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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희의 눈] 밥 먹고 축구만 하면서…

입력 : 2018-06-24 13:10:29 수정 : 2019-01-23 15: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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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한 한국 축구의 예선전 두 경기가 끝났다. 모두들 잘 아시겠지만 스웨덴 전 0:1 , 멕시코 전 1:2. 두 경기 모두 패배한 한국 축구 대표 팀은 지금 예선 탈락에 위기에 처해있다. 마지막 독일 전을 승리한다면 16강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고는 하지만, 매 대회 때마다 되풀이 되는 이런 경우의 수를 계산하면서도 한국 국민들은 짜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많은 축구 팬들은 마치 2002년 월드컵의 승부사 거스 히딩크 감독에 자신을 빙의해서 한국 축구팀의 전략을 비판하고 있다. 나도 멕시코 전 축구를 보면서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뭐하냐?” “왼쪽 열렸잖아.” “센터링이 저게 뭐야” “저기서 태클을 왜 해” “쟤 주라고”, “진짜 더럽게 못 하네”

 

이 때 같이 축구를 보고 있던 아직 신혼 기간인 아내가 나에게 한마디 했다. “오빤 왜 그래? 오빠가 해 그럼”

 

여기서 전 국민의 합리화시키기 굳히기 한 마디가 들어간다. “밥 먹고 축구만 하는 애들이잖아”

 

이 말을 월드컵 때마다 반복 한 것 같다. 당연하게 했던 말이고 국가대표 경기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뱉은 말들을 한번 내 인생에 대입해 보고 싶었다. 누군가가 내 개그를 보고

 

“뭐 하냐 무대에서” “개그가 저게 뭐야?” “그게 재미있냐?” “저기서 저런 말을 왜해?”

 

“진짜 더럽게 재미없네” “밥 먹고 개그만 하는 애들이 뭐 이렇게 안 웃겨”

 

난 이런 말을 듣고 지금쯤 과연 제대로 된 방송 활동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봤다.

 

이런 말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누군가에게 평가 받을 때 충분히 들을 수 있는 말들 인거 같다. 학생이라면 밥만 먹고 공부만 하는 애들이 직장인이라면 밥 먹고 일만 하는 애들이 자영업자라면 밥만 먹고 장사만 하는 애들이 정치인들이라면 밥만 먹고 정치만 하는 애들이 기자라면 밥 먹고 기사만 쓰는 애들이.

 

우리는 누구나 밥만 먹고 무언인가를 한다. 하지만 그만큼 대중 앞에 서서 뭔가를 한다는 건 더욱더 쉬운 일은 아닌듯하다. 특히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들 이라면. 너무 한 선수에게 집중포화를 날리는 듯 한 인상을 지울 수 가 없어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한국 사람들은 축구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것을 좋아할 뿐”이라고 이야기한 이영표 해설의원의 말에도 공감한다. 물론 이기지 못한 것이 분하지만 그래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월드컵에 참가하지도 못한 나라들이 세계에는 얼마나 많은가.

 

한국 축구 선수들을 놓고 비판은 하되 비난은 잠시 접어두고 아직 끝나지 않은 한 경기(비록 세계피파랭킹 1위 독일이지만)에서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황현희 개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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