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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6-20 08:00:00, 수정 2018-06-19 17:00:48

    [화씨벽:김용준 프로의 골프볼 이야기⑥] 공인구와 비공인구

    • 이게 뭔가요? 질문을 하긴 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내가 몸담은 골프볼 회사 대표 책상 위에 놓인 평생 처음 보는 물건을 보고 말이다. 그것은 골프볼 크기가 공인구 조건에 맞는지 테스트 하는 도구였다. 한 뼘이 채 되지 않는 상자 비슷한 물건에는 동그란 구멍이 세 개 뚫려 있었다. 가운데는 42.67mm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왼쪽 구멍에는 43.67mm로 더 큰 숫자가 나머지 한 쪽에는 41.67mm로 더 적은 숫자가 적혀 있었다. '42.67mm'는 공인구 지름 크기 기준이다.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고 있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 두 협회가 합의해서 정한 크기다. 공인구가 되려면 볼 지름이 이보다 작아서는 안 된다고 골프 규칙에 명시하고 있다. 더 작을수록 멀리 날아가기 때문에 하한선을 정한 것이다.

      대표가 하는 설명을 들으며 내 짐작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동안 새로운 궁금증이 생겼다. '정밀한 측정자인 버니어 캘리퍼스 따위로 볼 크기로 재보면 될 것을 굳이 구리 뭉치에 구멍까지 뚫어서 볼을 넣어보게 할 것은 뭐람?' 이라고. 이 궁금증은 금새 풀렸다. 순전히 내 무지에서 나온 질문이었다는 깨달음과 함께. 구멍마다 골프볼을 몇 번씩 넣어보며 대표는 설명했다. "골프볼이 완전히 동그랗지 않기 때문에 재는 쪽마다 지름이 다르다. 같은 모델 골프볼 열 개를 무작위로 정한 방향으로 넣어서 아홉 개 이상이 통과하지 않아야 크기 테스트에 합격한다"고.

      헷갈리기 쉬운데 공인구 크기 구멍을 통과하면 불합격이다. 기준보다 작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넣으면 공인구 구멍을 통과하지 않던(즉 합격인) 볼도 다른 쪽으로 애써 돌려 넣으면 구멍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우리 회사 볼 뿐 아니라 다른 회사 볼들도 넣어봤다. 세계적 브랜드 볼들도 마찬가지였다. 아! 진짜로 골프볼이 완벽하게 둥글지 않구나' 하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골프볼 제조업체는 다 이 도구를 갖고 있다고 대표는 설명했다. 새 골프볼 모델을 출시하기 전에는 이 도구로 테스트 한 뒤 R&A나 USGA에 샘플을 보내 인증을 신청한다는 것이다. 공인구 무게 기준을 맞추는지를 가리기는 오히려 쉽다. 정밀한 저울에 달아보면 되니까.

      공인구 무게는 45.93g 이하여야 한다. 이번에는 반대여서 또 헷갈린다. 기준보다 무거워서는 안된다는 점을 확인하기 바란다. 무거울수록 더 멀리 날아가기 때문이다. 이 밖에 대칭인 쪽 딤플(올록볼록한 볼 표면) 모양이 같아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또 일정한 힘으로 타격했을 때 발사속도가 얼마 이하여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볼 속에 균형을 잡아주는 추 따위를 넣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너무 전문적인 부분이라 자세히 설명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공인구인지 아닌지 소비자가 알기는 쉽다. 인증을 받은 모델은 골프볼 케이스에 'R&A 공인구' 혹은 'USGA 공인구'라고 인쇄해서 팔기 때문이다. 인증이 없다면 공인구는 아니다. 공인구가 아니라고 해서 공식 대회에 절대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볼이 공인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실격할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공인구 인증이 없다고 다 공인구 조건에 어긋나는 게 아닌 이유는 이렇다. 공인구 인증을 받으려면 심사비를 내야 한다. 심사에 합격한 후에도 인증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일정 비용을 낸다. R&A와 USGA 두 협회에 각각 말이다. 인증은 모델별로 받아야 한다. 색깔이 다르면 다른 모델로 친다. 같은 모델 흰볼이 공인구 인증을 받았더라도 녹색볼은 따로 인증을 받아야 하는 식이다.

      우리 회사 정도 되면 생산하는 골프볼 모델만 수 십 개다. 옛날부터 생산하는 모델도 있고 신제품도 있다. 그것도 다양한 색깔로. 이것들을 전부 공인구 인증을 받고 인증을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장난이 아니다. 우리 회사는 거의 모든 모델을 공인구 인증을 받고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해마다 수 억 원이 들어간다. 영세한 업체이거나 선수용 볼을 만들지 않는 업체가 굳이 공인구 인증을 받지 않는 것은 주로 비용 때문이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는데 그것은 다음 회에.

      김용준 프로(한국프로골프협회 경기위원 겸 엑스페론골프 부사장)

      ironsmith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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