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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8-28 13:52:15, 수정 2018-08-28 13:52:14

    '알츠하이머 불출석' 전두환에게 왜 분노하나

    •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전두환(87) 전 대통령이 알츠하이머 투병을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후 비난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뉴시스 

       

      정치권과 5·18 관련 시민단체들은 27일 국민을 기만한 처사라며 강제구인을 해서라도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시민들은 책임 입증을 피하기 위한 거짓 투병이 아니냐는 의혹 제기부터 그간의 악행을 입증할 수 없어 아쉽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법원은 알츠하이머가 법률상 형사재판 불출석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5·18 단체들 “강제구인을 해서라도 법정에 세워야”

       

      조 전 신부의 유족과 5·18단체들은 실망감을 드러내며 재판에 불출석한 전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

       

      조 전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는 언론 통화 등에서 “전씨의 이번 법정행이 5·18에 대한 사과의 첫 발걸음이길 기대했고 그가 죄를 조금이나마 반성하게 하는 계기였는데 그마저도 전씨는 발로 차버렸다”며 “법원이 전씨를 법정에 세우지 못한다면 재판부는 지역 민심을 읽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의갑 5·18 기록관장도 “전씨가 5·18에 대해 발뺌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강제구인을 해서라도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치매 등의 지병이 있어 불출석한다는 입장을 국민들이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며 “지병은 가족과 측근만 아는 것인데 확인할 방법이 없는 만큼 불출석의 구실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된다”고 분노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출간한 회고록. 뉴시스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회고록을 통해 “광주사태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라고 기술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평생을 5·18민주화운동과 함께 해온 조 전 신부는 생전 1980년 5월 헬기사격을 주장해왔다. 오월단체와 유가족은 지난해 4월 전 전 대통령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수사 끝에 지난 5월3일 전씨를 불구속기소했고, 27일은 사실상 첫 재판이 열린 날이다.

       

      ◆정치권 “국민 기만한 처사…법정에 세워 준엄한 심판 받도록 해야”

       

      정치권의 비난도 거세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신임 당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전 전 대통령이 알츠하이머 투병을 이유로 5·18 관련 재판에 불출석 통보한 것에 대해 “공수부대를 광주로 보내 잔인한 학살을 한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우리는 기억한다”며 “법정에 출석해 사과를 해도 용서할 수 없는데 불출석한 것은 어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면 반드시 전두환을 법정에 세워 준엄한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별다른 존칭 없이 ‘전두환’ ‘전두환씨’라고 호명했다.

       

      27일 조용한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뉴시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두환 씨는 작년 회고록까지 발간하면서 사자명예훼손을 비롯해 자신의 모든 범죄 행위를 부정하는 강한 집착을 보였고, 재판 준비를 이유로 두 차례 재판을 연기했다”고 상기시키며 “이제 법정에 서서 진실을 대면하기 직전 절묘한 시기에 투병을 이유로 사실상 재판을 거부한 것은 끝까지 5.18 영령과 국민들을 기만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민주평화당 김정현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그동안 전 전 대통령 측은 5·18과 관련된 일체의 사항에 대해서도 시치미를 떼왔다. 도저히 역사와 광주 앞에 그 죄를 씻을 길이 없다”며 “이번 재판 불출석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은 광주시민에게 직접 속죄할 기회마저 놓쳤다”고 꼬집었다.

       

      ◆이종걸 “전두환 알츠하이머는 핑계…자서전 내용 해명해야”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속 일부 내용을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했던 고 조비오 신부를 비난한 사자명예훼손 재판 출두를 앞두고 불출석하겠다는 핑계를 알츠하이머로 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제20대 국회의원선거일이었던 2016년 4월 13일 연희동 주민센터 찾은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 뉴스1 

      제20대 국회의원선거일이었던 2016년 4월 13일 연희동 주민센터 찾은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 뉴스1

      그는 “2013년부터 약을 먹었다고 하니 재판을 앞둔 ‘맞춤형 발병’은 아닐 것이다. 그분이 민주주의와 광주시민에 범한 죄과가 아무리 크더라도 인간적으로는 쾌차하시기를 기원한다”면서도 “전 전 대통령 가족과 측근들은 자서전에 그의 과거 발언과는 달리 광주 5·18 때 시민 시위 배후에 ‘북한군 특수부대’가 투입됐다는 내용을 누가 무슨 목적으로 집어넣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억이 온전치 않은 시기에 완성된 자서전에 평소 주장과 정반대 내용이 들어가 있다는 것은 누군가가 장난을 친 것”이라며 “가족과 측근들은 이 조작 작업의 주체와 의도를 솔직하게 밝히고 국민, 특히 광주시민들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누리꾼들 “전두환의 비겁함은 끝을 알 수 없다”

       

      누리꾼들은 전 전 대통령의 재판 불출석 소식에 사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하며 투병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세월호 유가족 ‘유민 아빠’ 김영오씨는 2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전 전 대통령의 재판 불출석 기사를 공유하며 “알츠하이머...휠체어에 마스크를 뛰어넘는 최신병기다. 박근혜와 최순실도 이 무기를 사용한다면...생각만 해도 두렵다”며 “진실 하나 알고 싶은데 왜 이렇게 힘이 들까요. ‘악’은 존재하고 ‘선’은 존재하지 않는 나라”라고 씁쓸한 마음을 드러냈다.

       

      1988년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학생 운동을 이끌었던 전상훈(이지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씨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두환이 2013년부터 알츠하이머 진단받아 치료약 복용 중이라고 내일 광주재판 앞두고 밝혔다. 잠시 전 대화도 기억 못 한단다. 참회했다면 조금은 죗값 덜었을 텐데, 결국 살인마로 삶을 비참하게 마감하게 됐다”며 “인과응보, 하늘의 심판이다”라고 지적했다.

       

      한 누리꾼은 “알츠하이머 투병 중에 자서전은 무슨 정신으로 쓰고 고발까지 당한 것인가? 전두환의 비겁함은 그 끝을 알 수 없다”고 비난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전두환씨가 방금 전 일도 기억 못 하는 알츠하이머병에 시달리고 있어 재판에 참석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말이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사실이라고 해도 사실로 받아들일 국민이 많지 않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013년 이후 정정한 모습으로 수차례 목격된 전두환

       

      일각에서는 2013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는 전 전 대통령 측의 주장에 재판에 나오지 않기 위한 변명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013년 이후에도 전 전 대통령의 정정한 모습이 목격됐고, 논란이 되고 있는 회고록은 지난해에 발표됐기 때문이다.

       

      2015년 10월11일 대구공고 총동문회 체육대회에 참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 뉴스1

      전 전 대통령이 알츠하이머를 진단받았다는 2013년 이후 많은 사람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5년 10월이었다. 모교인 대구공고 체육대회에 참석한 전 전 대통령은 84세의 나이에도 비교적 정정한 모습으로 이 여사의 손을 잡고 등장했다. 당시 3년 만에 모교를 찾은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매년 찾았는데 3년은 무슨...”이라며 짜증섞인 답변을 한 전 전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고 후배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던 2016년 4월13일 투표를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주민센터를 찾았던 전 전 대통령은 ‘어떤 마음으로 투표했느냐’ ‘대한민국이 어떻게 달라지길 바라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별다른 대답 없이 “수고하라”는 말과 함께 악수를 건넨 뒤 투표소를 떠났다.

       

      지난해 1월1일에는 자택으로 5공화국 시절 인사들과 지인들을 초청해 신년회를 가졌고, 이후 같은 해 4월 ‘전두환 회고록’을 출간했다. 이후 총동문회 체육대회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이때도 전 전 대통령 측은 ‘건강상 이유’라며 회고록 논란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법원 “전두환 알츠하이머, 불출석 사유 안 된다”

       

      법원이 전 전 대통령이 형사재판 불출석 이유로 든 알츠하이머가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전 대통령 건강 문제는 법률상 불출석 사유는 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형사소송법 제277조 피고인의 불출석 사유로는 4가지를 들고 있다. △5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과태료에 해당하는 사건 △공소기각 또는 면소 재판을 할 것이 명백한 사건 △장기 3년 이하 징역 또는 금고, 500만원을 초과하는 벌금 또는 구류에 해당하는 사건에서 피고인의 신청이 있고 법원이 권리 보호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해 이를 허가한 사건 △피고인만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 등이다.

       

      전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사유가 아닌 건강 문제만을 들어 불출석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법원이 불출석을 허가한 경우에도 피고인은 성명, 연령, 등록기준지, 주거, 직업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이 열리는 첫 공판기일과 선고기일에는 출석해야 한다. 피고인이 특별한 이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면 재판을 열 수 없고 구인장을 발부받아 강제 구인할 수 있다.

       

      ◆전두환, 사자명예훼손 첫 재판 불출석…“알츠하이머 투병 중”

       

      전 전 대통령의 알츠하이머 투병 사실은 27일 재판을 하루 앞둔 지난 26일 공개됐다. 전 전 대통령이 수년째 알츠하이머 투병을 하고 있으며 이에 재판에 불출석할 수밖에 없다고 그의 부인 이순자 여사가 밝힌 것이다.

       

      이 여사는 이날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전 전 대통령이 2013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뒤 지금까지 의료진이 처방한 약을 복용해 오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현재 인지 능력은 회고록 출판과 관련해 소송이 제기돼 있는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들어도 잠시 뒤 기억하지 못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뉴시스 

      또 1995년 옥중 단식과 2013년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재산 압류 소동 등 극도의 스트레스를 발병의 배경으로 밝힌 뒤 “그동안 적절한 치료 덕에 증세의 급속한 진행은 피했지만, 90세를 바라보는 고령 때문인지 최근 인지능력이 현저히 저하됐다”며 “이런 정신건강 상태에서 정상적인 법정진술이 가능할지도 의심스럽고, 그 진술을 통해 형사 소송의 목적인 실체적 진실을 밝힌다는 것은 더더욱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이 앓고 있는 알츠하이머는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으로 서서히 발병해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의 악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병이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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