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가 실험한 결과 골프볼은 썹씨 35도일 때 반발력이 가장 높았다. 여기서 온도는 기온이 아니고 골프볼 표면을 잰 것임을 밝힌다. 섭씨 35도에서 골프볼 반발력은 ‘0.8058’였다. 1m 높이에서 골프볼을 자유 낙하(일부러 내동댕이 치지 않고 물체를 그냥 놓는 것) 시키면 80.58cm를 튀어 오른다는 얘기다. 섭씨 40도가 되니 반발력은 ‘0.8031’로 줄어들었다. 섭씨 50도에서는 ‘0.7989’로 낮아졌다. 섭씨 55도에서는 ‘0.7945’까지 떨어졌다. 실험 결과를 보고 처음엔 고개를 갸우뚱 할 수 밖에 없었다. 골프볼을 데우면 반발력이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겨울에 보온밥솥에 골프볼을 넣어뒀다가 잘 싸가지고 가서 치니 더 멀리 나가더라’는 무용담에 고개를 끄덕인 나 아니었겠는가? 그런데 볼이 따끈하다고 느낄 정도가 되니 오히려 반발력이 떨어지다니. 나 원 참. 볼 온도가 섭씨 35도보다 낮아지면 어떨까?
섭씨 30도에서 반발력은 ‘0.8028’로 나왔다. 섭씨 25도에서는 ‘0.8023’으로 더 떨어졌다. 상온에 가까운 섭씨 20도에서는 ‘0.7984’였다. 섭씨 15도에서는 ‘0.7954’였고. 볼을 꽁꽁 얼리거나 펄펄 끓여야 하는 온도는 실험하지 않았다. 안 봐도 뻔했기 때문이다. 골프 치는 환경과 너무 동떨어진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실험 결과를 보면 골프볼이 상온보다는 더 높은 온도여야 더 멀리 나가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뜨끈뜨끈한 채로 치면 득이 안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반발력 숫자만 봐선 얼마나 비거리가 차이 날지 짐작하기 어렵다. 실제 샷 실험은 다른 회사에서 한 것을 우리도 참고하고 있다. 프로골퍼 H가 스윙을 했다고 한다. 결과는 볼 온도가 섭씨 15도일 때 ‘271.6야드’ 나갔다. 섭씨 28도로 데운 볼은 ‘278.4’야드가 나갔다. 상당한 차이다. 볼 온도가 섭씨 35도였다면 더 멀리 나갔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같은 스윙 스피드로 쳤을 때 얻은 결과다.
온도가 그렇다면 습도 차이는 어떨까? 이건 우리 회사가 아직 실험을 해보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정반대 주장이 있다. 아까 그 온도별 비거리 차이를 실험한 회사는 ‘대기중 습도가 높을수록 볼이 덜 나간다’는 실험 결과를 내놓았다. 습도가 56%였을 때 비거리는 ‘271.6야드’가 나갔다고 한다. 습도가 69%일 때는 ‘262.5야드’로 크게 줄었다. 실험으로 데이터를 얻은 한 쪽과는 달리 다른 쪽은 이론적인 근거를 들면서 반대 주장을 하고 있다. ‘골프의 과학’이라는 책이 그렇다. 명인문화사가 번역한 이 책은 ‘수증기가 많은 대기는 공기 밀도가 낮아 공기 저항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비거리를 오히려 늘려준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정확히는 ‘수증기 분자가 공기의 주성분인 질소와 산소 분자보다 가벼워서 밀도가 대기 밀도보다 낮아’라는 근거를 들고 있다. 수소(H) 산소(02) 질소(N2) 따위인 원소 기호가 여러 개 들어간 이 페이지를 놓고 나는 우리 회사 대표와 한참 토론을 했다. 그런데 답을 내지 못했다. 내 경우엔 실험 결과를 더 믿는 쪽이긴 했지만 말이다. 이 부분은 더 식견 있는 전문가가 거들어 주기를 기대한다.
김용준 프로(엑스페론골프 부사장 겸 한국프로골프협회 경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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