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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7-18 10:46:25, 수정 2018-07-18 10:46:24

    [화씨벽:김용준 프로의 골프볼 이야기⑩] 듀얼 밸런스 골프볼

    • 호기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기 마련이다. 그 호기심에 집념을 더하면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몸담은 회사가 개발한 골프볼이 바로 그런 물건 중 하나다. 일 하는 곳 얘기를 칼럼에 쓰는 것이 맞는가 하고 고민을 한참 했다는 것을 밝혀둔다. 비아냥을 감수하고라도 그 얘기를 들려줄 가치가 충분하다고 결국 판단했다.

      ‘듀얼 밸런스 골프볼’이다. 한국 시장에는 출시하지 않았다. 듀얼 밸런스 골프볼은 다음과 같다. 골프볼에 선을 두 개 그었다. 하나는 퍼팅할 때 더 반듯이 보낼 수 있게 해 주는 선이다. 다른 하나는 샷을 할 때 더 반듯이 날아가도록 해 주는 선이고. 퍼팅할 때 조준하는 선은 ‘워터 밸런스 라인’이라고 부른다. 워터는 짐작하는 대로 물을 뜻하는 영어단어다. 골프볼을 진하디 진한 소금물(실은 화학식에 따라 제조한 염도를 아주 높인 용액)에 담궈 찾아낸 선이다. 액체에 정수리만 겨우 보이게 골프볼을 띄우면 저 아래로 가라앉은 쪽이 제일 무거운 부분 아니겠는가? 물 위로 드러난 부분(말하자면 북극)과 제일 아래쪽(남극)을 잇는 선을 그을 수 있을 테고. 이 선이 바로 좌우 무게 균형을 가장 잘 맞는 것이다. 이 원리는 전에도 한 번 밝혔듯이 물리학도 출신인 미국 골프 교습가 ‘데이브 펠츠’ 선생이 30년쯤 전에 찾아냈다.

      이것을 대량 생산하겠다고 나선 곳이 몸담은 회사다. 여기까지라면 칼럼 주제가 되기엔 부족하다. 회사 대표는 ‘워터 밸런스 라인’대로 샷을 하면 볼이 반듯이 잘 날아갈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런데 웬걸! 슬라이스를 일부 밖에 잡아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왜 그럴까 하고 고민을 했다고 한다. 여기까지도 보통 사람이 드물지 않게 하는 일이다.

      그런데 혼자 끙끙대는데 그치지 않고 물리학자들과 손을 잡고 연구에 나섰다. ‘어떻게 하면 날아가는 골프볼의 무게 중심 혹은 균형을 찾아낼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거기에 쏟아 부은 노력과 비용은 작은 회사를 꾸려가던 사람이 감당하기엔 만만치 않은 것이었을 터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고 답을 찾아냈다.

      그것은 바로 ‘굴러가는 물체와 날아가는 물체는 운동 원리가 다르다’는 사실이었다. 골프볼은 굴러가거나 날아간다. 음! 이따금 물에 떠가기도 하지만 그건 예외이니 논하지 말자. ‘물에 떠내려 가고 있는 볼을 쳐도 되느냐’는 궁금증 따위도 접어두고. 퍼팅을 해서 굴러갈 때 골프볼은 무거운 쪽으로 기운다. 힘이 떨어지면 무거운 쪽으로 넘어지고. 날아갈 때는? 골프볼이 공기 속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한다. 균형을 찾을 때까지 반복적으로 자세를 바꾼다. 자세를 바꾸는 과정에서 골프볼은 비행하는 힘을 잃는다. 방향도 틀어지고. 그래서 슬라이스나 훅이 나기도 한다. 비거리가 줄고. 분당 수천 회전을 하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처음부터 균형이 잘 맞는 방향으로 출발한 볼은 어떨까? 자세를 안 바꾸거나 덜 바꾼다. 당연히 탄력을 잃는 정도도 덜하다. 반듯이 날아가기도 하고. 그래서 밸런스가 맞는 방향을 찾아 티 샷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겉모습만 보고 어느 방향으로 날아갈 때 무게 중심이 맞는 곳인지 알 방법이 있는가? 없다. 수많은 고민과 실험 끝에 발명해 낸 방법이 바로 ‘에어 밸런스’다. 그렇다. 공기를 말하는 영어단어 ‘에어’다. 골프볼이 공기 속을 비행하는 것과 같은 상황을 장비로 구연한 것이다. 골프볼을 바람으로 고속 회전시켜서 균형을 찾는 자리를 찾아내 선을 그은 것이 바로 ‘에어 밸런스 라인’이다. 우리 회사 골프공 중 일부(스페셜 에디션) 모델에만 이렇게 선이 두 개 그어져 있다. ‘워터 밸런스 라인’과 ‘에어 밸런스 라인’. ‘퍼팅 라인’과 ‘드라이버 라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스페셜 에디션은 제조 과정에 워낙 손이 많이 가 원가가 높고 생산량이 많지 않다. 골프볼을 소금물에 띄워서 퍼팅 라인을 찾은 다음 일일이 에어 밸런스를 체크해야 하니 못할 노릇이다.

      이 공은 현재 미국과 일본에만 수출하고 있는데 세상에서 가장 비싼 골프볼이다. 데이브 펠츠 선생이 골프볼에 물리학을 적용한 이래 가장 혁신적인 연구라고 나는 평가하고 싶다. 아직도 골프볼 연구에 땀을 쏟고 있는 그에게 골퍼로서 존경한다는 말을 전한다. 물론 어디까지는 골퍼로서 하는 얘기다.

      김용준 프로(한국프로골프협회 경기위원 및 엑스페론골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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