똘똘 뭉쳤다. 그리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비난이 찬사로 바꿨다. 비주류였던 김 감독은 이제 주류 감독이 됐다. 김 감독은 이날 연장전 종료 휘슬이 울리자,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이어 그라운드로 뛰어나가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과 뒤엉켰다. 김 감독은 선수 못지않은 주인공이었다. niners@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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