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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生 니즈니] '2천' 붉은악마, 2만 Yellow보다 열정적이었지만…

입력 : 2018-06-18 22:54:41 수정 : 2018-06-18 22:5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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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권영준 기자] “이기면 좋고, 지면 어때요. 응원합니다. 한국 가즈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 한복판에서 ‘대~한민국’ 함성이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이들은 30도에 육박하는 뜨거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훔쳐가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경기 시작 4시간 전에 펼쳐진 풍경이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8일 밤 9시(이하 한국시간)부터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스웨덴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에 나섰다.

여론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조추첨이 끝나는 시점부터 “어차피 3패”라는 비아냥이 들려왔고, 선수단이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사투를 펼치고 있지만 ‘역대 가장 기대감이 없는 대표팀’이라고 비난했다. 결과도 좋지 않았다. 수비에 치중하면서 역습을 노렸지만 공간침투를 하는 장면은 볼 수 없었고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선발 김신욱 카드도 실패로 돌아갔다.

이러한 비판적인 여론 속에 패배로 끝났지만 현장은 뜨거웠다.

사실 러시아행은 비용이 많이 들고, 교통편이 불편해 대규모 원정 응원을 포기했다. 하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이들은 한걸음에 이곳까지 달려왔다. 이날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을 찾은 한국 팬은 교민 포함 약 2000여명. 반대로 지리적으로 러시아와 가까운 스웨덴은 약 2만여명의 팬이 이곳을 찾았다. 경기 전날부터 노브고로드 시내는 노란 물결을 이뤘다. 이날 스타디움에도 스웨덴팬이 숫자상으로 압도했다.

숫자는 말 그대로 숫자에 불과했다. 지정석인 탓에 한국 축구팬은 삼삼오오 찢어져야 했지만, 목소리는 동시에 울려 퍼졌다. 스웨덴의 대규모 박수 응원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쳤고, ‘오~ 대한민국~ 승리의 함성~’을 외치며 그라운드에서 투혼을 발휘한 선수들과 함께 호흡했다.

포항에 거주하는 김동욱(32) 씨는 “직장 동료 2명과 함께 휴가를 내고 응원하러 왔다”며 “각자 다른 부서이긴 하지만, 동시에 휴가를 내서 욕 좀 먹었다”라고 밝게 웃었다. 이어 “이기면 좋고, 지면 어떤가. 우리가 이곳에서 대표팀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닌가. 16강 가즈아!”라고 소리쳤다.

캐나다 교포인 김도완(30) 씨는 캐나다 친구 션 조셉(Sean Joseph) 씨와 함께 러시아에 왔다. 김도완 씨는 “션이 토트넘 손흥민 팬"이라고 소개했고, 한국 유니폼을 입고 나선 션 씨는 “캐나다도 2023년에 월드컵을 개최한다. 월드컵도 경험하고, 친구와 함께 한국을 응원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활짝 웃었다.

노부부의 응원도 눈길을 끌었다. 손승태(70) 최명금(66) 부부는 “매월 30만원씩 적금을 부어서 4년마다 한 번씩 응원을 다닌다”라며 “2006년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월드컵 원정 응원을 다니고 있다”고 소개했다. 딸 이름 ‘은지’를 새겨넣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나선 최명금 씨는 “이기고 지는 것보다 이렇게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니겠냐”며 웃었다.

이제 다음 경기는 멕시코전이다. 24일 자정이다. ‘붉은악마’는 또 한번 열심히 응원할 것이다. 대표팀이 최선을 다해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시쳇말로 ‘졌잘싸’라는 위안이라도 삼을 수 있게 말이다. 스웨덴전은 실망이 컸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권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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