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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집으로' 할머니 굽은 허리는 질병

입력 : 2018-07-18 03:00:00 수정 : 2018-08-24 13: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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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초등학생 자녀를 둔 환자들로부터 ‘곧 자녀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는데 어떻게 보내야 하나 고민’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필자는 어릴 적 여름방학이면 항상 할머니 댁에 놀러갔다. 할머니께서 꼭 안아줄 때 느꼈던 포근함을 여전히 기억한다.

 

방학 이야기가 나오자 문득 오래된 영화 ‘집으로’가 떠올랐다. 지난 2002년 개봉한 이 영화는 여름방학을 외할머니댁에서 보내는 손자와 외할머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진 7살 상우(유승호 분)는 외할머니가 혼자 있는 시골에서 여름을 보내게 된다. 말도 못하고 글도 읽지 못하는 외할머니. 허리까지 굽어 거동도 쉽지 않다. 도시에서 전자오락기와 롤러블레이드로 하루를 보내던 상우에게 시골의 일상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적응하는 것도 힘들다. 전자오락기의 배터리가 나가도, 배터리를 살 곳이 없다. 상우는 시골에서 인생 최초의 시련을 겪는다.

 

상우는 자신의 불만을 외할머니에게 푼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외할머니가 그렇듯 짓궂은 상우를 나무라지 않는다. 같이 보낸 시간이 늘어날수록 상우의 괴롭힘도 늘어간다. 사랑은 언제나 그렇듯 반드시 전달되는 법, 결국 상우도 할머니의 진심을 알아간다.

 

영화 속 할머니의 굽은 허리엔 가족을 위한 희생과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애석하게도 상우는 도시로 돌아갈 때가 되서야 외할머니의 사랑을 깨닫는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할머니의 굽은 허리도 시간의 흐름, 즉 노화에 따른 척추 퇴행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요즘에도 허리가 굽은 채로 병원에 내원하는 노인 환자들이 많다. 이들이 갖고 있는 질환은 대부분 척추관협착증이다.

 

척추가 꼬부라진 형태는 척추관협착증의 대표증상이다. 이 질환은 척추관절의 퇴행이 장기간 진행되면서 주변 인대조직이 붓고 두꺼워지면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안쪽 공간이 좁아져 발생한다.

 

척추관절 자체가 두꺼워지거나 신경이 있는 방향으로 증식해 척추 신경이 지나가야 할 공간을 압박하면 허리를 펴거나 걸을 때 통증이 발생한다. 지팡이 같은 보조기구 없이 걷기가 힘들어진다. 허리를 굽히면 통증이 사라지다보니 어느새 점점 허리가 굽는다.

 

척추관협착증을 예방하려면 복근이나 허리 주변 근육을 꾸준히 강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노인들은 운동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때는 온찜질로 통증을 줄일 수 있다. 반신욕도 찜질처럼 기혈순환을 도와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허리가 굽은 노인 환자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다. 척추관협착증을 초기에 발견하면 치료 기간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 그런데도, 그저 참고 견디다 치료시기를 놓치는 환자들이 많다. 척추관협착증은 퇴행성 질환이기에 오랫동안 통증을 겪을수록 치료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노인들의 허리가 굽어가는 것은 단순한 노화가 아니다. 이는 ‘질환의 신호’다. 이제부터라도 어르신들이 허리가 굽는 것을 질환이라고 인식하고 초기에 제대로 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모든 할머니·할아버지들이 허리가 꼿꼿하게 서 있는 모습이 당연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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