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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7-31 03:00:00, 수정 2018-07-30 18:24:48

    '이열치열' 몸 좀 풀었는데 근육 녹는다고?

    여름철 무리한 운동 '횡문근융해증' 불러… 각별한 주의 필요
    근육통으로 착각… 통증 오래가고 소변색 진하면 빨리 병원가야
    • [정희원 기자] “요즘 체중감량 과정에서 몸살기에 근육통이 있어 단순 근육통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무리한 운동으로 인한 횡문근융해증이었습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신장기능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었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하더군요.”

      최근 고강도운동으로 몸매를 가꾸는 사람들이 적잖다. 이 중에서도 단시간에 칼로리 소모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스피닝, 크로스핏 등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이뤄지는 극심한 운동은 자칫 ‘횡문근융해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횡문근융해증은 갑작스러운 고강도 운동·수술·감염질환 등으로 근육세포가 손상되면서 세포 속 마이오글로빈·칼륨·칼슘 등이 혈액 속으로 녹아드는 질환이다. 정확한 진단은 혈중 크레아틴키나제(CK) 수치로 내린다. 근육세포 속 물질인 CK의 정상 범위는 22~198 U/ℓ인데 횡문근융해증인 경우 정상치의 10~200배 이상 증가한다.

      횡문근융해증의 대표 증상은 극심한 근육통과 소변색 변화다. 소변에 마이오글로빈·칼륨 등이 섞이며 색깔이 콜라처럼 짙게 변한다. 혈중 칼슘·나트륨 수치가 높아지면서 전해질 불균형이 나타나 근육통·무력감·발열·구토 등을 동반한다. 환자의 10%는 이런 증상이 악화돼 조직괴사와 부종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질소 노폐물이 축적돼 심장·폐기능까지 떨어지며 부정맥이 동반되기도 한다. 횡문근융해증으로 인한 사망률은 8%에 이른다.

      류동열 이대목동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노폐물이 신장으로 바로 들어가면 예후가 나쁠 수 있다”며 “신장은 요소 등 혈중 화학적 노폐물을 걸러내지만 횡문근융해증으로 갑자기 들어오는 다량의 독성물질을 정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근육의 잔해가 세뇨관을 파괴하고, 신장기능이 아예 망가지는 급성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근래 무리한 운동으로 인한 ‘운동유발성 횡문근융해증’ 환자가 늘고 있다. 운동 시 쉬지 않고 과도하게 반복동작을 하는 과정에서 이온불균형이 심해져 생체막이 약화되고, 근육이 파괴돼 증상이 발현한다. 무리한 식단조절을 병행하고 있다면 이런 현상이 가속화 된다.

      신정호 중앙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과거 횡문근융해증은 일반인에게는 흔한 질환이 아니었지만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며 “훈련 특성상 극도로 피로한 상태에서도 근육을 강제로 극한까지 몰아붙여야 하는 군인, 일부 마라토너, 축구선수 정도에서 흔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에는 일반인들도 ‘몸 만들기’에 관심이 많다보니 여름철 운동유발성 횡문근융해증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고 했다. 김범석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 역시 “음주 후 숙취해소를 목표로 무리하게 운동을 하거나, 고지혈증 약재 등을 복용하는 환자들이 갑작스럽게 운동하는 경우에도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폭염으로 인한 높은 기온도 횡문근융해증의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인체는 42도 안팎 고온에 오래 노출될 경우 신진대사에 문제가 생기고 근육세포막을 이루는 지질이 녹기 시작한다. 한여름 야외에서 조깅·자전거를 오래 시행하거나, 더운 실내에서 빠른 음악에 맞춰 고정식자전거를 무리하게 타는 스피닝을 지속하면 발병 위험이 배가된다.

      어떤 질환이든 그렇듯 조기치료가 관건이다. 초기에 빨리 잡아내면 며칠 입원해 수액으로 체내 이온균형을 맞추는 치료로 근육·신장의 손상악화를 피할 수 있다. 신정호 교수는 “횡문근융해증의 증상이 의심되면 초기에 병원을 방문해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관건”이라며 “때를 놓치면 근육이 기능을 잃을 수도 있고, 신장이식이 필요하거나 최악의 경우 사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횡문근융해증을 피하려면 시원하고 건조한 곳에서 운동하고, 땀복을 착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해질 이상을 유발할 수 있는 무염식·과도한 저염식에도 집착하지 않는 게 좋다. 운동 중 근육떨림, 경련, 구토 등 이상증상이 나타나면 그날 운동을 마무리하고 휴식을 취하도록 하자. 무엇보다 운동 후 극심한 근육통·몸살·소변색 변화가 동반된다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횡문근융해증, 유발 가능성 높은 운동은?

      ◆스피닝

      최근 ‘칼로리소모 끝판왕’으로 다이어터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게 스피닝이다. 고정식 자전거를 빠른 속도로 타며, 율동까지 곁들인 피트니스 프로그램이다. 단, 스피닝은 개인의 운동능력이나 신체조건에 상관 없이 다함께 빠른 템포의 음악에 맞춰 자전거를 타야 한다. 자신도 모르게 초고강도 운동을 하게 되며 ‘횡문근융해증’이라는 복병을 만날 수 있다. 운동을 막 시작하는 초보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어느 정도 체력을 키운 뒤 시작하는 게 유리하다.

      ◆크로스핏·철인3종경기

      단시간에 많은 운동을 수행해야 하는 종목 성격상 횡문근융해증이 유발될 위험이 높다. 하지만 프로선수보다는 아마추어 쪽에서 발병 빈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프로선수들은 무리한 저탄수화물다이어트·저염식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전문가의 지도에 따라 수분·전해질 섭취도 관리하는 만큼 문제를 최소화한다. 반면 고강도운동과 철저한 식이조절로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뿌듯함을 느끼거나, 운동영양 지식을 잘 모르는 아마추어 동호인 사이에서는 발생 빈도가 다소 높은 편이다.

      ◆횡문근융해증 위험빈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운동은?

      전통적인 웨이트트레이닝, 고강도 저반복 파워리프팅 등은 중간중간 휴식 시간이 끼어 있어 이런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반복수가 많아도 운동강도가 낮은 걷기나 수영 등도 횡문근융해증이 발생할 여지가 적다. 무엇보다 전문가와 상의한 뒤 자신의 체력에 맞는 운동강도를 찾는 게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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