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다음

    입력 2018-07-16 10:05:43, 수정 2018-07-16 09:30:01

    [이슈스타] ‘변산’ 이준익 감독 “유언 남긴다면, 재미있게 살라고 할 것”

    • [스포츠월드=배진환 기자]

      올해 60살이 된 이준익 감독이 힙합을 소재로 한 영화를 들고 대중 앞에 섰다. 틀에 박혔거나 격식을 차리는 것과 거리가 먼 그답게 랩을 통해 청춘을 표현했다. 그래서 물었다. “아직도 젊은 에너지가 넘치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그랬더니 이준익 감독은 “애처럼 살면 된다”고 했다. 마지막까지 젊은 세대와 소통하며 살고 싶다는 뜻으로 들렸다.

      ‘천재 이야기꾼’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준익 감독이 열세 번째 영화 ‘변산’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지난 4일 개봉한 ‘변산’은 래퍼의 꿈을 키우던 ‘학수’(박정민)가 짝사랑 선미(김고은)의 꼼수로 흑역사 가득한 고향 변산에 강제 소환돼 겪게 되는 유쾌한 이야기를 담았다. 당초 ‘동주’, ‘박열’에 이은 ‘청춘 3부작’이라고 알려졌으나 이준익 감독은 “영화 홍보하는 사람들이 만든 말이다. 청춘 영화로만 볼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인생 영화이기 때문에 청춘이라는 프레임만 들이대면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변산’은 어떻게 찍게 됐나.

      “처음에 작가가 쓴 시나리오를 보고는 안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시나리오에 나오는 그 두 줄 짜리 시가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더라. 그래서 결국 ‘변산’을 찍게 됐다. 원래 주인공 직업은 단역배우였는데 다른 영화 ‘럭키’와 똑같아서 래퍼로 바꿨다. 변산은 변두리다. 하지만 도시에서 가장 세련되고 앞서가는 영화를 붙이면 어떨까 궁금했다. 이준익 감독의 변산이라니까 다 시대극인줄 알더라. 주인공이 랩을 한다니까 광대가 랩을 하는지 알더라.”

      -청춘의 흑역사를 다뤘다.

      “모든 인간은 자신이 과거에 부끄러웠던 순간을 피하고 도망쳐서 현재에 와 있는 거다. 모든 이들이 언젠가 다시 그 순간을 대면했을 때 또 피할 것인가, 정면으로 맞설 것인가 선택을 해야 한다. 이 영화처럼 부모와 관계, 형제 관계도 마찬가지다. 피할 수 없는 순간에 자신의 과거와 만나, 가장 큰 상처를 줬던 아버지가 자신을 밟고 가라며 아들에게 맞고 싶어한다. 이것이 바로 부끄러움을 벗어나기 위한 흑역사다.”

      -힙합을 영화 소재로 했는데.

      “영화는 대중 매체고 대중문화를 수용하는 하나의 그릇 아니냐. 대중문화를 담는 그릇으로 가장 핫했던 게 힙합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이 든 관객이 봤을 때 힙합이 시끄럽게 들릴 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변산’에서는 학수의 내면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랩 가사가 나온다. 기성세대들도 랩 가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꼰대’의 시선이 드러날까 걱정하지 않았나.

      “왜 없지 않았겠나. 내 자신이 꼰대다. 사회 통념상 꼰대는 청춘과 가르는 용어지만 이런 단어가 바람직하지는 않다. 꼰대 속에 청춘, 청춘 속에 꼰대가 있을 수 있으니까 그렇다. ‘변산’은 청춘이 주인공인 것처럼 보이지만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전개된다. 아버지가 ‘잘 사는 것이 최대의 복수다’라고 하는데, 이건 청춘과 아재는 상호 보완관계이지 배타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학수 아버지가 마지막에 유언을 하는 장면이다. 아들에게 유언을 남길 때 심지어 스스로 자백한다. ‘난 인생 헛살았다’고. 그리고 ‘고기 삶아 먹어라. 탄 거 먹지 말라. 나처럼 대장암 안 걸린다’고 말한다. 이건 실존적 유언이다. 개념이 아니다.”

      -본인은 나중에 어떤 유언을 남기고 싶나.

      “사실 생각을 안 해봤는데, 평소에 하던 말을 해야지, 새롭게 지어내는 말은 개념에 불과한 것 같다. 그래서 재미있게 살라고 할 것이다. 최대한 재미있게 살려고 노력하는 게 자기 자신을 위한 가장 큰 일인 것 같다. 가장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여전히 에너지가 넘치는 비결은.

      “애처럼 살면 된다. 태어나서 아이들은 철이 들라고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어릴적 가슴 속의 순수한 아이가 조금씩 멀어진다. 살아보니 마흔살까지는 철이 들어야 한다. 안 그러면 사회 생활이 안 되니까. 먹고 살아야하니까. 하지만 마흔 한살부터는 그동안 들었던 철을 빼기 시작해야 한다. 철이 들었던 기간 만큼 철이 빠져야 된다. 난 아직도 10년 더 빼야 한다.”

      -14번째 영화는 언제 볼 수 있나.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 결정을 못했다. 차기작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캐스팅이라든지 투자라든지 이런 제반 여건이 형성돼야 가능하다. 빨리 하려고 노력은 한다. 여건이 안 받쳐주면 조금 늦어질 것이고. 나는 계획을 거대하게 갖지 않는다. 그냥 오늘 이 순간 해야 할 일을 성실히 할 뿐이다.”

      jbae@sportsworldi.com

    HOT레드

      • 오늘의 파워링크
      • Today 정보
      • 이시각 관심뉴스
      • Today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