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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인랑' 무거운 방탄복, 허리 무사할까

입력 : 2018-08-01 03:00:00 수정 : 2018-08-24 13: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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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다소 어려움이 있겠지만, 한반도 평화는 외관적으로나마 점점 진전되는 모양새다. 정말 통일이 오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최근 개봉한 영화 ‘인랑’도 동북아 국가들의 우경화로 인해 한반도가 통일을 준비한다는 배경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혼란스러운 정세 속에 통일을 반대하는 반정부 테러단체 ‘섹트’와 이들을 소탕하려는 대통령 직속 경찰조직 ‘특기대’ 사이에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이어진다. 각종 총기류와 사제폭탄으로 무장한 섹트에 대응하기 위해 특기대는 전신에 갑주를 두른 채 중기관총을 양손에 들고 작전을 수행한다.

 

‘인랑’ 포스터를 장식하고 있는 전신 방탄복의 이름은 ‘프로텍트 기어’로, 이 영화의 트레이드 마크다. 영화 후반부 하수도에서 이 방탄복을 착용하고 공안부를 상대로 일당백 전투를 벌이는 임중경(강동원 분)을 보고 있자면 ‘저거 하나 갖고 싶다’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문제는 이 프로텍트 기어의 무게다. 촬영용 소품의 무게만 30㎏이 넘어 배우들이 고생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전용으로 제작된다면 더욱 무거울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 군인들의 완전 군장이 35㎏ 내외임을 감안할 때 전투용 장비로는 너무 무겁다.

 

장비의 지탱을 보조하는 외골격이나 동력장치의 묘사도 보이지 않는다. ‘인랑’의 원작자 오시이 마모루도 이에 대해 “갑옷의 동력은 근력”이라고 밝혔다. 임중경은 오로지 근력만으로 이 방탄복을 입고 하수도를 내달리며 육박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직업병이 발동했는지 이리저리 구르는 임중경을 보면서 저런 식으로 전투를 펼치면 다음 전투에 나서기도 전에 몸이 버텨내기 힘들겠다는 걱정이 앞섰다.

 

요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은 잘못된 자세와 노화가 원인으로 흔히 알려져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급성으로 발생하는 비율도 무시할 수 없다. 프로텍트 기어까지는 아니더라도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격렬한 운동을 하게 될 때 세심히 주의해야 한다. 한계 이상의 하중이 전달되면 척추의 부담이 가중돼 추간판(디스크)을 둘러싸고 있는 섬유륜이 파열될 수 있다.

 

비슷한 예로 소방관들이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소방관들이 착용하는 장비의 무게는 약 27㎏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소방공무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디스크 진단을 받은 소방관은 전체 7664명 가운데 3025명으로 39.5%에 달했다.

 

하중을 받은 채로 움직이면 무릎 등 연골의 마찰이 커지는 만큼 연골 마모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내원하는 퇴행성관절염 환자들을 보면 젊었을 적 무거운 물건을 짊어지고 옮기며 노동을 했던 분들이 많다.

 

온몸을 검은 방탄판으로 뒤덮은 채 헬멧 아래로 붉은 안광이 비치는 프로텍트 기어는 남자들의 어렸을 적 로망을 자극할 만큼 멋지다. 그러나 설령 전신방탄복을 실제로 접할 수 있다 한들 우리는 건강을 위해서라도 그 영광을 허리에 양보해야 할 것이다. 상상은 현실화 될 수 없기에 그 자리에서 빛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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